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미술 영재 집중 수업이 이번 주 내내 잡혀 있다.
덕분에 방학이 아닌 듯하다.
모녀 모두 늘어지게 늦잠도 못 자고 학교 다닐 때처럼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다.
방학하자마자 휴가를 다녀온 것도 영재 수업 때문이었다.
미술을 좋아하긴 하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영재원 가는 게 못마땅한 딸은
아침마다 갖은 인상을 쓰며 비틀대며 일어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영재원이 집에서 멀기 때문에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느라 나도 힘들다.
오늘은 오토마타를 만들기 위해 과학 영재원이 있는 초등학교로 데려다줬다.
비오는 출근길이라 얼마나 차가 막히는지...
그제 설계도를 그리는데 딸이 뭐라 설명해주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다.
일찍 일어나 가는 것은 싫은데 막상 활동을 하면 재밌다는 딸의 말에 그나마 다행이다 싶다.
어제 영재 수업 학부모 참관이 있어
엄마들이 모처럼 모여 참관은 제치고 수다를 떨었다.
미술 영재 엄마의 고민은 한결 같다.
일반 고등학교에 보내야 하는지 예고에 보내야 하는지.
딸은 일찌감치 돈으로 차별하는 예고가 싫다고 하여 난 그 고민에선 벗어났지만서도..
예고에 보내야한다면 두 가지 문제가 따른다.
(일단 미술적 재능은 있다고 가정하고)
성적이 올 A가 되어야 하고, 재정적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이 두가지 문제 때문에 늘 고민이란다.
이건 아이 공부가 되건 안되건
재정적 여유가 있건 없건 마찬가지인 듯하다.
미술 영재가 공부까지 잘해야 한다는 게 늘 불만인 나이지만
우리나라 대학에서 그런 인재를 뽑겠다는 데 힘 없는 을이 어쩌겠나!
그렇게 맞추든지 아님 이 나라를 떠나든지.
영재 담담 교사와 상담을 하고 온 엄마들 말을 들어보니
선생님 말씀이
점점 더 미대 입시가 발상, 전환, 창의성을 위주로 뽑는 추세라고 한다.
현재도 상위권 미대는 실기보단 내신 위주로 뽑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공부를 끝까지 잡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고 한다.
영재원 아이들은 기본 재능은 갖추었으니 실기는 바짝 하면 따라갈 수 있단다.
하지만
공부는 그렇지 못하니 공부 즉 내신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예고 나와도 상위권 아이들만 좋은 대학 가고 나머지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란다.
이말은 예고에 너무 목 매지 말라는 말로 들린다.
일반고 가서 차곡차곡 내신을 잘 쌓으라는 말.
그런데
그렇게 힘들여 ㅅ대, ㅎ대 미대 나와도 자신의 예술적 재능을 펼치고 창작 활동을 하고 사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예전 우리 학교 공익이 그러는데
자기 동생이 선화예고 나와 피아노 전공했는데
들인 돈과 시간에 비해 정말 할 게 없다고....
엄마들 중에도 미대 나온 사람이 몇 있는데 그냥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며 한탄한다.
아니면 미술 학원 내지는 방문 교사를 하던가.
미대 나온 사람 대부분이 그렇다는 게 현실이란다.
미대 나와서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창의성을 발현하고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라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입시 상황에서
아이들은 미술에다 공부까지 해야 하는 2중 부담을 안고 살아야 한다.
공들인 거에 비하면 정말 그 효과는 현저히 낮을 뿐더러 아이의 미래 또한 불투명하다.
차라리 그럴 바엔 그 돈과 그 힘으로 공부에 전력을 기울이는 게 더 낫지 않냐란 말도 나오고...
미술 영재 엄마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미술을 좋아하고 재능 있는 아이가 미술이 아닌 다른 길로 가는 게 맞는 것일까?
남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것은 분명 축복 받은 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더 고민이 커지는 것을 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