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당직 날이다.
출근할 때보니 하늘이 가을처럼 정말 푸르렀다.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이런 날 당직하러 가야하다니 쩝
근무라고 해 봤자 딱히 할 일이 없어 페이퍼 2개를 썼다.
도서실 근무면 그림책을 여러 권 읽을 수 있는데
이번에는 교무실 근무라 마땅히 읽을 책이 없다.
신문을 읽을까 봤더니 " ㅈ" 일보다.
" ㅎ" "ㄱ" 신문을 보는 학교가 과연 있기나 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혁신학교는 신문부터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다.
집에서 책을 가져올걸....
잠결에 나오느라 못 챙겨왔다.
본교 중앙현관은 북 카페처럼 꾸며져 있다.
한 바퀴 둘러보는데
적당한 책이 눈에 들어와서 교무실에 가져와서 읽었다.
절반 정도 읽었다.
전부터 제목은 알고 있던 책인데 인연이 닿지 않던 책이었다.
수퍼남매가 이제 점점 커가니 뉴베리상 수상작에 눈길이 간다.
먼저 읽고 수퍼남매(특히 누나)에게 소개해 주려고 말이다.
로널드는 지적 장애인이다.
알코올 중독자 엄마와 단둘이 빈민가에 살고 있다.
버논(화자)은 이 둘을 길거리에서 만나게 된다.
처음엔 미치광이 같은 로널드 엄마를 향해 친구들과 함께 짖궂은 장난을 쳤다.
로널드 엄마가 자신의 엄마가 로널드에게 친절을 베풀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 후부터 조금 달라진다.
급기야 로널드 모자를 위해 마당 청소도 해 주고.
로널드와 놀아주기도 하고,
로널드가 장애인 특별 올림픽에 나갈 수 있도록 바자회를 열기도 한다.
버논이 원래부터 측은지심이 많은 아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측은지심을 유발하는 아이였다.
엄마는 3년 전에 뇌졸중으로 돌아가시고,
아빠와 5남매가 근근이 살고 있는 형편이다.
게다가 버논은 난독증 비슷한 게 있어 학교 성적도 바닥이다.
그런 버논이 로널드 모자를 돕는 위치에 있다니 말이 안 될 수도 있다.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것은 꼭 상대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만 해서 가능한 게 아니다.
버논이 그걸 몸소 보여준다.
버논이 자발적으로 로널드를 위해 바자회를 연 날(바자회는 성공적이었다. )
버논에게 고마워해야 할 로널드 엄마가 술에 만취되어 한바탕 난리를 치는 대사건이 벌어진다.
의도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닌 게 인생이니까.
버논은 로널드 엄마 때문에 심한 분노를 느낀다. 왜 아니겠는가!
로널드를 위해 벌인 행사인데 망쳐놓고선
오히려 "동정하지 마"라고 말하다니...
이제 겨우 서로를 향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던 버논과 로널드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맥신 아줌마가 로널드가 다니는 학교의 특수 교사가 보는 앞에서 사고를 쳐서
아무래도 상황이 긴박하게 바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