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게임 마니또 푸른숲 어린이 문학 36
선자은 지음, 고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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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한 번 쯤 마니또(비밀 친구) 게임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니또 게임은 언제나 설레였고

내 마니또가 누구일까 궁금해지는 그런 재밌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벌어지는 마니또 게임은 전혀 다르다.

 

"죽어버려, 김지율" 이런 쪽지가 내 서랍 안에 도착해 있다면

더 이상 흥미진진한 게임이 될 리 만무하다.

누가 이런 무시무시한 쪽지를 지율이에게 보낸 걸까?

어떤 아이가 지율이에게 앙심을 품었나!

지율이는 모범생 그 자체인데...

행여 누가 볼세라 지율이는 단짝 아름이에게조차 들키지 않도록 그 쪽지를 얼른 숨긴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누군가의 협박에 지율이는 학교가 두렵다.

게다가 지율이가 마니또에게 받은 협박성 쪽지가 들통 나는 바람에 아이들은 순식간에

"모범생 지율이"를 "가식쟁이 김지율"로 부르게 된다.

왜 선생님은 이런 무시무시한 마니또 게임을 하자고 해서 지율이를 고통스럽게 하는 거지?

 

하지만 정작 지율이의 마니또는 따로 있었다.

학급의 왕따이자 여자 애들 사이에선 투명인간으로 불리는 모모가 지율이의 마니또였다.

맹세코 모모는 지율이에게 그런 쪽지를 보낸 적이 없다.

애초부터 마니또 게임 같은 것은 관심 밖이었으니깐.

그런데 마니또인 김지율의 행동이 수상한 점이 많아 살펴보니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담 누가 지율이게게 마니또 행세를 하면서, 그런 위협적인 일을 하는 것일까?

모모는 자칫하면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수 있기에

비밀리에 이 사건을 조사한다.

모모의 추리와 관찰 덕분에 서서히 용의자의 범위가 좁혀지고

단독 범행이 아니라 공범이 있다는 것까지 밝혀내는데....

흥미진진한 마니또 게임이 이렇게 무서워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마니또가 비밀 친구라는 것은 알았는데

책을 통해 마니또에 대한 전설을 알게 되어 큰 수확이었다.

다음에 교실에서 마니또 게임을 하게 되면 이 이야기부터 해줘야겠다 싶다.

 

전설을 잠깐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옛날에 마니또라는 신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인간 세상에 내려왔다가 마차에 치일 위기에 처한 눈 먼 아버지와 아이를 구해 주게 된다.

마니또는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니또는 그 후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을 사용하여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주게 된다.

마니또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죽지 않게 되었다.

다른 신들이 보기엔 이것은 인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이에 최고의 신은 마니또로부터 시간을 통제하는 능력을 빼앗았다고 한다.

 

책에서 나온 마니또는 친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가 아니라 친구를 겁박하는 위험한 존재로 변질해버렸다.

대놓고 앞에서는 못하니까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말이다.

모범생이었던 지율이는 마니또의 협박 덕분에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모모가 추리 끝에 지율이에게 진범을 알려주지만

지율이는 오히려 모모를 향해 악다구니를 해댄다.

그 모습 속에 모범생은 없었다.

친구들 앞에서는 바보처럼 늘 주눅 들어 있던 모모도

지율이에게 협박을 하는 용의자를 찾아나설 때는 셜록 홈즈처럼 예리하다.

협박 편지를 쓴 아이도, 지율이도, 모모도 보여지는 모습이 전부는 아니었다.

 

작가는 마니또라는 소재로 꼭 한번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한다.

재미있고 행복한 이야기가 아니라 무시무시한 이야기로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는 이 세상이 진정 행복한 세상인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

최고가 되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라, 그래야 성공한다는 어른의 과욕 덕분에

우리 아이는 일찍부터 비정한 세계를 경험하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정글 같은 세상에 내팽개쳐진 아이들.

누구라도 모모처럼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수도 있고,

지율이처럼 하루아침에 모범생에서 가식쟁이로 전락할 수도 있으며

편지의 장본인처럼  익명성을 이용하여 남을 괴롭힐 수도 있다.

이처럼 각박한 세상에 우리 아이들이 살고 있다.

누가 우리 아이의 수호 천사가 되어줄 것인가?

 

수호 천사는 커녕

내가 먼저 앞장 서서 그 아이를 위험한 게임에 내몰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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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2 16: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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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3 15: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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