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우리 반에게 로알드 달의 <마녀를 잡아라>를 한 꼭지씩 읽어주고 있다.
로알드 달은 어른 아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다.
진짜루~~
이 책을 5년 전에 읽었는데 정말 재밌어서 한달음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덕분에 로알드 달을 알게 되었다면
이 책은 그야말로 로알드 달의 진가를 발견하게 해줬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 덕분에 한동안 나도 마녀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으니까 말이다. ㅋㅋㅋ
이 책은 소재 자체가 마녀이기 때문에 당연히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좋아할만한다.
이야기가 무지 재밌고, 영화로도 나와 있어 책을 다 본 후 한번 찾아 보는 것도 좋다.
난 원작을 모른 채로 영화를 먼저 봤었다.
원작을 다 보고서야 ' 아, 그 때 그 영화가 이걸 토대로 만든 거였구나!' 깨닫게 되었다.
마녀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제법 있지만
이 책만큼 마녀에 대해 자세히 다루는 책은 보지 못했다.
책을 읽고나서는어쩌면 아이가 후유증 비슷하게
'혹시 내가 아는 아줌마가 마녀일지도 몰라'하며 마구 의심을 품을 수도 있다.
우리 반 아이들도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 선생님도 혹시 마녀세요? 착한 마녀?" 라고 물었으니깐.
이렇게 주변 여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면 아이가 이 책을 실화로 믿는다는 증거이며
아직 순수하다는 것이니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 반 아이들은 요즘 혼자서 화장실을 못 가고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다닌다.
마녀에게 잡혀갈까 봐 무서워서 그렇단다. 귀엽고 순진한 아그들이다.
그만큼 작가가 실화처럼 썼고, 내가 실감 나게 읽어줬다는 증거라고 믿는다. 호호호!!!
책에서는 진짜 마녀를 구별하는 법을 세세히 알려주고 있다.
아!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은
다른 책에서 설명하듯이 마녀는 까만 옷에 까만 망토를 두르고 있는 게 절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아줌마의 모습이란다.
그렇기 때문에 마녀를 구별하기 어렵고
따라서 책에서 알려주는 마녀 구별법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모두 여섯 가지 구별법이 읽는데 훼방꾼 때문에 마지막 여섯째 번을 못 읽어주고 책을 덮은 적이 있다.
나머지 한 가지가 궁금해진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내 책상 앞에 몰려와 동화책을 들춰보는 게 아닌가!
아무리 궁금해도 내 책을 들춰본 적이 없는 녀석들인데 어지간히 궁금했던가 보다.
구별법을 숙지하지 못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마녀에게 잡혀갈지도 모르니까.
삼삼오오 모여 마녀 구별볍을 조잘조잘 외우는 소리도 들렸다.
1.항상 장갑을 끼고 다닌다.
2.대머리이다.
3.콧구멍이 보통 사람보다 크고 분홍빛을 띤다.
4.눈동자가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한다.
5.발가락이 없다.
6.침이 파란색이다.
이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 마녀일 확률이 아주 높단다.
마녀가 의외로 똑똑하기 때문에
" 내가 마녀다" 라며 특징을 드러내 놓고 다니진 않는다.
그러니 잘 살펴봐야 한다.
'나' 가 처한 상황은 너무 딱한데 이야기는 정말 유쾌하다.
마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처럼 말이다.
내용을 살짝만 알려준다면 이렇다.
영국에 사는 '나'는 가끔씩 노르웨이에 사는 외할머니집에 가곤 하였다.
일곱 살이던그 때도, 부모님과 차를 타고 할머니 집이 있는오슬로로 가던 중이었다.
그런데
그만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큰 사고가 나고
'나'만 살아남게 된다.
한순간에 고아가 된 '나'를 외할머니가 맡아 기르신다.
할머니는 졸지에 부모를 잃은 '나'를 위로해주는 의미로 마녀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실화라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마녀 이야기에 점점 빨려든다.
진짜일리 없다 하면서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실화인 듯 느껴진다.
할머니의 마녀 이야기를 듣는 동안만큼은 어느새 부모님을 잃은 슬픔도 사라진 듯하다.
할머니는 오래 전, 다섯 명의 아이가 온데간데 없이 마녀에게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할머니의 엄지 손가락이 없는 것도 혹시 마녀와 연관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던 터에
'나' 또한 마녀와 마주하게 된다.
어떻게 마녀인 줄 알았냐고?
할머니가 알려주신 구별법을 숙지하고 있었으니까.
처음 만난 마녀로부터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었지만
계속 그런 행운을 만날 수 있을까!
로알드 달의 이야기는 정말 흡인력이 대단하다.
아이들의 달라진 행동이 그 증거이다.
주로 그림 작업을 할 때 한 꼭지씩 읽어주는데 수다를 떨던 아이도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금세 조용해진다.
짝끼리 마녀인지 아닌지 확인하려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보기도 하고 (마녀는 대머리라서 항상 가발을 착용한다.)
마녀가 나올까 봐 둘씩 화장실을 가기도 한다.
꿈에 마녀가 나올까 봐 두렵다는 아이도 있다.
뒷이야기가 궁금해 도서실에서 책을 대출하기도 한다.
로알드 달의 이야기에는 항상 고약한 어른이 등장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바로 마녀가 그런 존재이다.
책에서는 통쾌하게
아이가 어른을 상대로 멋지게 승리하니
로알드 달의 책이야말로
어른으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치유의 책이 아닐까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