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토끼 길들이기 대작전 라임 어린이 문학 3
창신강 지음, 전수정 옮김, 이형진 그림 / 라임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신강"이란 글작가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이력을 보니 "파란 수염 생쥐 미라이"의 저자였다. 감동 깊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내심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읽었다. 제목과 출판사 소개글에서 느껴지는 유쾌함 보다는 책 내용은 사뭇 철학적인 책이라고 생각한다. 푸하하 웃고 책을 덮을 수도 있겠지만 모모의 이야기를 통해 " 자유 " 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봤음 하는 책이다.

 

   방학 하기 전, 우리반 아이들에게 몇 꼭지 읽어줬는데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이 사람이 아니라 토끼인데다 아주 불량한 토끼 한 마리가 나온다. 아주 못된 토끼이다.  뚱보인데다 먹는 것만 밝히고 약자를 괴롭히고 게다가 생각도 없다. 민폐 캐릭터라고 할 만하다. 드라마도 악역이 나와야 재미있듯이 동화책에도 악역이 나오면 흥미진진해진다. 아들 먼저 읽혔는데 아들 반응도 좋았던 지라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추운 겨울 산 속, 올가미에 걸린 산토끼 한 마리가 피를 철철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이를 발견한 할머니 토끼가 자기 이가 부러지는 줄도 모르고 입으로 올가미를 끊어내어 살려준다. 할머니 토끼는 다친 산토끼를 부축하여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산토끼 이름은 모모이다. 산토끼를 처음 본 토끼들은 자신들과 생김새가 다른 모모를 구박하고 텃새를 부린다. 그 중 가장 심한 녀석이 빠로 뚱보 토끼이다. 먹는 것만 밝히는 뚱보 토끼는 다리가 다친 모모를 향해 선방을 날렸다고 오히려 산토끼의 강한 뒷발차기에 나가 떨어진다. 모모의 뒷발차기가 강한 것을 보고 앞에서는 괴롭히지 못하지만 사사건건 모모를 훼방 놓는 악역을 이 녀석이 담당한다.

 

   여전히 토끼들은 산토끼인 모모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모에게도 친구가 생긴다. 먼저 말을 걸어 온 바바라는 작은 토끼, 쥐약을 먹어 죽을 뻔 한 걸 할머니와 모모가 살려준 들쥐, 눈빛에 시력을 잃어 헤매다 사냥꾼에게 잡힐 뻔한 꿩, 그리고 모모를 살려주고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할머니 토끼가 모모의 친구다.

 

   다리가 어느 정도 나아 집 밖으로 나가본 모모는 커다란 벽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 할머니에게 물어본다. 이 곳은 다름 아닌 양토장이었던 것이다. 양토장에서 사료만 먹고 자란 토끼들은 모모처럼 스스로 먹이를 구할 줄도 모르고, 뒷발차기의 본능도 잊어버렸다. 오직 사람들이 준 사료만 먹고, 춥다고 문밖으로 나가지도 않으며, 할머니가 구해 온 도토리와 개암 열매를 언제 먹나 그 생각 뿐이다. 태어나자마자 양토장에 갇혀 지낸 토끼들은 이제는 자유가 뭔지조차 모른다. 할머니는 자유를 잃어버린 이 어린 토끼들에게 자유를 찾아주려고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할머니는 토끼들이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어느 시기가 되면 도살장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여 이 토끼들을 탈출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 토끼들은 그런 할머니의 깊은 뜻도 모르고 나약하기만 하다. 할머니의 깊은 뜻을 안 모모, 바바, 들쥐, 꽁은 할머니의 계획을 도와주기로 한다. 도살장에 끌려 가기 전, 양토장에 있는 모든 토끼 양토장 밖으로 탈출시키는 것이다.  전혀 몸을 안 쓰는 이 불량한 토끼들을 어떻게 굴을 파서 탈출시킬까.

 

   "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라"고 했던가. 모모는 자신을 살려준 할머니를 위해, 그리고 먹고 싸고 자는 것밖에 모르는 어리석은 토끼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다. 바바, 들쥐, 꿩이 모모를 도와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토끼들이 스스로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고 몸을 움직여 우리 밖을 나가야 한다는 것인데 토끼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까. 만약 토끼들이 마음이 변해 굴을 통과하더라도 뚱보 토끼가 문제다. 그 사이 더 살이 쪄서 도저히 굴을 통과할 수 없을 듯하니 말이다. 할머니는 모모에게 276마리 토끼 전부를 안전한 곳으로 탈출시키라고 신신당부하셨다. 모모와 친구들은 276마리 토끼들을 양토장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 건가.

 

   창신강은 토끼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토끼들의 이야기는 바로 사람의 이야기이다. 산토끼인 모모를 배척하는 토끼들의 모습이 나와 다른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와 닮았다. 편안한 것에만 안주하려는 토끼들의 모습 또한 진취적인 일에 도전하기 보다는 해오던 일을 계속 하는 것에 만족하는 우리와 닮았다. 뚱보 토끼가 바바를 행해 휘두르는 폭력 또한 사람의 이야기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양토장에서 자란 토끼들은 어느새 본능도 잊은 채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자유를 경험하지 못한 토끼는 자유가 무엇인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모른다. 자유를 찾아주겠다고 해도 언제 끌려가 죽임을 당할지 모르는 이 양토장이 좋다고 남겠다고 한다. 사람이 주는 사료가 자신의 몸을 살찌워 잡아 먹으려한다는 것을 모른 채 열심히 맛있다고 먹는다. 진실을 아는 할머니와 모모만 안타까워하고 미래를 걱정하며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사람이 사는 사회에도 할머니와 모모 같은 선각자들이 늘 있었다. 그들의 절규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어 외롭고 힘든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할머니와 모모가 276마리 힘들다고 알아주지 않는다고 토끼를 포기하지 않았듯이 사람 사회의 그들도 포기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2015년이 시작되었다. 새해에는 할머니, 모모처럼 소중한 가치를 우선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할머니 혼자일 때는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을 것이다. 모모가 오고, 바바, 들쥐, 꿩이 함께 도와줬을 때 할머니는 자신이 오래 전부터 꿈 꾸던 일이 실현되리라 믿게 되었을 것이다. "함께 걸으면 길이 된다"는 것처럼, 우리가 소중히 생각해야 할 가치에 함께 가는 사람이 많아지는 한 해였으면 한다. 함께 꾸는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