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였다. <슬픈 종소리>를 쓴 송 언 작가와의 만남이 본교에서 있었다.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행사였다. 원래 어린이만 초대하려고 했으나 작가와의 만남이 날마다 하는 행사도 아니고, 송 언 작가는 유명세가 있어서 모시기 힘든 분이므로 학부모에게도 청강 기회를 주면 좋겠다 싶어 개방을 했다.

 

  송 언 작가는 본교 어린이들이 뽑은 가장 만나고 싶은 작가 1위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작가와의 만남을 기획하였다.  하지만 정작 행사를 진행하다보니 생각보다 신청자가 적어 많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학교 끝나고 더 바쁘기 때문이 아닌가 짐작된다. 이런 좋은 행사를 기획해도 학원 내지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아이들이 너무 바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 정말 안타깝고 씁쓸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작가가 강연 중에 말씀해 주신 에피소드도 내 생각과 일맥상통하였다. 다른 학교에서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는데 어떤 어머니 한 분이 머리를 산발한 채로 헐레벌떡 뛰어오시더니 자녀를 급하게 불러가더라는 거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학원에 아이가 안 왔다는 연락을 받고 급하게 아이를 부르러 온 거라는 것이다. 학원 한 번 빼먹으면 어때서? 그보다  작가와의 만남에 와서 작가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 듣고,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을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는 게 아이한테 더 소중한 추억이 될 터인데...   정작 무엇이 내 아이의 행복과 미래를 위한 것인지 한 번 고민해 볼 문제인 듯하다.

 

  작가는 1년에 100회 정도 강연을 다니시는데 서울이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가장 적고 이런 분야에서 낙후되어 있다고 하셨다. 지방에 가면 귀빈 대접을 받곤 하는데 서울이 강사료도 제일 짜고(진짜다) 이런 행사를 가지는 학교가 드물다고 말씀하셨다. 그런 면에서 본교는 앞서가는 것이라고 추켜세워 주셨다. 하지만 정작 손님이 오지 않으면 행사 진행자 입장에서 맥이 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너무 많은 아이가 신청하면 어떡하나 걱정하였는데 기우가 돼버렸다. 작가 초대해 놓고 인원이 너무 적으면 그것도 좀 그렇지 않나! 그나마 학부모가 여러분 오셔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작가가 꿈인 6학년 아이들이 수업 끝나자마자 멀티실로 와서 열중하여 듣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사인 받을 책 안 가져왔다면서 집에 후닥닥 뛰어갔다오는 6학년 아이, 직장에 조퇴까지 하고 아이와 함께 듣는 학부모, 미취학 아이와 함께 와서 열심히 듣는 학부모, 2시간인데도 끝까지 집중하여 듣는 저학년 아이들, 행사 모두 끝나고나서 나한테 수고와 감사의 문자를 보내준 옛날 학부모에게서 희망의 불씨가 보였다.

 

  작가는 세 권의 책을 직접 읽어주셨다. 

 

 

 

 

 

 

 

 

 

 

 

 

  <선생님 사로잡기>는 읽어봤는데 나머지 두 권은 안 읽어본 책이었다. 작가의 육성으로 들으니 더 재미있었다. 읽어주시면서 그 때 그 때 포인트를 알려주셔서 도움이 되었다. <우리 동네 만화방>은 아마도 작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책인 듯하다.  이번에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한 권만 있으면 더없이 행복했던 시절, 나도 그런 때가 있었다. 저녁 늦게 까지 만화방에 박혀 만화를 읽고 있었다. 엄마는 그것도 모르고 내가 없어졌다고 초죽음이 되셔서 찾던 일이 기억났다. 엄마는 아직도 그 때 일을 기억하고 가끔 말씀하시곤 한다.

 

  <선생님 사로잡기>와 <새 친구 사귀기>는 학교 생활을 잘할 수 있는 비법이 실려 있는 책이다. 학교생활에서 정말 중요한 두 가지, 선생님 관계, 친구 관계 맺기만 잘하면 학교 가는 발걸음이 룰루랄라 신날 것이다. 

 

  작가 말씀 중에 어른이 5분만 기다려주면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데 어른의 조급함이 아이의 행복을 빼았는다고 하신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작가의 작품 속에는 유독 꾸러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품을 읽다 보면 어떻게 이런 꾸러기들을 상대하실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 최강이 바로 " 김 배불뚝이"인데 작가는 배불뚝이를 물론 꾸러기라고 보기도 하셨지만 그 아이가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선생님을 골탕 먹일 때 불같이 화내기보다 그걸 인정해주는 여유를 가졌다. 어른에게는 그런 여유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분 기다려주기"미학,  지금 당장 실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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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08: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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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5 15: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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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8 21: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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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29 14: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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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30 19: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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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1 14: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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