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영웅이 되는 법 - 개구랄라의 탄생 푸른숲 어린이 문학 35
강정연 글, 김효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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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들과 "루미 큐브"라는 보드 게임을 하면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져도 운명이라 생각해라."

이 책은 그런 생각과 딱 맞아떨어지는 책이어서 진짜 반가웠다. 아들에게 정말 읽히고 싶은 그런 책이다.

 

아들은 둘째라서 그런지 승부욕이 강하고 지는 것을 못 참는다. 특히 누나에게 지는 것은 정말 싫어한다.

가족과 게임을 하게 되면 꼭 뒷끝이 안 좋다.

자기가 이기면 신 나서 룰루랄라 하다가도

지게 되면 입이 오리 주둥이처럼 앞을 향해 쭈욱 나오고, 심하게 졌을 때는 울기까지 한다.

아들의 이런  기질이 안타까와 부모로서 고쳐주고 싶은 마음에

틈날 때마다 온가족이 모여 여러 가지 게임을 하였지만 아들의 그런 성향은

쉬이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도 계속 해서

지는 것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라고 입에 침미 마르도록 말했다.

근래에 "루미 큐브"를 하면서

"운명이라 생각해라"를 계속 되풀이 말하곤 한다.

아무리 이기려고 해도 지는 게임이 있고

아무리 져주려고 해도 이기는 게임이 있다는 것.

운명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아들이 게임을 통해 배우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아들은 머리로는 이해하나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듯 보였다.

 

엊그제 나와 둘이서만 루비 큐브를 하는데 연속 2판을 내가 이기고 말았다. 아뿔사!

예전 같으면 벌써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을 터인데

아들은 나의

" 게임 운명론"을 받아들였는지 잘 견뎌냈다.

마음은 슬펐을지 몰라도 짜증을 내거나 울지 않아 고마웠다.

그새 자란 걸까.

아님 살짝 이 책의 줄거리를 말해줘서 일까.

그렇게 서서히 마음밭이 단단해질 거라 믿는다.

질 수도 있다는 것.

최선을 다했지만 살다 보면 나도 어쩌지 못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긍하길 바란다.

 

겨울 방학 동안 추워서 잘 나가지 못하니 아이들과 게임을 많이 했다.

게임을 하다보니

내가 아무리 이기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게임이 있고,

그냥저냥 하는데도 정말 운이 좋아  이기는 경우가 있다.

세상사도 그런 듯하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을 우린 "운명"이라 말한다.

 

이 책의 주인공 쌍둥이 남매 룰루와 랄라도 자신의 운명을 거역할 수 없었다.

아버지 뒤를 이어 4대 개굴맨이 되고 싶었던 오빠 룰루는 황금알을 발견하지 못 했고

개굴맨이 되길 거부하였던 여동생 랄라는 황금알을 우연히 발견하고 개굴맨으로 점점 변해간다.

서로 운명을 바꿔보려고 무진장 애를 써 보나 과연 그 결과는....

랄라가 4대개굴맨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불의를 보고도 참아야 하는데

랄라는 참지 못한다.

불의를 볼 때마다 자신의 초능력을 이용해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내곤 한다.

반면 그렇게 개굴맨이 되고자 하였던 오빠 룰루는 불의를 보고 용감하게 나서지 못 한다.

게다가 고소공포증까지 있으니

개굴맨이 될 운명은 아니었나 보다.

이걸 "운명" 아니고 뭐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혹자는 운명을 개척하는 자, 운명과 맞서 싸우는 자를 영웅처럼 떠받들기도 하지만 글쎄....

그건 강정연 작가의 말처럼

이루기 힘든 일이었을 뿐 운명은 아니었던 게 아닐런지....

아주 어려운 숙제 같은 것 말이다.

 

랄라는 개굴맨이 되기 싫어

운명과 맞서기로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운명이 결국 "개굴맨"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개구랄라"로 재탄생한다.

진짜 영웅이 된다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수퍼 히어로물 "스파이더맨"과 일맥상통한다.

랄라가 운명을 거부하는 시간도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이지 않았을까.

운명을 받아들일 그 만큼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했던 거라 생각한다.

 

너무 "운명론"에만 매달리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3학년 우리반 아이들에게 줄거리를 살짝 들려줬더니

아주 궁금해 하였다.

" 선생님 다 읽었으니 이 책 읽을 사람?" 물어보니 너도나도 손을 든다.

어제 착한 일을 많이 한 친구부터 빌려주고 소감을 물었더니

"재미있어요" 란다.

 

강정연 작가는 아이의 코드를 잘 알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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