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2학기 현장체험학습 장소가 다산 정약용 생가로 정해졌다.
지난 주 현장 답사를 다녀왔는데
완전 달라졌다.
정약용 생가는 대학 때 MT 갔던 곳인데
지금 가보니 생태 공원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시설이 생겨났다.
슬로우 시티 분위기가 나서 참 좋았다.
현장 학습 가서 생가도 돌아보고, 두부도 만들고, 고구마도 캘 예정이다.
그나저나
아이들이 다산을 알 리가 없고.
배경 지식이 없으면 다산의 생가를 가더라도 얻고 오는 게 하나도 없을 터.
가장 좋은 방법으로 책을 통해 다산을 알아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도서실에 가 보니 3학년 아이가 읽을 만한 책으로 두 권이 보였다.
비룡소 새싹 인물전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교원" 출판사에서 나온 건데 알라딘에서 검색이 안 된다.
후자를 들춰 보니 아이한테 어려울 듯하다.
현장학습 가기 전까지 정약용 관련 책을 읽고 가자는 미션을 주었는데
책이 이리 부족하니 큰 일이다 싶었다.
궁여지책으로
그날 발표를 제일 많이 한 두 명의 아이한테 각각의 책을 빌려주기로 했다.
며칠이 지났다.
어제 오후,
정약용은 현장학습 가기 전에 독서퀴즈를 하는 것도 좋겠다 싶어
퀴즈 문제를 내려고 새싹 인물전을 다시 읽었다.
그런데 웬걸!
제본이 잘못 되어 쪽수가 엉망이었다.
이 책을 빌려간 아이는 눈치 채지 못 했나 보다.
쪽수가 엉켜 있으니 더 이상 빌려줄 수가 없게 되었다.
아이한테 빌려주는 걸 멈추고 사서 선생님께 이마저마한 사정을 알려드리고 새 책을 구매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파본은 페기처리해야 한다.
시간이 너무 경과하여 출판사에 연락해 바꿀 수도 없을 테고 말이다. 한 번 연락해 볼까?
이렇게 되었으니
내가 읽어주는 수밖에 없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 방법을 쓰지 않은 건
이 기회에 아이들이 직접 인물전을 읽을 기회를 주려고 했던 건데...
결국 일이 이렇게 되려고 파본이 내 눈에 보였나 보다.
도서실에서 구입하려면 시일이 오래 걸리니
그냥 개인적으로 구매했다.
두고두고 교실에 놔두면 좋을 듯해서이다.
추석 연휴 지나고 오면 읽어주려고 한다.
미리 읽어주면 다 까먹으니깐.
그리고 지금 <초정리 편지>를 매일 한 꼭지씩 읽어주고 있어서
그거 다 읽고나서 읽어줘야 한다.
아이들이 귀 쫑긋 세우고 잘 듣고, 재미있다고 해서
목 아픈 줄 모르고 열심히 읽어주고 있다.
(집에 가서 자랑해 엄마가 사 준다고 약속했다는 아이도 있고
도서실에서 빌려서 읽는 아이도 생겨났다. 이런 걸 볼 때
책 읽어주는 보람을 느낀다. )
아이가 읽었으면 하는 책이 있으면 부모가 읽어주면 된다.
그게 비법이다.
한글날까지 완독할 수 있을까 싶은데...
열심히 달려 봐야지.
이왕 인물전 사는 김에 한글날도 다가오고 해서
<세종대왕>도 구매했다.
마음 같아선 전 시리즈를 다 질러 버리고 싶지만
이렇게 한두 개씩 사는 것도 나름 괜찮다 싶다.
5교시 미술 시간에 택배 아저씨가 알라딘 상자를 주고 가니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 선생님, 정약용 ~선생님 거예요? 선생님, 알라딘에서 책 사세요?" 물어보는 아이도 있고....
예전 같으면 30% 이상 할인받았을 텐데 도서정가제라서 조금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뭐.
교실에 놔두면 많은 아이가 보고, 꿈을 키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