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35년 된 날이었다.

 

  몇 년 전부터 518이 되면 이 날이 무슨 날인지 설명해 주고 있다. 2년 전부터는 이와 관련된 좋은 그림책이 나와 그림책을 읽어주게 되었다.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묻는다면, 이런 나의 행동이 아직도 가족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광주시민을 향한 작은 양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실천은 교직에 머무는 한 어떤 학년을 맡더라도 지키려고 한다. 세월호 이야기, 광주 이야기, 625이야기 등등. 아이에게 감추고 싶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사실대로 제대로 알려주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고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어 한 시간, 수학 한 시간 공부 못 하면 좀 어떤가! 그보다 올바른 역사인식을 뿌리내리도록 도와주는 게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어른 중에는 아이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알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난 생각이 다르다.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세상의 아름다운 이야기만 들려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권정생 작가도 자신이 주로 슬픈 이야기를 쓴 이유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슬픈 일이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세상이 어디 아름다운 이야기로만 채워져 있던가! 그렇지 않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면 반드시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아이도 자신이 사는 세상의 양면을 다 아는 게 옳다고 생각하다. 아름다운 이야기,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를 골고루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

 

  혹자는 어른이 되면 자연히 알게 될 걸 굳이 어릴 때 아름답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충격을 주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이 때 세상의 어두운 면을 알지 못한 아이가 자라면서 세상의 후미지고 소외된 곳에 관심을 가지고 눈길을 돌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어른이 되고나서 알아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영원히 알고 싶지 않다는 핑계일 지도 모를 일이다.

 

  1교시에 518민주화운동 관련 그림책 <오늘은 5월 18일>을 읽어줬다. 이 그림책을 낸 작가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혼자 말할 때보다 그림책 읽어주면서 중간중간 보충 설명을 해 주니 훨씬 수월하다. 우리 반 다 읽어주고나서 독서모임 선생님께 쪽지를 보내 필요하시면 빌려가라고 했다.  두반이 답신을 보내와서 아마 그 반도 선생님이 읽어주셨을 거다. 내년에는 더 많은 교실에서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는 작은 소원이 생겼다.

 

  그림책의 매력은 바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작가의 이력을 읽다가 이 책이 작가가 고 3일 때 옆집에 살던 친구에게서 모티프를 얻어 쓴 거란 걸 알게 되었다.  당시 광주에서 고3이었던 작가는 민주화를 부르짖던 친구가 돌아오지 않고 남겨진 친구 가족의 슬픔을 목격한 모양이다. 작가는 30여년 동안 얼마나 무거운 짐을 안고 살았을까! 작가는 얼마나 쏟아내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나온 그림책이라서 이렇게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작가의 세번 째 작품이 기다려진다.

 

 

  지난 번 가족 여행 때 보성 녹차밭을 가면서 보니 518역사관 이정표가 보였다. 거기도 들러보고 싶었는데 일정이 빡빡하여 가지 못했다. 다음엔 애들 데리고 꼭 가보고 싶다. 엊그제 뉴스에 보니 어떤 30대 학부모가 두 아이 손을 잡고 518역사관에 와서 이런 인터뷰를 하였다고 하다. 왜 어린 자녀를 이끌고 와서 이런 끔찍한 사진을 보여주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머니는 "아이도 알아야하니까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맞다. 아이도 알아야 한다. 그저 쉬쉬 덮는다고 해서 부끄럽고 아픈 역사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518도 그렇게 오랜 시간 가리고 감추고 덮으려고 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그림책으로도 나와 진실을 알려주고 있다.

 

  35년이 흘렀다고 해서 그 일을 겪은 광주 시민의 아픔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그들의 아픔을 공유하는 것은 이렇게 잠시라도 그들의 아픔을 되새겨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아프고 슬픈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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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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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0 19: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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