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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의 마지막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1999년 9월
평점 :
요시모토 바나나의 오래된 작품을 하나 읽었다. 99년작이니 16년 전에 출간된 셈인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순서대로 읽자면 이 책을 먼저 읽고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을 나중에 읽었어야 하는데
뒤바뀌었지만 나름대로 괜찮았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은
하치라는 남자의 마지막 연인이 될 운명인 마오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마오는 가정사가 좀 복잡하다.
요시모토의 이야기 주인공이 다 그런 듯하다. 평범한 가정이 거의 안 나온다.
전에 " 김영하 " 작가가 소설은 일상에서 보기 드문 일을 미리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사랑은 일상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긴 하지만
요시모토의 등장인물은 흔한 인물은 아니고, 그들이 나누는 사랑 또한 흔해 보이지 않는다.
등장인물은 절대 상대방에게 사랑을 구걸하거나 매달리지 않는다. 엄청 쿨하다.
하지만 그런 인물도 그런 사랑도 어딘가에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하치의 마지막 연인>은 일상적인 사랑 이야기이지만 흔하지 않은 인물의 아련한 사랑 이야기이다.
마오의 집은 여느 가정집이 아니라 종교 단체 비슷한 것이다.
마오는 그런 자기 집이 너무 싫다.
약간의 초능력을 가져 교주로 지내는 할머니와 종교 단체에 드나드는 남자들과 몸을 섞으며 마오의 일에는 별관심 없어보이는 어머니가
마오의 가족이다. 아버지는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
한참 예민할 나이(15세)에 그런 집이 보금자리일 리 만무하다.
할머니는 늘 집을 떠나고 싶어하는 마오에게
" 하치, 중요, 하치의 마지막 연인이 될 거야" 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한다.
할머니가 그렇다면 그렇게 된다.
그렇게 마오는 하치를 만났다.
할머니의 말대로 이름이 하치, 인도에서 왔다고 한다.
예언자가 나에게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면
그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정작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가 아니라 그 운명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건 아닐까!
가출하여 거리를 헤매던 마오는 하치와 그의 연인에게 구조(?)되어 함께 살기 시작한다.
하치 또한 이름에서 느껴지듯 평범하지 않다.
일본인인데 인도에 버려진 하치를 양부모가 맡아서 길렀다고 한다.
잠시 일본에 온 것이며 다시 인도로 돌아가 수행할 거라고 한다.
예정된 사랑과 예정된 이별
참 극적이다 싶다.
나이답지 않게 조숙하고 어딘지 우울함이 느껴지는 마오와 달리
하치는 세상사에 초연해 보다. 인도에서 자라고 수행을 한 덕분일까.
그런 하치에게 마오는 점점 빠져들고
하치의 연인 "엄마"가 죽은 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하치를 만나지 않지만
항상 그리워하며 지낸다.
다시 둘만 살게된 하치와 마오, 마오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마오는 인도로 되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지자
점점 평정심을 잃은 하치를 보고 오히려 실망을 하기도 한다.
다시 평정심을 되찾고 자신의 운명(즉 수행가)을 받아들여 인도로 떠나는 하치를 보며
마오는 그제서야 이별의 실체를 경험하게 된다.
마오는 특별한 가정사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은 이이였다.
그런 마오을 마오답게 변화시켜 준 이가 다름 아닌 하치였고 하치와의 사랑이었다.
하치도 하치 나름대로 아픔이 있는 아이였지만 그걸 극복한 후였기에 마오와는 달랐다.
하치에게는 치유의 아우라가 있었던 셈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마오의 성장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읽은 후에 <사우스 포인트>를 읽어보면
마오와 하치가 어떤 어른이 되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