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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 ㅣ 권정생 문학 그림책 1
권정생 지음, 김용철 그림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작년 제자가 이 그림책을 빌려줬다.
그림책이라서 만만히 봤다가 글밥에 놀라고, 심오한 내용에 또 한 번 놀랐다.
역시 권정생 작가님이구나 싶었다.
동화가 마치 시 같다.
그림책 작가는 권정생 작가의 <길 아저씨 손 아저씨 >그림을 그린 김용철 작가다.
전작과는 그림 스타일이 많이 달라 같은 작가 맞나 의구심이 생길 수도 있다.
전작은 동양화의 느낌을 오롯이 담아 여백의 미를 느꼈다면
후작은 서양화의 느낌이 물씬 풍겨 나고, 훨씬 강렬하고 화려하다.
약간 환타지 느낌이 강한 내용 때문에 그림 스타일도 그에 맞게 변한 듯하다.
똘배는 나무에 친구들과 함께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어느 날, 돌이가 먹음직스런 똘배를 한 입 베어물더니
맛 없다며 던져 버렸다.
똘배가 추락한 곳은 시큼털털한 냄새 나는 시궁창이었다.
빛나던 똘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남은 거라고 거지 같은 모습 뿐이었다.
그런 똘배를 향해 실거미가
" 넌 곧 여기서 죽게 될 거야. 이 시궁창에서 살아 나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며 가슴을 후벼 파는 말을 해댄다.
한 순간에 이렇게 인생이 역전되다니....믿기지 않는다.
낙심한 똘배에게 아기 별님이 나타나 달나라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날개를 달고 아기 별님을 따라가는 똘배.
은하수를 건너고, 견우와 직녀가 오랜 만에 만나 회포를 푸는 모습에 살짝 자리를 비켜준다.
드디어 달나라에 도착해 보니 계수나무가 서 있고, 토끼들이 부지런히 각자 뭔가를 하고 있다.
평화롭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마침, 똘배의 머리에 달나라에 도착한 우주인이 떠올라 아기 별님에게 물어본다.
그러자 아기 별님은 선문답 같은 말을 한다.
한 쪽 눈을 가리고 다시 달나라를 보라고 말이다.
한 눈으로 보는 달나라의 모습은 어떠하길래....
아기 별님과 달나라를 구경하고 온, 똘배의 처지는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여전히 시궁창에 빠져 있고, 몸은 서서히 물러져 가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게 분명 있다.
시궁창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권정생 작가는 <강아지똥>에서처럼 이 세상에 쓸모 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더럽고 퀘퀘한 냄새 나는 시궁창 또한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아울러
세상의 이면을 보는 눈,
다시 말해 양지와 음지를 함께 바라보는 눈을 가지라고 우리에게 속삭이고 있다.
시궁창에 있어 낙담하고 있는 똘배에게 아기 별님이 하는 말이다.
권 작가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시궁창도 가장 귀한 영혼이 스며 있는 세상의 한 귀퉁이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