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한 톨로 장가든 총각>이라는 옛날 이야기가 국어활동에 수록되어 있다.
"국어활동"이란 국어 보조교과서를 말한다.
평소에는 다루지 않다가
매 단원 마지막 차시에 다루도록 교육 과정이 되어 있다.
국어활동에 재미나고 좋은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는데
그걸 다 다루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서 안타깝다.
아이 스스로 짬짬이 읽으면 좋으련만 그런 아이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쉬는 시간, 놀기에도 모자란데 책 읽을 아이가 어디 있을까.
6교시 노곤해지는 시간에 이 옛날 이야기를 공부하였다.
옛날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밌다.
교과서에 실린 원문은 이 그림책이 아니다.
이잠 글, 김동성 그림이라고 나와 있는데 검색해보니 안 나온다.
교과서를 위해 따로 만든 것일 지도 모르겠다.
전래 동화니 줄거리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돌쇠라는 총각이 좁쌀 한 톨 달랑 들고 세상 구경 하러 길을 떠난다.
날이 어두워지자 주막에 들어가 주모에게 자신의 전 재산이라며 좁쌀 한 톨을 맡기고 잤는데
다음 날 보니 생쥐가 좁쌀을 먹어버린 게다.
돌쇠는 좁쌀을 먹어버린 생쥐를 주모한테 잡아달라고 하여 생쥐를 받아들고 다시 길을 떠난다.
이번에는 농가에서 묵게 되어 농부의 아내에게 생쥐를 맡기는데
그만 그 집 고양이가 생쥐를 꿀꺽 먹어버린다.
이에 농부의 아내는 생쥐 먹은 고양이를 돌쇠에게 준다.
고양이를 끌고 가던 돌쇠는 으리으리한 기와집에서 머물게 되고
거기서 개가 고양이를 무는 바람에 다시 개를 끌고 길을 떠나게 된다.
좁쌀 한 톨이 점점 커지는 게 전화위복이 되는 듯하다.
개 다음에 당나귀, 당나귀 다음에 암소, 암소 다음에는 무엇으로 바꿀까?
뒷 이야기를 상상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을 법하다.
그런데 어떻게 좁쌀 한 톨로 장가를 가냐고?
궁금하면 끝까지 이야기를 읽어보면 된다.
옛이야기의 특징은 권선징악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이 점에 입각하여 왜 돌쇠가 복을 받게 되었을까 생각해 본다.
좁쌀 한 톨로 장가를 가게 되다니.
그것도 정승 딸과 혼인을 하게 된 데는 무슨 이유가 있을까
그건 바로 돌쇠의 인성 때문이었다.
돌쇠의 두둑한 배짱과 당찬 성격 때문에 복이 들어온 셈이다.
가진 것 없는 돌쇠지만 정승 앞에서도 전혀 기 죽지 않고 할 말 다하는 돌쇠의 모습이 참 멋지다.
우리 아이들한테도 그런 당당함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읽고 나누다 보니
이 이야기 속에 여러 직업군이 나오고, 여러 집의 형태가 나와 배경 지식을 쌓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주모도 나오고, 농부도 나오고, 상인, 여관 주인, 백정, 정승까지
조선 시대 신분들이 총망라되어 나온다.
게다가 그들은 자신들이 키우던 동물이 돌쇠가 맡긴 동물을 잡아먹거나 해치자
군말 않고 자신의 동물을 내준다.
이런 착한 사람들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지금 같은 세상에서는 나 몰라라 할 텐데 말이다.
정승은 또 어떤가!
돌쇠의 생김새나 신분을 보기보단 돌쇠의 내면을 마음에 들어하여
금지옥엽 키운 딸을 덜컥 내주지 않는가!
사람을 알아보는 혜안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두둑한 배짱과 당당함 그리고 내면을 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면
복을 누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