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였다.

부부동반으로  문상을 가야 하는데

둘째만 놔두고 갈 수 없어 하염없이 딸 귀가를 기다렸다.

드디어 지하철 탔다는 소리를 듣고

우리 부부는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으로 출발하였다.

둘째한데 누나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한창 동부간선을 타고 있는데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가 하얀 길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다는 거다.

" 이그~~"

그런 중요한 일을 제 맘대로 하다니...

우린 기겁을 하고, 당장 제자리에 갖다 놓으라고, 호통을 쳤다.

온이가 위험해진다고 말이다.

잠시 후 전화가 다시 왔는데 화단에 놔줬다고 한다.

 

얼마 전부터 보이기 시작한 하얀 길냥이.

나도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버려진지 얼마 안 된 듯하다.

캣맘이 화단에 사료와 물을 갖다 놔서 이 녀석이 화단 근처에 자주 오곤 한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해 보니

길냥이가 어찌 순순히 딸에게 안겨 왔을까?

온이는 길냥이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무지 궁금했다.

 

딸의 증언에 의하면

길냥이가 우리 라인 출입구에서 뒹굴며 애교를 떨길래

그 모습이 정말 예뻐 냉큼 안았단다.

그리곤 순순히 안겨서 집까지 따라왔다는 거다.

집에 와서도 숨지 않고 유유자적 돌아다녔단다.

 

한편 우리 온이는?

길냥이가 들어서자

"캭" 한 번 하고 털을 세우더니

냅다 도망쳤다는 거다.

아뿔사! 주객전도된 형국이다.

 

이 스토리를 다 들은 우리 가족은

" 온이야, 널 강하게 키워야겠다" 다짐했다.

부모 마음이 간사한 듯하다.

길냥이한테 기가 죽어 도망갔다니 은근히 승부욕이 발동한다. ㅋㅋㅋ

온이는 처음 입양했을 때 몇 날 며칠 어딘가에 꼭꼭 숨어서 얼굴 보기가 힙들 정도였는데... 참 다르다.

하얀 길냥이는 어찌 그런 행동을 하는지

양이들도 성격이 다 다른 듯하다.

 

소심하고, 겁 많고, 애교 없고, 지가 필요할 때만 집사를 찾는 우리 온이.

그래도 엄마는 널 사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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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0 16: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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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1 1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