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있었던 일이다. 갑자기 줄무늬 녀석, 즉 온이가 사라진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짱거리던 녀석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고양이는 자기가 필요할 때만 울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불러대도 묵묵무답일 때가 많다.
가족 중 아무도 온이의 행방을 모르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온이가 이대로 사라져도 눈 깜짝 안 할 사람들이다. 쳇. 난 이렇게 애가 타는데... " 온이야, 온이야 " 불러도 대답이 없다. 아까 남편이 옷 정리를 하던 게 떠올랐다. 혹시 옷장 속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닐까! 온이는 옷장을 열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 숨바꼭질을 하던 녀석이다. 옷장 문을 열어 봤다. 없었다. 이럴 수가.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사람 쳐다보는 것 좋아하는데 혹시 낭만을 즐기고 있나. 거기도 없다. 마지막 화장실까지 샅샅이 뒤졌으나 안 보였다. 잠시 후, 울음 소리도 없이 쓰윽 나타났다. 약간 벌어진 옷장 문 사이로 나온 거였다. 역시 내 예상대로 남편이 옷 정리 한다고 문 연 사이, 쏙 들어간 거였다. 숨바꼭질의 고수라고 해도 되겠다. 한 5-10분 정도 온이가 없었나 보다. 그 시간이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다른 식구들은 태연자약 각자 할 일을 하는데 난 그게 안 됐다. 분명 집 어딘가에 있을 게 맞는데도 불구하고 걱정이 되었다. 그게 엄마 마음인가 보다. 온 식구가 몇 시간 집을 비우면 혼자 있을 온이 걱정이 된다. 대부분은 잠을 자지만, 여행이라도 다녀오면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무서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은 새벽에 거실로 나간다고 울어대서 단잠을 방해하는 얄미운 녀석이긴 하지만, 온이는 분명 가족이다. 요즘은 개냥이 짓도 곧잘 한다. 아침에 눈 뜨면, 엉덩이 두들겨 달라고 얼마나 엉겨 붙는지 모른다. 화장을 해야 하는데 일단 온이 욕구 충족 시켜줘야 내 할 일을 할 수 있다. 엉덩이를 100회 정도 두들겨 주면 "고르릉" 거리며 발라당 뒤집는 애교를 부리기도 한다. 도도한 고양이의 애교를 본다는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안 키워본 사람은 모를 거다. 하여튼 10분만에 돌아온 실종 사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