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니나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9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연진희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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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소녀가 아니었던 터라 고전은 나에게 너무 먼 존재였다. 

그나마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가지고부터 고전의 가치를 새삼 깨달았고 그러기에 몇 번 도전을 한 적이 있다.
용감하게 <모비딕>을 펼쳤다 몇 장도 못 읽고 덮었을 때도 있었고
야심차게 <논어>를 시작했다 포기한 적도 있었다.
고전은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몇 해 전부터 인문학 강의가 유행처럼 번지는 걸 보자 더 이상 고전 문외한일 수 없겠다는 절실한 마음과 더불어 
일종의 오기가 생겼다.

작년이었다. 알라딘 지인 한 분이 <안나 까레니나>를 추천해줘서 한 번 도전해봐야 마음 먹고 있었다.
연애 소설이니 다른 고전보다 읽기가 수월하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민음사 패밀리 세일에 가서 안나 까레니나 전집을 샀지만 당장 읽지는 않았다.
500-600쪽 짜리 3권이 부담스러웠다. 방학 때 찬찬히 읽자 싶었다. 

12월 무렵부터 드디어 안나 까레니나를 읽기 시작하였다. 
초반에는 책장이 잘 안 넘겨졌으나 언젠가 속도가 나겠지 싶어 꾸욱 참았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기차역에서 불꽃을 튀길 때부터는 흥민진진해져 책장이 사사삭 잘 넘어갔다.
그러다 중간에 책이 온데 간데 사라져버려 한참을 쉬었다.
우리 집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얼마 전에 행방불명이던 <안나 까레니나>가 눈에 띄었다. 하루에 50쪽씩 읽자 다짐하고 그렇게 읽어나갔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는 굉장히 뿌듯했다.
1권을 끝냈으니 이번 겨울 방학 때는 3권까지 꼭 끝내도록 하자고 결심하였다.
이것이 새해 첫 목표이다. 

귀족 부인인 안나와 젊은 장교 브론스키의 만남은 기차에서 이뤄진다.
무엇이 서로를 첫눈에 반하게 했는지 장황한 설명은 없다.
사람이 좋은데 어디 이유가 있으랴! 그냥 좋은 거지.
우스개 소리로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했던가!
20살 연상인 남편, 귀여운 아들과 함께 남 부러워할 것 없이 평화롭게 살던-겉에서 보기엔-안나와
풋풋하고 순수한 여인 키티와 결혼말이 오고가던 매력적인 장교 브론스키의 운명적 만남은 
자신을 비롯해 주변인들까지 엄청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만다.

1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브론스키가 경마 경기에 나간 장면이었다.
마치 영화<벤허>에서 전차 경기를 보듯이 아주 조마조마하였다.
브론스키의 경기를 남편과 함께 보던 안나가 브론스키가 낙마한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낀다.
그런 안나를 보고 남편은 체면 때문에 손을 내밀며 자리를 떠나자고 3번 청하지만
연인의 생사를 알지 못해 망연자실한 안나는 남편의 그런 행동이 안중에도 없다.
겨우 경기장에서 빠져 나온 안나와 남편은 안나가 오빠에게 다녀온 후로
줄곧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소리 내어 말할 수 없었던 진실을 확인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안나가 브론스키를 사랑하고 있다는 고백이었다.
오빠의 집에서 그렇게 갑자기 떠나온 것도 그 진실을 외면하고 싶어서 였는데 말이다.
브론스키가 죽었을 지도 모른다는 그 순간, 안나는 아무런 생각도 계산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만천하에 관계가 들통 나 버린 안나와 브론스키는 어떤 선택과 행보를 가게 될까.

또 하나, 브론스키를 연모했던 키티와 그런 키티에게 청혼했다 거절 당한 레빈은 어떻게 될지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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