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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0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평점 :
안나 카레니나 2권을 읽었다.
방학 때 3권까지 읽자가 목표였는데 도달하지 못했다.ㅠㅠ
그래도 날 쓰담쓰담해 본다.
2권은 1권보다 인물의 갈등이 더 심화되면서 한층 흥미로왔다.
(그리고 1권보다 더 길다.)
이야기의 큰 축이 되는 네 명의 남녀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결말부터 말하자면 안나와 브론스키가 결합하고 레빈과 키티가 결혼을 한다.
안나 카레니나의 전체 결말도 지난 번 <책은 도끼다>를 읽을 때 알게 되었다.
어떻게 안나가 그런 최후를 선택할까 생각하며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안나가 이혼하지 않은 채 브론스키와 결합한 거라 이들은 온 사교계에서 배척을 당하는 결과를 맞는다.
우아하고 고결함의 대명사였던 안나가 이런 푸대접을 받을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선택한 점은 용기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후반부, 연주회장에서 한 부인의 비난을 직접 체험하면서 머리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한 모욕감을 느끼며
굉장히 분노하지만서도.
아무튼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선택한 안나와 브론스키이지만 둘의 사랑이 위태해 보인다.
연인이 아니라 가짜 부부가 되고, 생활이 되자 전과는 달라 보인다.
첫 무도회장에서 브론스키를 매료시켰던 안나의 매력이 마지막 연주회에서는 전혀 반대의 느낌을 준다든지- 이런 부분은 브론스키가 더 강하게 느끼는 듯하다.- 영원할 거라 믿었던 브론스키의 사랑을 의심한다든지 하면서
서로에게 조금씩 지쳐간다.
결혼해 본 사람은 이 부분에 심히 공감이 갈 거다.
어쩔 수 없이 살면서 안고가야 되는 부분인 듯하다.
2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레빈이 키티의 마음을 얻고나서 신세계를 경험하는 부분이다.
가수 윤종신 노래 "환생"이 연상되면서 안나 카레니나 2권에서 가장 코믹한 부분이지 않나 싶다.
오래도록 짝사랑하던 여인이 자신 또한 그를 사랑한다고하자 믿을 수 없을만큼 기뻐하며
전혀 다른 레빈으로 태어나는 게 역시 사랑은 위대한 거라는 느낌이 든다.
그랬던 레빈도 막상 결혼을 하고나서는 키티에 대해 순간순간 실망하는 모습이 비쳐진다.
레빈을 탓할 순 없을 듯하다. 삶은 원래 그런거니까.
열정적인 사랑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 듯하다.
사랑하는 그 순간보다 그 사랑을 굳건히 지켜나가는 게 더 힘들다. 결혼해보니 그렇다.
연애와 결혼이 천양지차고 부부만 사는 것과 아이를 양육하면서 사는 게 또 천양지차이다.
사랑했던 그 열정적인 감정만 가지고는 이후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감당할 수 없다.
"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딥니다."
예전에 자주 암송했던 성경구절이 떠오르다.
안나-브론스키의 모든 걸 불태워버릴 듯한 사랑도 두 사람이 가짜 부부가 되고, 삶을 공유하게 되자 틈이 생긴다.
3권에서 안나-브론스키가 이 틈을 어떻게 메워나갈지,
아님 틈이 점점 더 벌어져 절망과 원망으로 치달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