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지식인 연암 박지원

박지원 ㅣ 새싹 인물전 44
김종광 지음, 백보현 그림 / 비룡소 / 2011년 6월

  3학년 국어 교과서에 연암 박지원이 백영숙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어요. 옛날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했는지 알려주기 위해 박지원이 백영숙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3학년 아이 중에 박지원을 아는 아이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 책벌레 1-2명 정도만 알 듯해요. 그것도 " 있잖아, 양반전을 지은 사람 말이야"라고 부연 설명을 해야  박지원을 알 것 같아요.  게다가 친구인 백영숙이 누구지? 저도 궁금했어요.  자료를 찾아보니 무사 백동수를 그렇게도 부른다고 하네요. 아이들이 박지원과 백동수를 알 리 없어 도서실에 가서 박지원을 쉽게  설명해 줄 그림책을 찾아봤어요. 사서 선생님이 검색을 해주서셔 비룡소에서 나온 <새싹 인물전>에 마침 있다는 걸 발견했어요. 얼씨구나 잘 됐다 싶어 교실에 와서 읽어봤어요. 글밥이나 내용이 3학년 아이에게 딱이다 싶어요. 물론 혼자 읽는 것보다 어른이 읽어주면 더 좋겠죠. 뒤에 부록은 아이 혼자 읽어내기에 쉽지 않거든요. 본문에도 실학, 북학파 등 역사적 용어가 자주 나오거든요.  역사적 배경 지식이 없는 아이가 혼자 읽어내기엔 어려울 듯해요. 옆에서 어른이 부연 설명해 주면 잘 이해할 수 있겠죠.

  이 책을 먼저 읽어주고나서 교과서를 공부하면 이해가 잘 되겠다 싶어요. 제가 자기주도학습 연수에서 들었는데 공부를 재밌고 즐겁게 하는 방법은 배경 지식이 좀 있어야 한대요. 하나도 모른 상태에서는 흥미가 생기지 않고 공부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박지원에 대한 배경지식이 조모 생긴 다음 교과서 공부를 하면 왜 두 사람이 이런 편지를 주고 받았는지 박지원은 인물됨은 어떠한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자! 그럼 박지원에 대해 살펴볼까요? 몇 년 전까지 저에게도  박지원은 국사 시간에 외웠던 수많은 위인 중의 한 명이었어요. 그러다 <책만 보는 바보>라는 책을 보면서 연암 박지원이 정말 난 사람이구나 알게 되었죠. 그 책에서는 박지원을 비롯해서 백탑 주변에 모여 살던 여러 북학파의 대가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의 열정, 우정, 충성심, 고민, 백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책이에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이죠. 나이, 신분을 뛰어넘는 그들의 우정을 보면서 참 부럽고 느끼는 바가 많았답니다. 그 등장인물들이 가장 존경하는 분이 바로 연암 박지원이었어요. 실학자, 소설가, 관리자 등등..... 한 두 마디로 그를 표현할 수가 없네요. 

  부록에 있는 손자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 약간 무섭고 선비의 고집스럽고 꼬장꼬장한 모습이 엿보이는데 나이와 신분을 초월한 그의 어울림을 보면 아주 진보적인 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외모로만 판단해선 안 되겠어요. 게다가 그의 문학 작품을 들여다 보면 양반을 비판하는 풍자소설이 많잖아요.  형식주의에 사로잡힌  양반을 꾸짖는 그런 소설을 써서 양반을 돌이키려 했다는 것만 봐도 백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알 수 있어요.

  자신만의 독특한 문체-나중에 연암체라고 불리게 되죠-를 개발하여 고문체에 얽매이지 않은 것도 얼마나 창의적이고, 배포가 큰 지 보여주는 대목인 듯해요. 다른 작품도 물론 훌륭하지만 박지원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할 수 있는 <열하 일기>는 언젠가 꼭 읽어보고 싶어요. 책장에 고이 자리를 차지하고만 있거든요. 이번 여름 방학 때 한 번 도전해볼까요? 그 당시에도 선비들이 앞다투어 <열하일기>를 읽겠다고 했다니 지금으로 말하면 베스트셀러인 셈이죠. 연암은 우스개 소리도 잘했다고 하니 팔방미인이 아니었나 싶어요.

  공부를 즐겨 하고,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며,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을 고민하고, 먼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사람, 아울러 인품이 좋아 주변인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을 지식인이라 한다면 연암 박지원이야말로 진정한 지식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에도 박지원 같은 참지식인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그래야 국민의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요? 박지원이 관리자로 있는 4년 여 동안, 백성들은 요순시절이었다고 합니다. 하여 박지원이 한양으로 돌아갈 때 기념비를 세운다고 하자 박지원이 노발대발하였다는 일화가 실려있더군요. 참지식인의 모습이 바로 그런 모습이 아닐까요? 참지식인은 널리 백성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