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양이 - 흥남부두의 마지막 배, 온양호 이야기
선안나 글, 김영만 그림 / 샘터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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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목요일은 6.25가 들어있어요. 메르스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기억하고 계시죠?  1950년에 한국전쟁이 일어났으니 벌써 65년 되었네요. 그 때 태어난 아기는 이제 환갑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있겠네요. 이 날이 빨간 날도 아니니까 어른이 굳이 이야기 해주지 않으면 아이는 모르고 지나가기가 쉬워요. 하여 그 날 읽어줄만한 그림책을 2권 뽑아서 메신저로 본교 선생님들께 소개해 드렸더니 몇 분이 반 아이에게 읽어주시겠다며 책을 빌려갔습니다. 저로선 매우 기쁘죠.  부디 많은 교실에서 선생님의 책 읽어주는 소리가 들렸으면 합니다.

 

  달력을 보면,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날이 꽤 있습니다. 국경일 뿐 아니라 식목일을 비롯해서 여러 날이 있죠. 전 주로 그림책을 이용해 계기 교육을 하곤 하는데 효과 만점이에요. 그림책 뒤에 부록으로 그 날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부모나 선생님은 조곤조곤 읽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참 쉽죠 잉~~?

 

  이번에 소개할 책은 <온양이>라는 책이에요. 고양이도 아니고 온양이? 이름이 조금 이상하죠. 이 그림책은 6.25 전쟁 때 마지막 피란선이었던 온양호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영화 <국제시장>에 흥남부두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전 그 영화를 보지 못 했네요. 

 

  6.25 전쟁이 발발하고, 수세에 몰렸던 남한이 유엔의 도움으로 수도를 탈환하게 됩니다. 그 여세를 몰아 북으로 진격하여 올라갔을 때, 인해전술로 내려온 중공군 때문에 또 한 번 난리가 나죠. 이에 북한 사람들은 고향과 가족을 등지고, 남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저희 친정 엄마 고향이 평양이거든요. 얼마 전 엄마 집에 갔을 때  엄마한테 물었죠. " 엄마, 근데 엄마는 왜 평양에서 피난 나왔어? "  엄마는 1.4 후퇴 때 피난을 왔는데 중공군이 인해전술로 내려오면 북한에 있는 사람을 모두 죽인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온가족이  고향을 등지고,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고 합니다. 평양에서 부산까지 도대체 얼마 동안 걷고 또 걸었을까요? 추운 겨울에 이고지고,,,  어릴 때부터 엄마 피난 나오는 이야기를 마르고 닳도록 들었는데 왜 피난 나왔는지는 이번에 처음 물어봤네요. 

 

  함흥에 살던 명호 가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 함흥이 불바다가 될 거래요.  중공군의 인해 전술에 밀려 미군이 후퇴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미군 철수가 끝나면 폭탄을 떨어뜨린다는 소문이 있어요. 일본에 떨어진 것과 같은 원자 폭탄 말이에요."

친정 엄마가 들었다는 소문과 흡사합니다. 이런 소문에 휩싸여 북한 주민들은 오래된 고향을 등지고, 가족과 헤어진 채 힘든 피난 길에 오르게 됩니다.

 

  소문을 들은 명호 할아버지는 늙은 자신은 놔두고, 명호와 동생, 명호 엄마를 피난 가라고 합니다.  명호 아버지는 전쟁터에 가 계신 지 몇 달 째입니다. 그렇게 명호 가족은 피난 행렬에 오릅니다. 엄마는 만삭이었습니다.

 

  명호 가족을 비롯한 피난민들은 남으로 가기 위한 배를 타려고 흥남 부두로 향합니다. 때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나흘 만에 흥남 부두에 도착하니 정말 사람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서로 배에 타겠다고 아우성 치는 사람 틈 속에서 명호는 만삭인 엄마와 동생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배에 타기 전 표검사를 하는데 국군 가족, 미군을 도운 사람들, 기독교인을 먼저 태웠다는 이야기가 책에 나와 있습니다. 그 때도 역시 배에 타는 우선 순위가 있었나 봅니다. 서로 타겠다고 난리 치는 바람에 "바다에 떨어지는 사람도 있고, 닫히는 선수 문에 끼어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고, 부모 형제와 헤어져 울부짖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습니다."라고 그 때 상황을 전해줍니다. 바로  아비규환이 따로 없죠.

 

  죽기 살기로 배에 오르는 모습은 친정 아버지로부터 여러 번 들었던 장면이기도 합니다. 평안북도 정주가 고향인 친정 아버지도 추운 겨울에 혼자 피난을 나왔다고 합니다. 그 때도 이처럼 서로 배를 타겠다고 서로를 올라타고 , 앞 사람을 밟고 하는 바람에  아버지는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 죽었구나!" 생각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있는 힘을 다해 그 얼음물을 뚫고 헤엄쳐 겨우 배에 올라탔다고 하시더군요. 이야기 듣다 보면 영화가 따로 없어요. 부모님은 그 때 피난 나온 것을 마치 어제 일인 듯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세요.  왜 안 그러시겠어요.  그나마 엄마는 온가족이 피난 나왔지만 아버지는 혈혈단신 혼자 남으로 내려왔으니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얼마나 그리울까요!

 

  이렇게 흥남부두에서 마지막 피난민을 태웠던 역사적 사건을 "흥남철수 "라 하고 그 마지막 피란선의 이름을 "온양호"라고 합니다. 명호의 가족은 다행스럽게 온양호에 탔습니다. 만삭인 어머니는 그 곳에서 아이를 출산하였답니다. 명호의 할아버지처럼 수염이 햐얀 할어버지가 " 다시는 이리 모진 추위 겪지 말고 따뜻하고 환하게만 살아라" 며 아기에게 "온양이"라는 이름을 지어줬습니다. 온양이는 온양이가 타고 온 배의 이름과도 같지요. 그러고 보니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네요. 

 

  온양이가 살아 있다면 지금 65세가 되었겠네요. 이름처럼 따뜻하고 환하게 잘 살았을까요? 북에 두고 온,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만났을까요? 온양이처럼 정든 고향, 사랑하는 가족과 헤어져 남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사람이 정말 많습니다. 또한 남과 북으로 갈라져 생사도 모른 채 지내는 이산 가족이 지금도 있습니다. 6.25 전쟁으로 인해 다치거나 죽은 사람도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그 때 돌아가신 분의 유골을 아직도 찾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시간이 오래 지났다고 해서 그 아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들의 아픔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아이에게 6.25에 대해 알려줘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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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3 1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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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23 15: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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