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과서 진도가 다 나아가서

이런 저런 공부를 다양하게 하고 있다.

DVD 시청도 그 중 하나인데

어제와 오늘 <고녀석 맛나겠다>라는 애니메이션을 봤다.

아다시피 이 영화는 그림책 <고녀석 맛있겠다>가 원작이다.

영화를 다 본 후에 그림책을 읽어줬다.

 

육식 공룡인 티라노사우루스가 초식 공룡인 안킬로사우루스를 발견하고

" 헤헤헤 고녀석 맛있겠다" 라는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기 안킬로사우루스는 "고녀석 맛있겠다"가 자신의 이름인 줄 알고

티라노사우루스를 아빠라고 여기고 " 아빠"라고 부르며 따르게 된다.

심지어

" 아빠처럼 되고 싶다"고도 한다.

그 말에 마음이 욱신욱신 아픈 티라노사우루스.

티라노는 "아빠처럼 되고 싶어" 하는 안킬로사우루스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여러 가지 것을 전수해 준다. 자립할 수 있도록 말이다.

며칠 후, 티라노사우루스는 함께 살고 싶다는 안킬로사우루스를 떠나보낸다.

 

자신의 혈육이 아닌 아이를 기르는 것을

가슴으로 낳았다고들 이야기 한다.

언론을 통해 입양을 하여 친자식 이상 사랑으로 키우는 부모 이야기를 전해 듣곤 한다.

내 배 아파 낳은 아이도 키우기가 너무 힘들 때가 많은데

입양하여 키우는 사람을 보면 정말 존경스럽다.

 

 

그림책 중에도

가슴으로 낳아 기른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이 담긴 책이 꽤 있다.

내친 김에 주제가 비슷한

<삐약이 엄마>도 읽어줬다.

백희나 작가의 작품인데

전에 단골로 가던 북 카페 사장님이 폐업하시면서 고맙게도 주신 책이다.

 

악명 높은 고양이 "니양이"가 암탉이 닭장을 비운 사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갓낳은 달걀을 꿀꺽 한다.

그 후 점점 임산부처럼 배가 부풀어 오고 급기야

응가가 마려워 모래를 찾아 볼 일을 봤는데

똥꼬에서 나온 게 응가가 아니라 샛노란 병아리다.

부화한 병아리는 니양이가 엄마인 줄 알고 니양이 품에 쏘옥 안긴다.

그 따스함이 좋았던 니양이는

병아리를 한 번 핥아본다. 그 부드러움이란...

그렇게 악명 높던 니양이는 "삐약이 엄마"로 거듭난다.

 

어떻게 보면 담임이라는 역할도

1년 동안 아이를 입양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에게 온 아이를 내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보살펴야 하는데

1년을 되돌아 보면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

더 보듬어 줄 걸,  더 칭찬해 줄 걸, 더 많은 책을 읽어줄 걸,  더 사랑해 줄 걸,... 하고 말이다.

특히나 1학년 꼬맹이들은 갓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첫담임인 나를

마치 고녀석 맛나겠다와 삐약이처럼 자신의 엄마와 아빠인 줄 알고

무조건적으로 사랑하고, 따르는데...

어찌 보면 내가 사랑한 것보다

아이들이 날 사랑해준 게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에게 2월은 참 아쉽고 서운한 달이다.

미운 정 고운 정 든 아이들과 이별,

교실과도 이별,

동학년 선생님들과도 이별,

학교와도 이별(전근갈 경우),

오랫동안 몸 담았던 교직과도 이별(퇴임하는 경우)

1년마다 정기적으로 이별이 반복되지만

언제나 이별은 낯설고 마음이 저릿하다.

 

내일이 종업식이다.

아이들 통지표 나눠주면서 한 번씩 꼭 껴안야줘야겠다.

삐약이 엄마가 삐약이를 꼬옥 안아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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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2 16: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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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4 17: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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