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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위층엔 킹콩이 산다 ㅣ 라임 어린이 문학 7
심은경 지음, 권송이 그림 / 라임 / 2015년 6월
평점 :
국어 시간에 "부탁하는 글 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몇 명의 아이가 윗층에 사는 이웃에게 층간 소음을 줄이자는 내용으로 부탁하는 글을 썼다.
이처럼 층간 소음으로 인해 야기되는 이웃 간 불화와 피해는 아주 가까이에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층간 소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위층에 킹콩이 산다는 것은 층간 소음이 아주 심하다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다른 의미가 또 있었다.
신 나게 뛰어 놀고 싶어하는 아이의 자연스런 마음.
그 마음을 킹콩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용이는 언젠가부터 자기 안에 또 다른 자아 즉 킹콩 때문에 미칠 지경이다.
아무 때나 불쑥 튀어나오는 그 녀석 킹콩 때문에 엄마에게 혼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킹콩이 나올 때면 나용이는 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망각한 채 아이의 본연의 모습으로 귀의하여 열심히 뛰논다.
그 후에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아랫층 사람의 거친 항의성 인터폰이다.
부모님이 바쁘셔 잠깐 가 있게 된 작은 엄마 집에서도 층간 소음은 마찬가지였다.
위에서 들려오는 시도 때도 없는 소음에 나용이도 스트레스를 받지만
출산이 코앞인 작은 엄마는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 응급실까지 가게 된다.
나용이의 집, 작은엄마의 집, 다시 나용이의 집으로 공간 이동을 하는 것은
어디를 가든 층간 소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보여진다.
즉 층간 소음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일이라는 의미로 읽혀진다.
이런 시스템에서 놀고 싶고, 뛰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은 철저히 억압받고 있다.
뛰면 안 돼, 사뿐사뿐 걸어야 돼, 조용히 해야 돼 등
쉴새 없는 부모의 잔소리에 아이의 자연스러운 욕구는 원천봉쇄당한다.
아이가 뛰는 것은 당연한데 그걸 못하게 억지로 막아 놓고 있으니...
작가는 이런 현실을 의식해 아이 마음 속에 또 하나의 자아, 즉 킹콩이 사는 걸로 설정하였다.
아이는 뛰노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공동 주택에서는 지켜야 할 예절이 분명히 있다.
여럿이 함께 사는 공간이기에 이 둘이 부딪히는 경우가 빈번하다.
너무 식상한 이야기이지만 조금만 더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행동하면
지금 벌어지는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의 분쟁은 훨씬 줄어들텐데...
<앵무새 죽이기>의 에티커스 핀치 변호사가 딸 스카웃에게 한 말이 있다.
사람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바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말이다.
라임 시리즈는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 이야기는 어딘지 허전하다.
층간 소음으로 고통 받던 나용이 작은 엄마네와 윗층 사람들, 나용이네와 윗층 쌍둥이네가
너무 급작스럽게 화해하는 듯한 마무리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