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예배 시간에 읽어준 공광규 시인의 <걸림돌>이란 시는
일 주일 동안 무겁게 짓누르던 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안겨줬다.
4년 째 학교에서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올해처럼 침체된 적이 없다.
얼마 전에는 3년 내내 출석하시던 두 선배마저 개인 사정상 잠시 모임을 접는다 통보하셨다.
모임을 이끄는 사람으로서 맥이 빠질 수밖에...
새로운 회원 한 명을 필사의 노력 끝에 영입했는데
2명이 빠지니 결국 회원 수는 한 명 줄어든 셈이다.
기존 회원들도 그렇게 열심을 내는 것 같지 않고...
급기야 회의감이 몰려왔다.
이런 지경인데 독서모임을 계속 해야 하나?
에라 모르겠다 접을까?
독서 모임 안 한다고 뭐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나 혼자 열심을 낸다고 해서 모임이 성사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들은 여전히 어린이책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아니 책 읽어주기의 중요성 조차 모르는 듯하다.
그냥 벽에다 소리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도 지쳐서
' 그래. 이만큼 했으면 됐다. 이쯤에서 접자, 포기하자' 싶었을 때 이 시를 들려주셨다.
어제 목사님 설교 제목이 " 살아내라" 였는데 그게 답이었다.
그래서 남은 6개월 동안 살아내보려고 한다. 버텨보려고 한다.
아이들한테 책 읽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독서 모임도 이렇게 마음 모으기 힘든데
아무도 쳐다보지 않고 관심 가져 주지 않는 외진 곳에서
"정의"를 위해 외롭게 싸우고 있는 분들은 정말 대단한 듯하다.
<앵무새 죽이기>의 핀치 변호사처럼 말이다.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 장애 ' 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되 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