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강풀 작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봤다.
저렇게 사랑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남편이 다시 보였다.
잘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물론 작심삼일이지만서도...
강 작가는 자신의 할머니를 보고 노인의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단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보니 할머니도 젊은이처럼 똑같다는 걸 깨달았단다.
비록 몸은 늙었지만 여전히 여자였고, 귀여웠으며, 사랑스러웠단다.
노인들의 사랑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탄생하였다.
<소나기>처럼 풋풋한 첫사랑도 아릅답지만
지고지순한 노인의 사랑 이야기도 정말 감동적이었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 갔을 때
나폴리 근처 "피지요"라는 휴양지에서 묵은 적이 있다.
워낙 안전한 곳이라 하여 딸과 함께 화덕 피자를 사러 거리로 나왔다.
마침 축제 기간이라서 시끌 벅적하였고 사람이 꽤 많았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 중에 유독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많았다.
오래된 휴양지라서 노인이 많이 온다고 했다.
숙소에도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카드 놀이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백발의 노부부가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이 정말 많이 보였다.
젊은 남녀가 손 잡고 가는 모습을 보며 아름답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드는데
허리 구부러진 노부부가 손 잡고 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예전부터 노부부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늙어가야지 생각하곤 했었다.
만화책에는 아름다운 두 쌍의 노인이 등장한다.
한쌍은 오랜 시간 부부로 지낸 사이이고
다른 한쌍은 마지막 사랑이 될 지도 모르는 사랑을 시작한 남녀이다.
전자는 치매를 앓는 아내와 그녀를 극진히 보살피는 남편의 사랑 이야기이다.
후자는 젊을 때 가부장적인 모습만으로 일관하다 아내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후, 뒤늦게 후회하며 속죄하듯 사는 욕쟁이 할아버지와
어릴 때 고향을 떠나 단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이 고생만 하였고, 지금은 폐지를 주워 근근히 사는 송씨 할머니의 사랑 이야기이다.
각자 슬픈 사연을 안고 있고 팍팍한 삶은 마냥 고달프지만
장마에 찾아온 한줄기 햇살처럼 어느 날 찾아온
"사랑"과 "우정" 덕분에 인생의 마지막을 행복하게 사는 네 노인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이 만화가 영화로 만들어져 나왔을 때 인연이 닿지 않아 보지 못 했다.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로 먼저 봤다면 감동이 줄었을 것 같다.
네 명의 노인이 보여주는 사랑과 우정은
살면서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끔 한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은 책 속에서 욕쟁이 김만석 할아버지가 송씨 할머니한테 고백하는 말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면 하늘나라에 먼저 간 아내에 대한 예절이 아니라고 생각하여
"그대를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는 김만석 할아버지의 마음 씀씀이에 고개가 숙여졌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오래 참고,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무엇보다 나보다 상대를 더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이다.
백년 가약을 맺은 옆사람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고
장점보다 단점이 많이 보이며
전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줄었다 싶은 분에게 권해 주고 싶다.
은애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