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할아버지 - 2004년 스페인 에데베 문학상 수상작 두근두근 어린이 성장 동화 3
팔로마 보르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분홍고래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굉장히 불량스러워 보이는 할아버지의 외모가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을 이끌었다. 

처음에 선글라스를 낀 할아버지가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줄로만 알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달걀 프라이를 멋지게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나의 선입견이 작용한 부분이었던 거다. 불량=오토바이 이런 공식이 내 머릿 속에 있었던 거다.

아들을 위해 구매한 책이라서 아들과 한 꼭지씩 번갈아 가며 읽는데 처음엔 별 기대를 안 하다가 점점 흥미진진해졌다.


엄마와 단둘이 사는 롤라 앞에 불청객 한 명이 온다.

엄마의 아버지, 즉 롤라의 할아버지란다.

할아버지는 시커먼 선글라스에다 새까만 가방을 들고 롤라를 침대가 아닌 바닥으로 내쫓더니 가족 행세를 하기 시작한다.

롤라는 생전 처음 보는 할아버지 용의자(책에서 그렇게 나온다)가 영 못마땅하다.

나라도 그럴 듯하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할아버지가 별안간 나타나서 혈육 운운하며 " 할아버지"라고 부르라하면 냅다 좋다며 안길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자기 침대를 독차지하고 코는 또 얼마나 고는지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 대마왕에다

엄마와 자신의 이름을 헷갈려 부르기마저 한다.

외모로 보나 성품으로 보나 그닥 존경스럽지도 않은 할아버지인데.


더 기막힌 게 있다.

마침 은행 털이범 한 명이 도주하였고 그 도주범이 바로 할아버지 용의자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것이다.

롤라가 그렇게 의심하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별안간 나타난 점.

엄마에게 생활비라고 내밀었던 동전들

결정적으로 늘 애지중지하며 자물쇠까지 잠궈놓은 비밀스런 그 까만 가방.


롤라의 할아버지에 대한 의심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고

엄마는 연극무대 초연을 한다면서 할아버지한테 롤라를 맡겨놓고 혼자 나가버린다.

'그 까만 가방에 무시무시한 무기가 들어있을 수도 있는데...'

거기까지 상상이 미친 롤라는 그 까만 가방을 할아버지 용의자 몰래 감춰야 겠다며 작전을 시도하는데

그만 가방 주인에게 발각되고 만다.


과연 은행털이범 도주자로 의심되는 할아버지 용의자로부터 롤라는 무사할 수 있을까!


왜 할아버지가 한 번도 가족에게 연락을 안 했는지

왜 갑자기 롤라와 롤라 엄마 앞에 나타났는지

자세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할아버지 용의자 또한 오랜 세월 딸과 손녀를 버려둔 채 살다 돌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 잘못했다" 반성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도 없다. 한마디로 신파조가 아니다.


그래도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할아버지의 존재조차 몰랐던 롤라가 할아버지 용의자와 함께 살게 되면서 할아버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싫었던가 보다. 룰라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됐다.

하지만 할아버지 용의자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롤라를 보게 되면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였다.

극적인 요소는 없지만 서서히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이 잔잔하면서도 감동적이었다.

무엇보다 최대 매력은 반전이다.

여기까지 밖에 말 못한다. 반전을 알아버리면 재미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어서이다.


할아버지 용의자가 과연 무서운 강도일까 나름대로 의심하고 유추하는 과정은 추리 소설 같아 흥미로웠다.

그러나 이 책은 따뜻한 가족애를 다룬 동화책이다.

가족은 어떤 극적인 요소가 없더라도 롤라네 가족처럼 

자연스레 용서하고 화해하고 위로해주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01-20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20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