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소동 반달문고 27
송언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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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이의 눈에서 바라보고 아주 재미나게 들려주는 송 언 작가의 <돈 잔치 소동>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 책은 돈에 대한 아이의 마음을 살짝 엿보게 한다. 아이도 어른과 마찬가지로 돈 앞에 비굴해지고, 돈에 쩔쩔매는 모습을 보면서 웃기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였다. 나도 작가와 유사한 경험이 있다. 이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 때 우리 반 녀석들도 친구끼리 돈 거래를 하여 호되게 야단 친 적이 있다. 내가 털보 선생님이었다면 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생각하며 읽으니 더 흥미로웠다.

 

  한수연이 일기장에 이윤지가 반 친구 여러 명에게 돈을 줬다는 신고를 함으로써 사건은 시작된다. 다음 날, 털보 선생님은 돈잔치를 벌인 장본인 이윤지와 이윤지의 돈을 받은 10명을 한 명 한 명 소환하여 사건의 전말을 물어보고 재판을 한다. 적게는 500원에서 많게는 15000원까지 받았다고 하니 3학년 녀석들이 대담하기 그지 없다. 아이들은 이윤지가 공짜로 주는 돈의 달콤한 꾀임에 넘어가 냉큼 돈을 받았고 각자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던 터였는데 한수연의 일기 때문에 들통이 난 거다. 선생님의 날벼락 같은 호통에 돈 받은 아이들은 혼비백산한다. 공짜로 줬는데 돈을 갚으라는 선생님 말씀에 항의를 하는 아이도 있었지만 털보 선생님은 공짜로 받은 돈도 갚아야 한다고 불호령을 내리셨다. 털보 선생님은 당장 내일까지 이윤지에게 받은 돈을 갚으라고 하였다.

 

  그렇담 왜 이윤지는 아무 댓가도 없이 친구에게 돈잔치를 한 걸까! 거기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다. 윤지가 자신을 나무라는 엄마를 향해 대드는 말을 살펴보자.엄마가 내 입장이 돼서 한 번 생각해 봐. 아빠는 외국에 가있고 엄마는 회사 일 때문에 날마다 바쁘잖아. 엄마가 언제 내 걱정을 해 준 적이 있어? 엄마가 나를 위해 시간 내주고, 놀아주고, 딸의 고민이 뭔지 알아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느냐고. 일요일에도 엄마는 피곤하다고 잠만 자잖아!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거기에 푹 빠져들 수도 있는 거지, 아니야?” 물론 윤지의 마음이 이해되긴 하지만 그렇다고 윤지의 돈잔치가 정당화될 순 없다. 다만 윤지의 말에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은 분명 그럴 만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지의 항변을 들어보니 마음 한켠이 짠해진다. 딸이 이런 생각을 할 동안 엄마가 너무 무심했으니 엄마부터 반성해야 한다. 이럴 때 하는 말이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건가 보다.

 

  내일까지 당장 돈을 갚으라는 털보 선생님 불호령에 아이들은 제각각 창의성을 발휘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엄마에게 솔직히 말해 돈을 타내기도 하고, 자신의 물건을 저학년에게 팔아 돈을 구하기도 하고, 형을 꼬드겨 돼지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기도 하고 말이다. 아이들은 그러면서 돈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는구나 느끼기도 하고, 잘못된 돈거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스스로 알게 된다. 이런 호된 경험을 한 아이는 자라서 뇌물을 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된다.

 

  다른 아이는 여차저차 돈을 갚았으나 마지막 황고집불통이 별명대로 고집을 부리며 돈 못 갚는다고 하는 바람에 이윤지와 황고집불통은 매일 10분씩 엎드려뻗쳐 벌을 받는다. 이윤지는 왜 벌을 받느냐고? 그건 털보 선생님의 판단이다. 이윤지가 바로 이 돈잔치 소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나라면? 끝까지 돈을 못 갚겠다는 황고집불통 집에 전화를 했을 것이다. 황고집불통에게서 김구천구백이의 향기가 난다. 황고집불통이 돈을 갚지 않으면 계속해서 매일 10분씩 벌을 받아야 하는데 이윤지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궁금하면 직접 책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교실에서는 가끔 이렇게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돈을 갚는 과정을 보면서 이런 일을 통해 또 한 뼘 성장하는구나 느껴졌다. 돈잔치를 벌인 이윤지와 돈을 받은 10명의 친구는 아마 다시는 이런 돈거래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쉽게 얻은 돈은 쉽게 쓰기 마련이다. 아무런 노동 없이 거저 생기는 돈은 독과 같다. 뇌물이 그렇지 않은가.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진실은 언제든 밝혀지게 된다. 아이도 한번은 돈의 유혹을 받기 마련인데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미리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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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4 2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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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6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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