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산 아이 산하작은아이들 34
로익 도빌리에 지음, 마르크 리자노 외 그림, 이효숙 옮김 / 산하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크리스마스 이브, 온 가족이 외식을 한 후에 그냥 집에 들어가기 아쉬워서 알라딘 중고 서점에 들어갔다. 거기서 아들이 재밌겠다고 고른 책이 있다. 끝까지 읽지 못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줬다. 

 

무슨 내용이길래 아들이 이 책을 골랐을까 싶어 어제 읽어봤다. 만화책이라고 해서 다 불량한 것은 아니다. 만화책 중에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도 있다.  만화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해서는 안 될 일이다. 아무튼 아들이 고른 책은 기대보다 훨씬 심오한 만화책이었다. 아들에게 " 와! 어쩜 이리 좋은 책을 골랐어?" 라고 칭찬을 해 주었더니 으쓱해한다.

 

독일에 항복하고, 친나치 정부가 세워진 상태에서 프랑스에 살고 있던 유대인을 색출해 수용소에 보낸 역사적 사건을 다룬 만화이다. 두니아는 어느 날부터 학교에서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다. 엄마가 외투에 보안관 별을 달아주고나서부터이다. 선생님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뒷자리로 가서 앉으라 하고, 발표도 하지 말라고 한다. 친했던 친구도 하루아침에 두니아를 멀리한다. 두니아처럼 보안관 별을 달았던 친구 이삭은 교실에서 바지를 내리라는 소리를 들은 후부터 학교에 오지 않는다. 돈이 많았던 이삭 가족은 프랑스를 떠난다. 두니아의 부모님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 아빠도 회사를 나가지 않고 세 식구는 집에서만 생활한다. 마치 안네 가족처럼 말이다.

 

문을 쿵쾅쾅 두들기는 소리에, 부모님은 두니아를 옷장 깊은 속에 숨기며 " 너를 정말 사랑한다" 말하고 절대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고  주의를 준 후 문을 닫는다. 경찰의 협박하는 소리와 물건 부수는 소리, 부모님의 우는 소리가 들려도 아이는 눈물만 흘릴 뿐 아무 소리도 낼 수 없다. 그 후 이웃에 사는 아줌마가 두니아의 울음 소리를 듣고 꺼내 준다. 아줌마는 자신의 아이인 것처럼 위장하고 두니아의 이름도 바꾼 채 숨어 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아이까지 수용소에 잡혀갈 형국이라 부부는 아이를 탈출시키기로 한다. 그런데 관리인에 눈에 발각되어 큰 위험에 처한다. 아저씨가 경찰을 다른 데로 따돌리는 사이 아줌마와 아이는 탈출에 성공한다. 경찰에 쫓긴 아저씨는 결국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아이와  남편을 잃은 아줌마는 모녀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생활한다. 탈출한 두 사람은 농장에서 주인을 도우며 가족을 기다린다. 마침내 아저씨가 돌아왔고 셋은 안전한 곳으로 옮겨 한가족처럼 지낸다. 아저씨가 돌아왔듯이 아이의 부모님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독일과의 전쟁에 패배한 프랑스에 친나치 정부가 세워졌다고 한다. 프랑스 정부는 나치에 협조하는 일환으로 프랑스에 있는 유대인 13000 여 명을 색출해서 수용소로 보냈다고 한다. 여자와 아이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수용소에 보내진 유대인은 우리가 알다시피 거의 죽었다.  이처럼 나치에 협조한 사람도 있지만 아이의 이웃처럼 이 나쁜 일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저항한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아이와 여자를 강제 수용소에 보내는 일에 협조할 수 있냐고? 아니다. 평소에 훈련된 저항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도 저들처럼 언제든 나쁜 일에 동조할 수 있다.  언젠가 나라로부터, 상사로부터, 힘센 누군가로부터 나쁜 명령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내재된 저항감이 없다면 우리도 저들처럼 힘 앞에 굴복할 수 있다.  

 

지금도 유대인 학살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학살을 당한 것처럼 현재도 종교가  다르다고, 가난하다고, 비정규직이라고, 외모가 볼품 없다고, 생각이 다르다고, 그냥 나랑 다르다고 등의 이유로 핍박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상대방에게 노란 별을 달아주고, 오직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 만으로 상대방에게 무한 폭력을 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일이 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보고만 있는다면 우리도 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방조했던 프랑스 사람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학교 폭력도 같은 맥락이다. 내 앞에서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 것을 모른 척하고,  폭력에 동조하고, 무서워서 뒤로 숨고 하는 것도 다 마찬가지이다. 


사람에게는 저항할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일제 시대를 보라. 목숨을 걸고 독립 운동을 한 사람도 있지만 친일한 사람도 많다. 옳지 않은 일에 저항하는 힘을 길러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의롭지 않은 일을 거절할 수 있는 힘, 그 힘을 가지려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민감해야 한다. 남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수 있는 자일 때만 불의에 저항할 수 있지 않을까. 평소에 저항력을 기르지 않는다면 우리도 그 때의 프랑스인들처럼 권력 앞에 스스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  그러니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불의를 본다면, 저항하라!


"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고, 올바른 미래를 위한 길잡이가 되는 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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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6 2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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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9 19: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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