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은 최고로 정신 없는 한 주간이었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시작된 큰 아이 미술영재원 교육부터 시작해서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
영재원 다녀온 아이가 열이 펄펄 끓어 동네 소아과에 갔는데 진료 시각이 지나 헛걸음을 했다.
집에 와서 갖고 있는 해열제로 겨우겨우 버티는데
일요일에는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아
응급실로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에
애 큰이모가 365일 하는 병원을 알려줬다.
거기로 갔더니 편도염이라서 열이 많이 나고 잘 안 내려간다는 것이었다.
열이 나서 힘이 하나도 없던 애가
주사를 맞으니까 좀 생기가 생겼다.
그래도 월요일에는 학교를 못 갔다.
중2라서 그런지 하루 병결인데도 절차가 까다로왔다.
처방전도 보내야 하고, 결석 사유서도 보내야 했다.
주말에 아이도 나도 쉬지 못하고 꼬박 밤을 새워 해롱해롱한 상태에서
다시 월요일을 맞았다.
계속 되는 학부모 상담에다
문상까지 가야했고,
어제는 큰 아이 담임을 만나 학부모 상담을 하였다.
게다가 고양이 온이는
아이패드 충전기를 물어뜯는 사고를 쳐서
집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었다.
요 녀석이 요즘 온갖 것을 물어뜯어 걱정이다.
21년 교육 경력에
이렇게 일이 휘몰아치는 경우는 처음인 듯하다.
학부모총회, 학부모상담, 공개 수업까지
모든 게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병이 안 나고 학교 나가는 게 다행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비타민 c 1000 mg 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학교다.
큰 아이 미술영재원 데려다주고 출근했다. 공개수업 지도안 짜러.
1년간 큰 아이 미술영재원 교육 때문에 놀토는 반납했다.
둘째가 누나 때문에 안 됐다.
이 좋은 날씨에 꽃구경도 못 가고.
동네에 피어 있는 산수유, 목련, 개나리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나 또한 토요일에는 늘어지게 늦잠을 자야 몸이 풀리는데
큰 애 데려다주느라 1년간 늦잠은 안녕이다.
흑흑흑
이런 실정이니 책을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다.
그나마 아침독서시간에 집중하여 읽는 게 겨우 맥을 이어가고 있다.
엊그제 우연히 학교 도서실에 갔다가
<문제아><새끼개>의 작가 박기범 씨가 글을 쓴 아주 두꺼운 그림책이 있어 집어 들고 왔다.
제목은 <그 꿈들>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진짜 먹먹해졌다.
다 읽고나서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선배 교사에게 읽어보시라고 빌려줬다.
걸프전을 다룬 그림책이었다.
소녀의 웃음과 꿈을 과연 누가 앗아갔을까.
걸프전 당시 작가는 그 곳에 직접 가서 함께했다고 한다.
소외된 곳, 분쟁이 있는 곳에 스스로 찾아가 함께 고통을 나누는 박기범 작가.
참 멋진 어른이다.
수다를 좀 떨고 나니 막혔던 가슴이 좀 트이는 듯하다.
이제 지도안 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