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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 2014년 볼로냐 라가치 상 우수상 수상작 ㅣ Dear 그림책
니콜라 데이비스 글, 로라 칼린 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1월
평점 :
"볼로냐 라가치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이 그림책이 전부터 많이 궁금했었다.
오늘 학교 도서실 갔다 이 책을 발견하고 냉큼 가져와 교실에서 읽었다.
책을 보기 전에는 이 소녀가 바닥에 손으로 뭔가를 그리고 있는 줄 알았다.
그림책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다.
소녀는 누구에게 무슨 약속을 한 걸까!
소녀는 회색 도시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자신처럼 웃음을 잃은 사람의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훔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어느 날,
어둑어둑한 저녁에 소녀는 할머니의 가방을 낚아챈다.
할머니는 완강하게 버티면서
" 약속을 하면 가방을 줄게" 하는 말을 한다.
얼떨결에 소녀는 할머니에게 약속을 하고 가방을 받아든 채 집으로 온다.
가방을 열어보니 돈 대신 도토리가 잔뜩 있었다.
소녀의 심장은 그 순간 움직였다.
돈이 아니어서 실망하기 보다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소녀는 차가 뱅글뱅글 도는 로터리에 쭈그리고 앉아 도토리를 심기 시작한다.
회색 빛 일색인 도시 여기저기에 도토리를 심기 시작한다.
할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소녀가 도토리를 심은 자리에서 새싹이 나고
웃음을 잃었던 사람들이 나무 근처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웃기 시작한다.
소녀가 심은 도토리는 아름드리 나무가 되어 사람들에게 편안한 안식처가 되고,
소녀는 웃음이 없는 다른 곳으로 가 도토리를 심는다.
웃음을 잃은 소녀와 도시, 도시 사람들에게
도토리가 웃음을 선사하였다.
할머니에게 한 약속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끝까지 지킨 소녀의 마음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다시 만날 리 없는 할머니와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는 소녀의 마음이 참 갸륵하다.
나이 들어보니 나무가 참 고맙다. 날 미소짓게 하니까 말이다.
우리 아파트 화단에 모과 나무와 감 나무가 있는데 정말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생각 같아선 잘 익었을 때 하나 뚝 따서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모과 향기는 얼마나 향긋한가!
지나칠 때마다
"와우~ 저거 따고 싶다" 라고 말하지만 딸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저걸 누가 따서 가질까 궁금하긴 하다.
관리소에서 일체 가져갈까 아님 지나가던 행인이 호시탐탐 노리다 하나둘 따갈까?
그러고 보니 학교 화단에도 감 나무와 모과 나무가 있는데
어떻게 처리하실지 주무관님한테 물어봐야지.
전학교에서는 감을 일체 다 따서 학년별로 몇 개 씩 돌리기도 했었다.
아파트 화단이나 학교 화단에서 얻은 모과는 마트에서 사는 것과는 그 의미가 다를 듯하다.
지난 여름에는 학교 화단에 살구가 정말 맛있게 주렁주렁 열려 맛 좀 보나 싶었는데
하루아침에 다 사라져 너무 안타까웠다.
먹어보진 못하더라도
나무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모습만 봐도 참 행복하다.
소녀가 한 일이 이런 행복감을 맛보게 해 준 거라는 생각이 든다.
알록달록한 꽃과 잘 자란 나무, 대롱대롱 열린 열매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을 보니
<나무를 심은 사람><리디아의 정원><왕가리 마타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나무를 심고 가꿈으로 인해 나, 우리, 세상을 행복하게 만든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