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국어교과서에 시나 이야기를 읽고 재미있는 부분을 찾는 과정이 나와 있다.

이를 배우기 위해 두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하나는 그림책<방귀쟁이 며느리>이고 다른 하나는 동화<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이다.

둘다 정말 유명한 책이다. 

그런데 사계절에서 나온 세로 판형의 <방귀쟁이 며느리>를 읽어본 아이는 서넛 밖에 없었다.

이 이야기는 여러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개인적으로 사계절을 선호한다.

그림이 일단 아름답고, 옛날 책처럼 우철인 데다 세로글씨로 씌여져 있어 전통책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전통 방식을 본따 만들어진 책이라고 소개해 주니 아이들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로 글씨를 처음 접한 아이가 많았다.



그림책의 경우는 교과서 내용을 공부하기 보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하여 그림책을 도서실에서 가져와서 읽어줬다.

전라도 사투리가 얼마나 맛깔난지 모른다.

읽어주는 내가 웃겨서 키득거릴 뻔했다.

" ~하쇼 잉" 할 때마다 얼마나 웃긴지...

아이들이 참 집중해서 잘 들었다.

일단 방귀가 나오는 이야기는 아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 

다 읽어주고 나서는 재미있었던 부분이나 생각이나 느낌을 동시로 써 보자고 하였다.

한 번 써봐서인지 

방귀 이야기가 나와서 흉내 내는 말이 쉽게 떠올라서인지

훨씬 쉽게 동시를 써내려갔다.

재미있는 그림책 읽고 동시 연습까지 일석이조였다.



두번 째 나온 이야기는 발표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아이에 대한 동화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이다.

이 책 또한 정말 유명한 책이고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책인데 교과서에 실려있어 반가웠다.


우리 반에도 에르반이 여러 명 있다.

그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감정이입이 팍팍 됐을 듯하다.

에르반이 임시 선생님 비송 때문에 용기를 내어 손을 들고 발표를 한 것처럼

우리 반 에르반들도 다른 친구도 나처럼 두렵고 떨린다는 것에 용기를 얻고 힘 있게 손들길 바란다.


오늘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유독 마음에  남은 것은 에르반 부모님의 언행이었다.

작가는 에르반의 부모를 통해 

"부모라고 해서 자식에 대해 100% 다 아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려주고 싶었던가 보다.

하여 아이의 고민과는 다르게 엉뚱하게 상상하는 부모의 모습을  두번이나  보여준다.

에르반이 목요일마다 배가 아픈 이유가 따로 있는데

아빠는 에르반이 학교 가기 싫어 꾀병을 부린다 하고

엄마는 초콜릿을 많이 먹어 그런거라고 제멋대로 생각한다.

혹시 아이가 아무런 이유 없이 어디가 아프거나 학교 가기 싫다고 하면 뭔가 내적인 문제가 있는 것임을 알아채고

아이와 대화를 시도해 봐야 한다.

공부가 힘들어서일 수도 있고, 에르반 처럼 자신감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고, 선생님과의 관계 때문일 수도, 친구 문제일 수도 있다.

부모라고 해서 아이에 대해 모든 걸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책에 대한 생각과 느낌은 독서 일기로 써 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우리 반에는 에르반이 여러 명 있다.

그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어떤 생각을 하였을지 궁금하다.


* 하나 더*

가을이 온 게 확실하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기운 때문에 이불을 덮는다.

하늘은 어쩜 그렇게 파란지...

특히 어제 아침 (9월 7일)하늘은 그 어떤 그림보다 아름다와 출근길에 사진을 찍고 싶을 정도였다.

출근길에는 구름이 하나도 없더니 수영장 갈 때는 하나둘 구름이 얼굴을 내밀었다.

하교 시간에는 제법 구름이 많자 아이들이

" 구름 공항에서 구름을 많이 만들었네요" 한다.

함께 읽었던 데이비드 위즈너의 <구름공항>을 떠올린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많은 것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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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09: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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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13: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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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9 17: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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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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