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글짓기 (KBS 어린이 독서왕 선정도서, 3-4학년) 책과 함께하는 KBS 어린이 독서왕 선정 도서
수지 모건스턴 지음, 김영신 옮김, 방현일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학교 가는 게 즐거운 아이가 있을까. 대부분의 아이는 마지못해 어쩔 수 없이 다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심한 건가. 초등학교 교실은 그나마 자거나 책상 위에 엎드려 있는 아이가 드물다. 반면 중고등학교 교실은 수업 듣는 아이보다 자는 아이가 더 많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가 학교 오는 게 즐거웠을 리 만무하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도 학교에 오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렇게 학교가 좋았던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를 싫어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말해 학교를 계속 좋아하게 만드는 비법은 없을까.

 

  이 책의 배경은 프랑스이다. 프랑스 하면 우리나라보다 학습량도 적고, 학교 분위기도 민주적이고, 학생 인권도 매우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나탕은 학교가 너무 싫다. 싫은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싫으니까 싫지. 게다가 금요일은 머피의 법칙처럼 온갖 운 없는 일만 벌어져 스트레스 지수가 거의 100에 이를 정도였다.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데 샌드위치가 없고, 승강기가 고장 나서 걸어 내려오고, 학교에 오니 나탕이 좋아하는 담임 샘은 안 계시고.... 하루 종일 운 없는 일만 연속된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가 싫은 나탕인데 금요일은 말 그대로 최악의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도 반겨주는 이가 아무도 없자 나탕은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뭔가를 끄적거리게 된다. 그렇게 오늘 벌어진 하나하나의 일을 떠올리며 감정을 쏟아내었다. 그러다보니 점점 정화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 아까는 그렇게 운 없다고 느껴졌던 일이 다른 쪽으로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듯했다. 글쓰기는 그런 마력이 있는 듯하다. 폭발할 것 같다가도 글을 쓰고 있으면 한결 차분해지고, 마음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낀다. 목요일부터 시작되어 이틀 동안 폭풍우쳐럼 몰아치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고 정돈되었다. 그리고 일어난 일의 이면을 보게 되었다. 학교 다니는 것도, 자신에게 일어난 운 없는 그 모든 일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꼭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탕도 처음부터 학교가 싫었던 것은 아닐 거다. 학년이 올라가면서 수업 시수도 늘어나고 학습 내용도 어려워지고 기타 등등의 이유로 학교가 점점 부담스러워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만약 나탕이 좋아하는 일, 예를 들어 체육 활동만 계속 한다면 학교가 지루하고 싫어질 리 없었을 테다. 하지만 학교는 체육만 배우는 곳이 아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도 배워야 한다. 학교가 싫다고 해서 학교를 안 다닐 수도 없고... 그렇담 해결 방법은?

 

  나탕이 우연히 발견한 방법은 바로 글쓰기였다. 아마 이건 수지 모건스턴 자신이 주로 쓰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방법은 <안네의 일기>에서도 효력이 입증되었다. 안네가 처한 상황은 나탕보다 몇 십 배 힘든 상황이었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안네가 선택한 방법은 일기 쓰기, 즉 글쓰기였다. 일기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표출하였다. 나탕이나 안네처럼 뭔가 끄적여본 사람은 글을 쓰면 서서히 정리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학교폭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학교 현장에서 글쓰기가 급격히 줄면서 학교 폭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이 될까. 요즘 아이들은 책읽기까지는 되는데 글쓰기를 너무 싫어한다. 차분히 내면을 들여다 볼 시간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이다. 글을 쓰다보면 안네와 나탕처럼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고, 조금 전까지 날 힘들게 했던 상황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글쓰기를 너무 싫어하는데 이런 방법이 과연 통하겠냐고? 그럴 수도 있겠다. 요즘 아이들이 정말 쓰는 걸 싫어하니까. 주변에 아이의 관심을 끄는 스마트 기기들이 너무 많다. 이것들부터 아이한테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좋을 듯하다. 그럼 자연스레 낙서처럼 끄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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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1 09: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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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1 15: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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