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남매 모두 한 학년 진급하였다. 나라를 지킨다는 중2, 절반을 넘긴 초4가 되었다.
딸 학교는 학년말방학 때 통지표 배부를 안 하고, 반배정을 알려주지 않았다.
개학날 발표를 한다고 하여 어안이 벙벙하였다. 만약 이런 일이 초등에서 벌어졌으면 아마 학부모들이 가만 안 있었을 거다.
내 반 아이들도 궁금하지만
아이들 담임이 누군지도 참 궁금한 날이다.
딸은"작년 담임샘과 달리 깐깐한 샘"이 담임이라는 평을 내 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담임 선생님은
첫날 담임 편지를 보내주셨다.
그 편지 받고 여간 찬찬한 분이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첫날 편지에 아이들 명렬표, 기초조사까지 보내시다니....
이걸 준비하시면서 반을 한 번 더 생각하셨을 거란 생각에 신뢰가 갔다.
약간 덜렁대는 면이 있는 딸에게는 잘 됐다 싶은 생각이 든다.
작년 선생님은 푸근해서 아빠처럼 잘 따라 중학교 첫 생활을 무사히 지내 다행이었고,
이번에는 공부를 해야 하는 시기이니만큼 찬찬한 선생님이 담임이 된 게 잘 되었다 싶다.
둘째는 첫날 공부를 하고나서 잔뜩 얼어있다. 한마디로 군기가 바짝 들었다.
담임 선생님이 벌점도 있고, 반성문도 쓰고, 더 잘못하면 학부모 상담도 해야 한다고 하셨단다.
약간 내성적이고 소심하며 완벽주의가 있는 아들은
학년초가 되면 낯설고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새담임께서 벌점 이야기를 하시니 더 많이 긴장하는 듯하다.
처음에만 무섭게 하시는 것이니 금방 적응할 거라고 격려를 해 주었다.
둘째는 선생님한테 야단 맞을 일 안 하는데도 스스로 걱정하는 경향이 있다.
얼마 전, 독서 토론으로 유명한
초등 교사가 쓴 글을 보니
개학 첫날, 아이들을 향하여 웃지 않고 엄한 표정을 지으며 기선을 제압할 것인지
아님 미소 지으며 친절한 선생님이 될 것인지 물어보는 게 있었다.
예전에는 전자를 택했다.
교사들 사이에 전해오는 이야기 중에 3월 한 달 웃지 않아야 1년이 편하다는 말이 있었다.
그런데 학부모가 되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그건 순전히 교사 입장에서 나온 말이었다.
새학년, 새교실, 새담임, 새친구에 쉽게 적응하는 아이도 있지만
울 아들처럼 처음이 힘들고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아이도 존재한다.
사교적이고 적응력이 좋은 아이는 무섭게 대하더라도 주눅이 들지 않지만
반대성격인 아이는 잔뜩 긴장하고 주눅이 들 수 있다.
우리반 아이들이 교실 들어오는 표정을 보니 긴장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있었는데도
스스로 얼어 있었다.
낯선 환경에 들어가면 누구나 긴장한다.
그럴 때 누군가 편안한 분위기를 마련해 주고 아는 체를 해 주면, 금방 의지가 된다.
긴장탓에 어찌나 아침독서를 잘하는지....
쉬는 시간에 떠들어도 되는데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도 5-6명 되었다.
그러다 2교시 지나면서부터 담임이 별로 무섭지 않은 걸 보고,
스르르 긴장이 풀려 수업 시간에 수다도 떨고,
쉬는 시간에 장난도 치는 걸 보니 다행이다 싶다.
굉장히 오랜만에 3학년을 맡게 되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일단 수업 시수가 제일 많아 체력을 잘 안배해야겠다.
또 서두르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해나가야겠다.
개학날 읽어주는 그림책이 있는데 오늘은 못 읽어줬다. (통신문 9장 배부하느라)
이 그림책 표지처럼
우리 반 아이도 나도 일년 내내 하하호호 웃는 행복한 교실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