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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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무새 죽이기. 제목부터 뭔가 심상치 않다. 이 책은 불편하다. 책을 읽는 동안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책에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편견과 차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인간적이라고 욕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런 적이  없을까? 한번쯤 있을 거다. 별로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누군가가 그 문제에 대해 마음을 후벼파고 진실을 고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책은 어린아이인 스카웃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스카웃이 바라본 세상은 별로 자비롭거나 평화롭지 못하다. 책 내용 중에 톰 로빈슨이란 흑인이 재판을 받는 내용이 나온다. 로빈슨이 항상 다니던 길 주변에 있는 유얼 가의 집 딸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유얼 가는 메이콤 동네에서 잘 알려진  파탄난 가문이었지만 그들은 백인이었기에 법정은 유얼 가에 유리하게 돌아간다. 명백한 증거도 없고 증언과 증언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로빈슨은 유죄 판결을 받는다.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심원들은 당연하다는 듯 모두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스카웃의 오빠 젬은 판결 결과를 듣고 크게 실망한다. 아무 증거도 없는데 왜 로빈슨이 감옥에 가야하냐고, 사람들은 정말 진실을 못보는 거냐고, 너무너무 슬프다고.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그들이 오래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한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정말 그가 잘못한 것인지 단지 흑인라는 것으로 유죄판결을 받아야 하는지 그것에 대해 생각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고 했다. 고작 그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애티커스 핀치 라는 한사람으로 인해 그 재판에 대해 골똘히 고민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바로 나같은 사람 말이다.


그 당시엔 흑인들은 진정 자유롭지 못했다. 자유를 가지고 있으나 차별 받았고 무시당했고 굽히고 들어가야 했다. 잘못을 하지 않았어도 재판만 받으면 순식간에 유죄 판결이 나곤 했다. 왜냐고? 그들은 흑인이니까. 그 이유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우리는 일상속에서 차별을 하며 살고있다. 나는 차별이 영원히 사라질수는 없다고 본다. 인간사회 속에는 언제나 무시 당하는 약자가 존재했었고 그들을 보살펴주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그런 일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 사람이 애티커스 핀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의 행동으로 우리는 평등에 한발짝 다가설수 있다. 누구든 할수 있지만  감히 못하는 일. 그 일을 애티커스 핀치가 해냈다. 차별과 무시, 무관심이 판치는 세상속에서 난 차별받는 그들을 지지한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깜둥이 연인이라고 놀림 받고 얼굴에 침을 뱉는 사람과 함께 지낼 수 있는가? 


처음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그러나 한번 첫 발을 내딛고 나면 그다음 부터는 느리지만 천천히 변할 수 있다. 글을 쓰는 일이 그렇다. 글을 쓰기 전에는 생각을 많이 하고 이렇게 해야 문장이 잘나올까 어떻게 하면 내 글의 주제가 잘보일까 고민한다. 사실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우선 연필을 잡아보자. 그리고 써내려 가며 생각하는 거다. 써내려 가면서 글의 흐름이 정해지고 여러 생각도 풍부해 진다.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시작한 것은 쉽다. 

앵무새 죽이기의 애티커스 변호사가 평등과 정의의 첫발을 띤 것 같다. 사람들이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고, 심각성을 깨닫게 하며 반성시키는 것부터 말이다. 이일은 정말 힘들다. 그 당시 사회로 봐서 흑인에 대한 반발이 심했는데, 흑인 편을 들고 세상을 등지고 서는 것은 위험하기도 하고 자신의 평판을 깎아내리는 짓이다. 애티커스 핀치 변호사는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꿔보고자 그것을 시도했다. 나는 그것을 시작했다는 것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나비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나는 이 말이 백번 옳다고 믿는다. 지금 하는 날갯짓이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저 쪽 어딘가에서 큰 태풍을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애티커스 핀치가 아무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던 심각한 문제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메이콤의 인종차별은 좀 사그라들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우리도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 보겠지. 대부분은 책을 다 읽은 후에 나처럼 불편할 것이다. 마음 한구석이 쿡쿡 쑤시고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 아직 우리의 양심이 잘 살아있다는 증거다. 그 느낌을 잊어서는 안된다. 애티커스 핀치처럼 정의로운 세상으로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각자 우리의 자리에서 세상을 아주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기 위해 할수 있는 것들이 있다. 유창한 것이 아니라도 말이다. 예를 들면 나처럼 이런 좋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쓰고 친구에게 알려준다던지, 학교에서 차별이 일어나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차별 받는 아이 편에 서주는 행동 말이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아주 작은 일이라도 앞장서서 피해 입은 사람을 돌봐주는 사람, 세상을 지금 당장 뒤집는 게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그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사람, 그로 인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좋아지기를 소망하는 사람, 거창한 말뿐이 아니라 소소한 것에도 실천하는 사람, 그것이 진정한 리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중2 딸이 쓴 리뷰를 그대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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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09: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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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8 14: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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