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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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피를 파는 사나이가 있습니다. 

생사 공장에 다니는 허삼관, 그가 바로 주인공이죠.

물론 지금은 피를 판다고 돈이 생기는 시절이 아니지만

허삼관이 살던 그 당시에는 피를 팔면 돈이  생겼었나 봅니다. 

피를 팔면 얼마나 돈이 생기길래 피를 팔아 집안 대소사를 해결하였을까요?

생사 공장 다니는 허삼관의 몇 개월 월급 보다 훨씬 많은 돈이 생겼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궁색할 때 피 팔아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들 법도 합니다. 

 

허삼관이 피를 팔게 된 사연 한 번 들어보시겠어요?

허삼관은 우연히 피를 팔면 많은 돈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이웃에게 전해 듣고

물 여덟 사발을 들이킨 후 오줌보가 터지기 일보 직전

병원에 가서 피를 뽑습니다.

약간 어질어질하지만 거액을 손에 쥐고

이웃과 함께 승리 반점에 가서 돼지 간볶음과  황주를 마셨죠.

월급 가지고는 상상도 못할 노릇이었죠. 

남은 돈으로 어여쁜 아내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 후, 10년 동안 허삼관은 피를 뽑지 않고 잘 지냅니다.

피를 안 팔아도 될 만큼 요순시절이었다는 셈이죠.

 

하지만

그가 9년 간 애지중지 키운 첫째 아들 일락이가 다른 남자의 아이란 것이 밝혀지면서 허삼관 가정에는 평화가 깨집니다.

자신의 아들도 아닌 첫 아들 일락이가 친구 머리통을 깨부수는 사고를 쳐서 거액의 병원비를 물어야 할 상황이 된 거죠.

일락이가 자신의 아들이 아닌 걸 알고, 일락이를 구박하는 것을 보면 참 어른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볼게요.

먹을 것이 없어 몇 달 째 옥수수죽으로 지내던 때입니다.

세 아들이 점점 야위어 힘 없어 하자 피를 팔아 마련한 돈으로 일가족 모두 국수를 사 먹으러 가죠.

일락이만 빼고요.

일락이는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서 피 판 돈으로는 국수를 사 줄 수 없다며 일락이는 약간의 돈을 줘 군고구마만 먹게 하죠.

혼자 남은 일락이는 군고구마만으로 배가 안 차 국수 먹고 싶다며 서럽게 울죠.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크다고 하는데 먹을 것 가지고 참 야박하다 싶었죠.

 

그러다 몇 년 후, 이와는 정반대의 일이 생깁니다.

일락이가 모 주석의 문화대혁명으로 젊은이들은 모두 농사를 지으러 시골로 갑니다.

일락이와 이락이도 차출되어 가게 되죠.

거기서 간염에 걸린 일락이가 생사를 헤맬 때 허삼관은 뜨거운 부정을 보여줍니다.

책 전체에서 가장 가슴 뭉클하면서도 조마조마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한 번 피를 팔면 적어도 세 달은 쉬어야 한다는데

허삼관은 일락이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연거푸 피를 팝니다.

피를 팔다 목숨까지 잃을 수도 있는데 아들을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뜨거운 부정은 계속 하여

물을 들이키고 주삿바늘을 혈관에 찔러 댑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위화 작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었습니다.

2007년에 책이 나왔더군요. 하기사 그 때는 제가 책에 별 관심이 없어서 모르는 것이 당연하죠.

근래 "허삼관 매혈기"라는 영화에 하정우, 하지원 배우가 주인공을 맡았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는데

우연히 이 책이 제 수중에 들어오게 되었죠.

영화 보기 전에 책부터 봐야겠다 싶어 읽었는데 손에서 떨어지지 않더라구요.

작가가 꽤 유명한가 봅니다. 공지영 작가하고도 친분이 있어 보이고.

책을 보고나서 든 느낌은 작가가 칙칙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재주가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작가의 다른 책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를 판다는 자체가 굉장히 슬프고 암울한 이야기인데

그 속에 해학이 깃들어 있습니다.

허삼관의 아내가 문간에 앉아 읊어대는 이야기는 마치 판소리를 듣는 듯합니다.

가족을 위해 피를 판 남편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애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개봉하면 꼭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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