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중요한 약속이 세 건이나 있었다.

일 주 일에 세 번 약속이 잡히니 너무 피곤했다.

 

 

하나 

옆반 선생님 리코더 합주회에 다녀왔다.

교사들이(현직, 퇴직 섞여 있음) 모여 리코더 합주를 하는 건데 무려 정기 연주회가 29회 째이다.

관록을 자랑하는 리코더 합주단인 셈이다.

옆반 선생님이 초대를 하셔서 비오는 날, 

동학년 샘들을 편안히 모시고자 용감히 차를 몰고 갔다가 낭패봤다.

평일인데도 얼마나 막혔는지 모른다.

연주회 장소가 다름 아닌 국립 중앙박물관 극장 용이었다.

성수대교 빠지는 곳에서 거의 1시간을 허비하였다. ㅠㅠ

비오는 날, 편안히 모신다는 게 오히려 저녁 식사도 변변히 못하고 

브라우니 빵으로 배를 채우게 해서

동학년 샘께 너무 미안했다. 


연주회는 진짜 좋았다.

1부는 유명한 클래식 곡으로 채워졌고

2부는 대중적인 곡과 함께 창작 국악을 리코더로 편곡한 곡을 연주했다.

편곡자가 이력이 특이했다.

서울대 역사교육 출신인데 편곡을 담당하셨다.

무대에 올라 연주곡에 대한 해설도 하셨는데 목소리 좋고, 설명 좋고, 전문 사회자도 아닌데 어쩜 그리 잘하시는지...

매력에 퐁당 빠졌다. (참고로 여자분이다. )

개인적으로는 2부가 훨씬 기억에 남는다. 

타악기가 합세를 하니 정말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였다.

트라이앵글이 그렇게 빛을 발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연주에서 깨달은 사실이었다. 

"몰다우 강"에 트라이앵글 소리가 나온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김홍도와 신사임당의 그림에 어울리는 창작국악을 리코더로 연주할 때는 정말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년에는 꼭 수퍼남매도 데리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강남까지 가서 연습하시던 옆반 선생님을 보고 정말 열정이 대단하시구나 느꼈더랬다.

41명 모두 그런 열정과 끈기를 가진 분들인 셈이다.

안내 데스크에서 지난 학교에서 함께 근무한 후배를 만났다.

그쪽도 음악 전공이고 리코더 합주단 하는 것 익히 알고 있었는데

같은 연주단인 것은 이번에야 알았다.

후배가 공연한다고 할 때는 못 가봤었는데

역시 선배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아무튼 귀와 눈이 호강한 날이었다.


딸의 미술영재 수료식이 있었다.

이 근처 넓은 강당이 없어서 광운대 강당을 빌려서 진행하였다. 

광운대는 처음이었다. 

수료식장에서 뜻밖에 미술 영재 중 최우수상을 받게된다는 어마어마한 소식을 알게 되었다.

수상자는 수료식 당일까지 절대 기밀사항이다. 

다른 엄마들이 한턱 내라고 해서 낸다고 했다. ㅎㅎㅎ

20명이 입학해서 1명은 이수 시간이 부족하여 수료하지 못하고 19명이 수료하게 되었다.

그중 딸이 최우수상을 타게 된 것이다. 가문의 영광이다. 

워낙 잘하는 아이가 여러 명 있어서 기대도 안 했는데

큰 상을 받게 되어 얼떨떨했다.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알고 

딸이 미술 쪽으로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도록 부모로서 돕겠다는 결심을 다시금 해 본다.

다른 영재원 아이들도 다 모였는데

미술영재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들과 가장 사이가 돈독했나 보다.

담임 선생님 성함이 호명되자 유일하게 환호를 했다.

단체 사진 찍을 때도 하트를 만들지 않나

선생님과 불량 청소년 포스 나게 사진을 찍질 않나

일 년 동안 정이 많이 들었던가 보다.

두 담임 선생님도 일 년 동안 정말 수고 많이 하셨다.

매번 문자 보내주시고, 일일이 아이들 챙겨 주시고 말이다.

200여 명의 영재에게 일일이 수료장을 전달하신 교육장님도 수고가 아주 많으셨다.

모두 전달해 주고 나서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셨다.

수료식 전달이 끝나고

음악 영재들의 간이 연주회가 있었다.

"겨울 왕국" 주제가와 다른 곡 하나를 연주했는데

피아노 연주자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딸도 " 엄마, 피아노 치는 애, 악보도 안 보고 지휘자 보면서 치는데 손이 엄청 빨라~~" 이런 평을 내놓았다.

나도 느꼈던 바다.

맹숭맹숭했을 수료식을 음악이 살려준 듯하다.

 

수료식이 마지막 모임이라 아이들이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고 해서 시간 되는 아이와 엄마는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내가 한 턱 낼려고 했는데 미술 영재 중 할머니 한 분이 오셔서 

연장자가 내야 한다면서 엄마들, 아이들 저녁을 사주셨다.

2차 커피와 아이들 음료수, 

3차 노래방비는 내가 계산했다. 이 날 아이들은 학원도 빠지고 원없이 놀았다.


합창제에 수퍼남매와 함께 다녀왔다.

왜냐하면 본교 합창단과 중창단이 합창제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지휘는 수석님이 하신다.

장소는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이었다.

지난 주 약속이 여러 개여서 체력을 비축하고자 안 가려고 했었더랬다. 

그런데

합창단 지휘자인 수석님이 리코더 연주회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 여긴 300석 규모지만 해오름 극장은 1400석 이에요" 라는 거다.

수퍼남매한테 좋은 구경 시켜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지하철 타고 갔다.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은 예전 연애시절,

남편과 뮤지컬을 보러 간 적이 딱 한 번 있다.

추억의 장소에 수퍼남매를 데리고 가니 감회가 새로웠다.

초등, 고등, 일반 부분으로 며칠 동안 합창제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날은 초등부문이었다.

본교는 마지막 순서여서 마음을 비우고 관람을 했다.

기억에 남는 합창이 세 곡 있었다.

 

"백설공주" 라는 곡이었는데 합창이 마치 뮤지컬을 보는 듯했다.

백설공주도 나오고 일곱 난장이, 마녀, 왕자까지 등장하고

합창단은 마치 나레이션 하듯이 노래를 불렀다.

정말 독특했다.

 

다음은 아주 재미있었던 곡이다.

가발까지 등장하고, 신 나는 율동과 함께 한때 유행하던  " 참치 참치 참치 카레야 완전 좋아" 이 노래까지 덧붙여

관람객의 흥을 돋우었다.

합창도 이렇게 코믹할 수 있다는 것을 여지없이 보여준 순서였다.

 

눈물이 찔끔 났던 곡도 있었다.

여선생님들로 이뤄진 합창단의 찬조 출연이 있었다.

" 꿈 꾸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곡이었는데

가사가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

요즘 나라 안팎으로 참 비참한 일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데

언제쯤 우리가 꿈 꾸는 정의로운 세상이 오려나!

 

마지막에 등장한 우리 학교 합창단은

노래 실력은 다른 학교에 비해 좀 떨어졌다.

3학년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화음이 잘 안 맞았지만

아이 특유의 목소리와 더불어 재미난 율동과

지휘자님의 솔선수범하는 댄스 실력 덕분에 관람석은 웃음 도가니였다.

지휘자가 신 나서 먼저 율동을 하니 합창단 아이도 관객도 모두 하나가 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일 주일에 3번 약속은 무리인 듯하다.

게다가 이번 주 학예회라는 거사를 앞두고 있어

체력을 비축해야 하는데...

좋은 음악 들어서인지 그래도 체력이 방전되진 않았다. ㅋㅋㅋ

 

늦가을, 오랜만에 시내 나들이도 하고,

모처럼 음악에 흠뻑 빠져본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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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1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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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6 2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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