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된 우리 형 작은걸음 큰걸음 6
브리짓 페스킨 지음, 정미애 옮김, 김경희 그림 / 함께자람(교학사)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본교에는 특수학급이 있어서 아이들이 학교 여기저기 오며가며 장애아를 만나기 쉽다. 영어 수업을 다녀오던 우리 반 아이 중 한 명과 장애아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 교실로 오던 길에, 장애아가가 해맑게 웃으며 손 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우리 반 아이가 큰소리로장애인이다라고 했단다. 우리 반 아이는 아무 뜻 없이 한 말이지만 해당 아이나 아이의 부모가 봤으면 속상할 수도 있었을 듯하다. 부지불식 중 나오는 말로 인해 상대방이 상처받기도 하므로 늘 말조심을 해야 하는데.... 특히 생긴 모습 갖고 말하면 더욱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 일을 계기로 교실에서 장애인 이해 관련 교육을 한 시간 정도 했다.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 동정과 배려의 차이 등등을 이야기 했다. 장애인관련 책도 소개해줬다.

 

  이 책은 선천적 장애가 아니라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후천적 장애를 가지게 된 형과 그 가족의 이야기이다. 예전에 들었던 장애 관련 연수에서 선천적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보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이 말은 누구도 장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몸이 안 좋은 자비에 형과 함께 온 가족이 무인도 캠핑을 갔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형은 어느 때보다 힘들어했다. 밤새 자비에는 열이 펄펄 났고 부모님은 형을 간호했지만 무인도라서 헬기가 올 때가지 속수무책 기다려야만 했다. 골든타임을 넘겨 버린 형은 하루아침에 갓난아기로 되돌아가버렸다. 형이 입원한 사이 동생 뱅상은 외할머니댁에서 생활한다. 다시 만난 형은 얼굴마저 달라져 있었다. 살이 피둥피둥 찌고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동생의 우상이었던 형이 하루아침에 아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오로지 먹을 것만 밝히는 아기 말이다.

 

  이런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은 뱅상 가족은 절망, 죄책감, 외면, 불화, 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아픈 형을 데리고 무리하게 캠핑을 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 오로지 큰 아들에게만 매달리는 엄마와 사사건건 부딪히고 장애를 갖게 된 큰 아들을 외면하려고만 하는 아빠, 우상이었던 형이 이제는 돌봐줘야 하는 아기가 되어버린 그 현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집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린 동생 뱅상, 그리고 그전부터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던 외할머니까지, 가족은 뜻하지 않은 자비에의 장애로 풍비박산 난다. 그리고 서로에게 깊은 생채기를 내며 웃음을 잃은 채 하루하루를 지낸다. 오로지 아무 것도 모르는 형만 가끔 웃을 뿐이다.돌연 장애를 갖게 된 형도 형이지만, 그 가족들이 겪는 갈등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전에 같이 근무하던 선배 교사 중에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분이 계셨다. 장애아를 낳고 나서 겪었던 남편과의 불화, 20년 간 장애아를 키우면서 그때그때마다 느꼈던 갈등과 고통, 준비도 못 한 채 딸을 일찍 하늘나라로 떠나보내야 했던 일, 갑자기 언니를 보내면서 둘째 딸이 치러야 했던 속앓이 등등, 선배의 가정사를 옆에서 지켜본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자연스레 선배 가족이 겹쳐졌다. 선배도 이 책에 나온 엄마처럼 자책감이 컸겠구나 싶었다.

 

  선배 첫째 딸이 하늘의 별이 된 지도 5년이 넘은 듯하다. 그 힘든 시기를 남은 가족은 잘 버텨냈다. 다시 일어서기 위해 온가족이 노력을 참 많이 하였다. 오랜 시간 많은 돈을 들여 전문가의 도움도 받았다. 백 번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선배님 말씀이 1시간 상담하고 상당수의 돈을 내는데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하셨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상담을 받은 게 아니었다. 일단 선배가 살아야겠고, 가족 전체가 그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으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았다면 선배는 그 힘든 시간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선배 가족과 더불어 세월호 유가족이 자연스레 겹쳐졌다. 세월호 유가족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가 발 벗고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필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정부에서 예산을 들여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이들도 심리 치료를 꾸준히 받도록 해야 한다. 지난 번, 세월호 1주기 때였다. TV를 통해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20명을 구해낸 김동수 씨가 죄책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힘들게 사는 걸 봤다. 너무 안타까웠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유가족과 살아남은 자를 외면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이 힘든 고통의 시간을 버텨내고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마땅히 그런 일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같은 나라에 사는 국민으로서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다 보면 뱅상 가족처럼 뜻하지 않은 불행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엄청 거대한 파도여서 가족을 통째로 삼켜 버릴 수도 있고, 급기야 가족의 존폐마저 위험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뱅상 가족과 선배 가족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 허심탄회 마음을 터놓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의지한다면 힘든 시기를 버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강하게 묶여 더 큰 사랑으로 거듭나는 게 가족이니까.

 


덧붙이는 말

본교 특수반 선생님이 이 리뷰를 올리던 날,

공교롭게도 장애 이해 관련 쪽지를 전체에 뿌리셨다.

쪽지를 읽자마자 뜨끔했다.

" 장애우"란 표현은 잘못된 표현이라고 알려주셨다.

그 이유는 철저히 비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에게 시혜를 주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이란다.

다시 말해 " 너는 장애를 가졌으니 내가 친구해줄게" 라는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하다고...

그런 줄도 모르고,

장애인이라는 말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하여 "장애우"란 말로 쓰고 있었으니 참 무지하였다.

나처럼 모르고 쓰는 분이 있을 듯하여 덧붙인다.

장애인, 비장애인이라는 말이 옳다고 한다.

그 쪽지를 읽고 리뷰를 얼른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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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3 2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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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5 20: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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