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이의 비닐우산 우리시 그림책 6
윤동재 지음, 김재홍 그림 / 창비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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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금요일, 방학식이 있던 날이다. 앞으로 30일 동안 떨어져 지낼 우리반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어줄까 고민하던 끝에 고른 책은 " 나눔, 더불어 사는 삶"을 주제로 하는 <영이의  비닐 우산>이었다. 나눈다는 것이 나와 이웃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들고,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었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림책은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화책과 소설은 솔직히 한 번 읽고 다시 안 읽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림책은 읽었지만 또 읽게 된다. 이 그림책도 여러 번 읽은 책인데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전에는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와 기뻤다. 이런 게 바로 그림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김재홍 그림 작가는 좋아하는 그림 작가 중의 한 명이다. 사실적이고 중후한 그림 스타일이 참 좋다. 이 그림책은 윤동재 시인의 이야기시를 김재홍 작가가 그림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시를 배울 때 잠깐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읽어주지 못했다. 이야기 같은 이런 시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게 되었을 것이다. 


  추적추적 비가 오는 날, 영이는 구멍 난 비닐 우산을 들고 학교로 향한다. 영이의 얼굴 표정은 아이 답지 않게 침울해 보인다. 학교 문방구 앞에 거지 아저씨가 상자를 뒤집어 쓴 채 구걸을 하고 있고 짖궂은 아이들은 거지 할아버지를 툭툭 건드린다. 할아버지 옆에 있는 깡통은 돈 대신 빗물만 찰랑찰랑 넘치고 있다.  남루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가엾다. 비까지 오는데 그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으니 저러다 감기라도 걸리는 날엔 큰일인데....불쌍한 거지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장난질을 영이는 묵묵히 지켜본다. 문방구 아줌마는 연신 문을 닫았다 열었다 하며 "그 놈의 영감태기, 뒈지지도 않고" 라고 성질을 내며 말한다. 요만큼의 동정심이나 친절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부분을 읽어주자 여기저기서 " 와~ 나쁘다." 라는 우리반 아이의 말소리가 들린다. 아침 자습을 마친 영이는 몰래 학교 밖을 빠져나와 슬며시 비닐 우산을 할아버지한테 씌워 준다. 거지 할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나 보다. 영이가 할아버지를 향해 갈 때, 운동장 빗물에 비친 영이의 비닐 우산, 그 초록색이 점점 번지는 장면은 영이의 작은 친절이 세상에 점점 퍼져나가는 듯한 인상을 풍긴다. 부디 그 패악스런 문방구 아줌마의 마음도 물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구멍 난 비닐 우산을 썼다는 것, 산동네에서 내려온다는 것, 영이의 표정이 밝지 않다는 것을 통해 영이 또한 가난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 영이가 자신보다 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인 거지 할아버지에게 비닐 우산을 씌어준 것이다. 영이는 그 비닐 우산이 없으면 당분간은 비를 맞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이에 비하면 문방구 아줌마는 영이보다  훨씬 더 경제적 형편도 낫고, 게다가 어른인데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손을 내밀기보다 오히려 재수 없다며 저주를 퍼붓는다. 영이와 문방구 아줌마의 극명한 대조를 보면서 사람이라고 해서 다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문방구 아줌마처럼 자신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 내밀고 위로하기는 커녕 오히려 내치고, 커다란 벽을 만들어 분리시키는 경우를 얼마나 자주 목격하는가!  돈 좀 있다고 권력 좀 있다고 지위 좀 있다고 자신보다 약자를 짓밟는 경우를 보면 아직 우리나라 사회가 건강하지 않구나 절감할 때가 많다. 약자를 짓밟는 사회는 이미 썩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정화시킬 사람은 아직 때묻지 않은 우리 아이들이다.  아까  책 읽어줄 때 문방구 아줌마의 욕설에 여기저기서 " 와 나쁘다. 너무 하다" 며 분노했던 순수의 결정체, 우리 아이들이다. 


  우리 아이들은 문방구 아줌마처럼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자기만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앞만 보고 내달리는 사람은 안 되었으면 좋겠다.  영이처럼 자기보다 더 약자를 위해 먼저 손 내미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으로 자라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러기 위해 이런 좋은 그림책을 늘 가까이 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예민함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 지금과 같은 고운 마음결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자신이 옳은 일을 했을 때 뇌가 활성화된다고 한다. 반면 문방구 아줌마처럼 사람 답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감정 뇌가 굉장히 불편해한다고 한다. 그러니 뇌 좋은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도덕성을 지켜야 할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니까. 또 아이에게 작은 것이라도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주는 게 도덕성 좋은 아이로 키우는 방법임이 분명하다. 도덕성 좋은 사람이 많아질 때, 교실과 사회가 지금보다 더 살만한 곳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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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30 0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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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31 13: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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