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가족 돌개바람 6
강정연 지음, 한지아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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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의 하나가 바쁘다 바빠라고 한다. 24시간을 48시간처럼 바쁘게 사는 우리의 모습을 이 동화책은 잘 담아내고 있다. 과연 이렇게 바쁘게 사는 것이 옳은 걸까? 행복한 걸까?

  

  즐거운시 행복구 여유동 어귀에서 세 번째 골목 가장 끝 집에 유별난 가족이 살고 있다. 이름 하여 바빠 가족이다. 유능한씨, 깔끔여사, 우아한양, 다잘난군이 가족 구성원이다. 바빠 가족은 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각자 준비를 한다. “유능한씨는 성공하기 위해 높은 사람에게 아부하느라 바쁘고, 깔끔여사는 칭찬받는 주부가 되기 위해 깔끔 떠느라 바쁘고, 우아한양은 예뻐지기 위해 멋 부리느라 바쁘고, 다잘난군은 잘나 보이고 싶어 여기저기에 나서느라 바쁘다.”(작가의 말 인용)

 

   이렇게 매일 각자 일에 바빠서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볼 시간도, 함께 앉아 밥 먹을 시간도 없던 바빠 가족에게 믿지 못할 일이 생긴다. 서로의 그림자가 바뀐 것이다. 24시간을 48시간처럼 바쁘게 사는 바람에 그림자가 너무 지쳐 반란을 일으킨 셈이다. 그림자가 바뀐 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다잘난군이다. 하지만 다른 가족은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의 일에 바빠 다잘난군의 설명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온가족이 그림자가 서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바빠 가족은 이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모처럼 한자리에 앉아 고민을 시작한다. 서로 마주할 시간도 없이 바쁘게 살았던 바빠 가족에게 뜻하지 않게 휴가가 주어진 것이다. 예기치 않은 휴가 동안, 서로의 얼굴 생김새도 확인하고, 서로의 성격도 알게 되고. 그림자에 맞추어 살다 보니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난다.

 

   바빠 가족의 모습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서로 각자 일에 바쁜 나머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앉아 대화 나눌 시간조차 빼앗긴 채 무엇을 위해 그리 내달리고만 있는지.

 

   평소에는 너무 바빠서 며칠만 아무 것도 안하고 멍 하니 있음 좋겠다 생각하지만, 막상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지면 오히려 더 불안해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다가 뭔가 일거리를 만들어 부산하게 움직이곤 한다. 이것은 바빠야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다. 안 바쁘면 뭔가 실패자라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바빠 가족처럼 나의 나됨을 자꾸 밖에서 찾으려는 것도 내공이 작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살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가족과 눈 한 번 더 마주치고, 주변 사람과 이야기 한 자락 더 나누고, 힘들어하는 이를 따뜻하게 한 번 더 안아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 고개 들어 파랑 물감 풀어놓은 듯한 하늘 한 번 쳐다보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나뭇잎 색깔에 탄성을 질러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린 그 소중한 시간을 다른 것에 빼앗긴 채 바쁘다 바빠만 연발하며 현재의 행복을 누리지 못할 때가 왕왕 있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지난 연휴 때, 담양에 있는 슬로 시티에 갔다. 그 곳에 가니 시간이 참 느리게 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을 입구에는 슬로 시티라는 의미로 달팽이가 그려져 있었다. 푸후훗 웃음이 나왔다. 마을을 걷다 보니 나도 모르게 여유가 생겼다. 일단 바삐 움직이는 차와 사람이 안 보이니 한결 마음이 누그러지고 이완되었다. 하늘이 보이고, 땅이 보였다. 작은 생명체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잎 색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마음이 여유로우니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그런 게 행복 아닐까.

 

   현대인은 참 바쁘게 산다. 우리나라 국민은 더욱 그러하다. 마치 그게 진리인 듯 스스로를 볶아치며 바쁘게 사는 경우도 많다. 뭐든지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국민성은 달팽이처럼 느리면 실패자라는 이상한 공식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거기에 주눅 들 필요도 따라갈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바빠 가족처럼 가족 얼굴도 잊어버린 채, 옆은 보지도 않고 앞만 보고 빨리 달리는 것이 꼭 행복한 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길을 가며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꽃도 보고, 지나가는 이와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그렇게 가는 것이 행복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뜻에서 작가가 말한 행복한 게으름뱅이가 되는 기쁨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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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08: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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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2 1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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