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년의 봄 푸른숲 역사 동화 9
이현 지음, 정승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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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년의 봄이라!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한 해가 1392년, 그로부터 200년 후가 바로 1592년 임진년이다.

고등학교 때 국사 선생님이 조선을 건국한 지 200년 뒤에 큰 전쟁이 일어나는데 그게 바로 임진왜란이라고 하였다.

그 당시 임금은 선조였다.

왜란이 터지자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저 혼자 살겠다고 백성을 베고 북쪽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심지어 임진강을 건너지 못하게 배를 가라앉게 했다는 말도 있다.

이에 격분한 백성은 도성을 태우기 시작하였다.

백성을 버린 임금을 임금이라 칭할 수 있나 싶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동화 장르인 이 책은 이현 작가가 썼다.

전작 <나는 비단길로 간다>도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터라 정말 기대가 되었다.

임진년 왜란이 터지기 직전부터 왜란이 터진 그 때까지의 상황을

12살 협이의 눈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협이는 동래성에 사는 노비이다.

본래 양반이었는데 할아버지가 역모를 꾀했다고 하여 노비 신세가 되었다.

협이는 무동이 되어 임금님을 알현하는 게 꿈이다.

그래야 할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벗기고 온 식구가 면천이 되기 때문이다.

임진년 봄, 협이는 산수유 흐드러지게 핀 동래성을 뒤로 한 채 무동이 되기 위해 한양으로 떠난다.

 

무동과 창가비는 장악원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연습을 한다.

(무동은 춤 추는 아이이고, 창가비는 노래를 부르는 노비를 뜻한다.)

임금을 뵈어야 한다는 일념 하에 고된 훈련과 허수룩한 잠자리에도 불구하고

협이를 비롯한 삼택이 , 금금이는

열심히 춤과 노래 연습을 한다.


장악원을 관리하는 유 직장이라는 양반이 있는데

협이는 이 사람한테서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

분명 한양에 오기 전, 동래성에서 왜인과 이야기했던 사람과 동일 인물인데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고

서가에서 일본말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 것도 봤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움집 깊은 곳에 지도를 모으고 있었다.

이건 뭐지? 혹시 일본 첩자?

유 직장의 거동이 정말 수상하다.

금금이 말이 역모를 꾀하거나 첩자 노릇을 한 사람을 발고하면 면천을 받을 수도 있다는데...

광해군에게 유 직장의 수상한 행적을 발고하면 면천을 받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시탐탐 광해군를 만날 기회를 엿본다.


그러던 터에 동래성에 왜군이 쳐들어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고

동래성민 모두가 죽었다는 흉흉한 소식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이에 협이는 이성을 잃고 동래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

한편 협이의 발고 끝에 유 직장은 의금부로 잡혀가 고신을 당한다.

하지만

장악원에 온 후부터 가족처럼 함께 지낸 삼택이는 유 직장은 첩자가 아니라며

협이에게 다른 증거들을 들이미는데....

유 직장은 첩자일까! 아닐까!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화난 백성들이 도성에 불을 지르는 장면이다.

왜란이 터지자 선조 임금과 지체 높은 양반들은 저들만 살겠다고 백성을 베고 도성을 버린 채 줄행랑을 친다.

이에 격분한 백성들이

" 백성을 칼로 베고 도망치는 임금이 임금이냐!"

"오냐, 좋다! 임금도 버린 도성, 활활 불태워 버립시다" 하며

도성에 불을 지르기 시작한다.

이를 넋 놓고 바라보던 협이, 삼택이, 금금이를 비롯한 무동들을 향하여 이런 외침이 들려온다.

" 태조께서 한양으로 도읍을 정하신 뒤, 누가 땅을 다지고 성을 쌓고 길을 내었겠느냐? 임금님이 하였겠느냐, 대신들이 하였겠느냐? 조선 백성들이 쌓은 도성이다. 조선 백성들이 지은 대궐이야. 임금님은 때가 되면 바뀌지만 , 조선의 주인은 조선 사람이 아니냐? 그런데, 집에 불이 난 걸 그냥 보고만 있을 테냐?"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그렇다. 조선의 주인은 임금이 아니다. 바로 백성이다. 그 백성이 힘을 합쳐 나라를 지켰다.

 

마지막 작가의 말이 참 뭉클하다.

" 협이는 무엇 무엇이 되고 말겠다는 마음을 버렸다. 양반이 되겠다. 벼슬아치가 되겠다는 꿈을 내려놓았다.

그 대신 어떠어떠하게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겠다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도망치기보다

맞서 싸우겠다고, 친구들과 손잡고 용감히 나아가겠다고, 나중에 무엇이 되려고 하기보다 오늘을 뿌듯하게 살고자 애썼다."

 

지금을 잘 살자. 부끄럽지 않게 바르게 살자. 

오늘을 잘 사는 사람이야말로 이 땅을 지킬 수 있다. 임진년, 이름 모를 영웅들처럼 말이다. 


<추신>

얼마 전 반 아이들과 사회 시간에 지명에 대해 배우면서 알게 된 

인정, 파루, 피맛길이 이 책 속에 등장하여 엄청 반가웠다. (교과서에 종로, 피맛길이 나온다. )


인정- 조선 시대 통행 금지 제도. 통행 금지를 알리면서 매일 밤 10시 경에 28번 종을 쳤다.

파루- 조선 시대 통행 금지 해제를 알리기 위해 33번 종을 쳤다.

피맛길- 종로 근처 지체 높은 양반이나 벼슬아치들의 가마나 행렬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좁은 골목길

           (조선 시대 지체 높은 양반이 행차하면 일반 백성들은 모두 바닥에 꿇어 엎드려서 그 행렬이 지날 때까지 옴짝달싹 못했다고 한다. 한데 종로는 이런 행렬이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되었기에 백성들은 제 볼 일을 못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런 행렬을 피하는 피맛길이 생겨났고, 그 일대를 중심으로 먹자 골목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


이런 배경 지식을 알고 이 책을 보니 반갑고 재미있고 이해가 더 잘 되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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