주홍 따오기 눈물 꿈터 책바보 11
질 르위스 지음, 정선운 옮김 / 꿈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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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곰>의 작가 질 르위스의 신작이라 두말하지 않고 책을 구매했다.

이번에는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하여 얼른 읽어봤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주홍 따오기를 닮은 아이 스칼렛의 고달픈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스칼렛은 심약한 엄마와 자폐아 남동생 레드와 함께 살고 있다.

스칼렛은 아빠를 전혀 기억하지 못 한다.

엄마가 애처롭게 들여다보는 사진 속의 아빠만 있을 뿐이다.

동생의 아빠 또한 기억하지 못 한다.

이제 12살인 스칼렛은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는 엄마 대신 가장 노릇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가 매번 심사를 하러 집에 오는 날은 정말 긴장된다.

혹시나 엄마가 우울증을 앓아 아이들을 전혀 돌보지 못하는 처지라는 게 발각되면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심한 우울증환자인 엄마와 자폐아 동생 레드.

게다가 동생은 아빠가 다르다.

이런 가정 환경에서 스칼렛은 가족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살 수 있도록

정말 눈물 겹게 노력한다.

그런 스칼렛의 노력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마는데

바로 화재가 난 것이다.

화재 때문에 셋은 뿔뿔이 흩어진다.

엄마와 동생은 따로따로 병원에 실려가고,

스칼렛은 위탁 가정에 맡겨진다.

스칼렛이 없으면 더 심하게 난동을 부리는 동생 레드.

스칼렛은 위탁 가정에서 가정의 온기를 경험하여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지만

마음 한 구석에 엄마와 동생을 구해야 한다는 목적이 있어 늘 노심초사한다.

스칼렛이 과연 엄마와 동생과 함께 다시 살 수 있을까?

 

12살 소녀가 짊어지기에 너무 무거운 짐인 듯해서 스칼렛이 너무 가여웠다.

친구들과 희희덕 거리고 놀고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에

정신이 온전하지 못 한 엄마와 동생을 돌봐야 한다니...

동생 레드는 사회성은 매우 부족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다.

바로 새에 대해서 아주 박식하고, 새 깃털을 보물처럼 소중히 여겨 모으고 있다.

집에 화재가 나는 바람에 그 깃털 상자가 다 타버렸으니 아이의 절망이 얼마나 클까!

아빠도 다르고, 게다가 자폐 증세가 보이는 레드를 엄마처럼 돌보고 사랑하는 스칼렛이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 나이에 어디서 크고 깊은 사랑이 나오는 걸까!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런 심각한 가정 상황에서도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스칼렛의 모습이 정말 대견하고 가슴 저리다.

병에 걸렸지만 자신을 낳아준 엄마.

아빠는 다르지만 지켜주고 싶은 동생.

심지어 스칼렛은 엄마, 동생과 피부 색깔까지 다르다.

스칼렛은 피부색인 진한 초콜릿 색이다.

그런 엄마와 동생과 함께이고 싶어하는 스칼렛.

이 셋이 오순도순 함께모여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 학교 당번 근무를 하고 있다.

함께 근무하러 나온 6학년 선생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6학년 생활지도의 고충이 자연스레 화제가 되었다.

6학년 아이 중에 스칼렛처럼 전혀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한 아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엄마의 폭력과 아빠의 무관심 속에 자란 아이는

5-6학년 사춘기를 거치면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있단다.

심지어 학교도 나오지 않아 담임이 가정까지 방문해 데리고 올 때도 많다고 한다.

그 아이가 왜 교실에서 그렇게 폭력적이고

분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었다.

오랜 시간

엄마의 끊없이 이어지는 폭력, 상관 하지 않는 아빠 밑에서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였을까!

책에 나온 스칼렛은 비슷한 악조건에서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두 아이는 열악한 가정 환경 속에서 자란 것은 같지만

서로 다른 방식을 택했다.

 

아들러의 이론에 의거하면 이 둘의 현재는 각자가 선택한 것이다.

둘의 경우를 보니

그 말이 맞아 보인다.

둘 다 열악한 가정 환경이지만

스칼렛은 용기를 내어 그 시련을 헤쳐나가고 있고,

6학년 아이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 탓을 하며 그 속에 갇혀 지내며 또다른 폭력을 재생산하고 있다.

 

부디, 6학년 아이도 스칼렛처럼 용기를 내어 자신의 삶을 잘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담임도 그 아이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1년 내내 무진 애를 쓰셨는데

아이가 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스칼렛이 용기를 내고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좋은 사람이 옆에 있었던 것처럼

그 아이에게도 그런 선한 사마리아인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무엇보다 미국과 같은 복지가 이뤄져야 할 듯하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온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나라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현장에서도 전문 상담가가 있어

이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줘야 할 것이다.

스칼렛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열악한 가정을  돌봐주는 사회복지사, 위탁 가정 등등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제도가 똑같이 있다면

그 아이도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가정 폭력을 보는 우리의 시선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갈수록 마음이 아픈 아이가 많아지고 있다.

다행히 스칼렛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지켜나가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도 우리 주변에 많다.

개인의 용기도 물론 필요하지만

그들이 용기 낼 수 있도록 사회제도가 뒷받침 해주는 것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경제대국 10위라고 한다.

그렇다면 복지 수준도 거기에 발맞춰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아픈 아이가 점점 늘어나는데 학교에 전문 상담가 한 명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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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4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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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4 18: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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