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포인트의 연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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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입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벚꽃 같은 눈이 살며시 내리더군요.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경쾌했어요. 좀 덜 추우면 아이들과 나가 놀텐데 너무 추워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하도 추워서 거실에도 잘 안 나오고 이불 속에서 뒹굴거립니다.  이불 푹 뒤집어 쓰고 읽기에는 만화나 연애 소설이 제격이지 않나 싶습니다. 지난 주말에 잠시 행방불명되었던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우스 포인트의 연인>을 찾아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동안 결말이 궁금했는데 속시원했습니다. 찾으려고 애를 쓰면 안 보이다가 무심코 책꽂이를 보면 보입니다. 역시 마음을 비워야 하나 봅니다.

 

  "사우스 포인트"가 뭔지 참 궁금했습니다. 직역하면 남점인데 그게 뭘까요?  책을 읽어보니 하와이 남쪽, 깎아지른 절벽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이 책 읽으면서 그 곳에 가고 싶어졌습니다. 책 읽는 내내 남편한데 " 여보, 나도 사우스 포인트 가고 싶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만약 가게 된다면 당연히 이 책이 생각날 겁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헤어져 있다 운명처럼 만난 테트라와 다마히코가 아른거릴 겁니다.

 

  약간은 독특한 가정사를 지닌 테트라와 다마히코는 초등학교 동창생입니다. 가끔 초등학교 때 첫사랑을 하는 경우를 보곤 하는데 이 둘이 그렇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 때문이었을까요? 별로 친구가 없던 둘은 아주 자연스레 친구가 됩니다. 동병상련이었나 봅니다. 둘의 관계는 테트라가 이사를 가고 나서도 지속됩니다. 주로 다마히코가 기차를 타고 와서 데이트를 하곤 했지요. 하지만 뿔뿔이 흩어지내던 다마히코 가족이 하와이에 정착하게 되어 둘은 결국 이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제 기차가 아니라 비행기를 타고 가야 만날 수 있는 머나먼 거리로 멀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사랑이 계속될지 궁금합니다. 다마히코가 하와이를 떠나기 전 기차를 타고 테트라를 찾아옵니다. 테트라의 엄마는 둘에게 마지막 이별 의식을 허락해 줍니다. 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테트라의 엄마는 딸과 딸의 남자 친구를 위해 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테트라와 다마히코의 가정은 펑범하지 않습니다. 테트라 엄마의 행동만 봐도 알 수 있죠?  사춘기 혈기 왕성한 남녀를 한 방에 놔두고 자리를 비우다니 말이에요. 어쩌면 이 밤이 마지막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초야를 치릅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들 하지요. 다마히코는 하와이에서 테트라에게 편지를 보내지만 테트라는 다마히코를 추억으로 간직하기로 결심합니다. 초등학교 동창생이었던 테트라와 다마히코, 둘의 첫사랑은 이렇게 기억 속에 묻힙니다.

 

  성인이 된 테트라는 퀼트 작가로 살아갑니다. 어느 한 사람의 삶을 수 놓는 작업이지요.  그런 그녀에게 언뜻 우쿠렐레 소리가 들려오고 낮익은 가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이럴 수가! 그 가사는 자신이 오래 전 다마히코에게 썼던 편지였습니다. 그렇담 이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바로  다마히코? 그런데 아닙니다. 다마히코가 아니라 다마히코의 동생이랍니다. 더 기가 막히는 사실은 다마히코는 죽었다는 거예요. 믿을 수 없습니다. 연락은 끊었지만 하와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는데... 테트라는 다마히코 동생의 부탁을 받고 하와이로 향합니다. 다마히코가 살았던 그 하와이, 사우스 포인트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첫사랑은 그렇습니다. 까맣게 잊은 듯 하루하루를 살다가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노래 하나로 불현듯 추억이 되살아나 순간 타임머신을 타고 가게 됩니다.  테트라가 그랬던 것처럼요. 십 수년 전, 그 때는 너무 어려서 다마히코를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제 그녀는 하와이에 혼자 갈 만큼 돈도 있고, 무엇보다 다마히코가 죽었다는 말에 그가 살았던 장소에 가서 그의 흔적이라도 느끼고 싶어 하와이행을 실행합니다. 테트라는 다마히코를 잊은 게 아니었습니다. 다만 저 가슴 깊은 곳에 숨겨놓았던 거지요. 아마 힘든 시절, 순수했던 때 정을 주고받았던 사이라서 단박에 알아차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런데 다마히코가 죽었다는 그 말에 읽는 저도 얼마나 맥이 빠지던지... 첫사랑이 이 세상 어디선가 땅에 두 발을 딛고 잘 살고 있겠지 생각하며 살아가죠. 그러다  상대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 정말 충격이 클 거예요. 당장 하와이로 날아가는 테트라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진짜 죽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믿을 수 있다는 그 마음이 애절하게 다가옵니다. 하와이로 간 테트라는 다마히코의 죽음을 인정하게 될까요?

 

  책은 하와이 곳곳을 사진처럼 펼쳐 보여줍니다. 책 읽는 내내 " 정말 하와이에 가고 싶다"를 연발하게 됩니다. 하와이에서 탄생한 악기, 우쿠렐레는 하와이에서 연주할 때와 타지에서 연주할 때 음색이 완전 다르다고 합니다. 오리지날을 듣고 싶다면 하와이에서 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테트라로부터 다마히코에 대한 추억을 끄집어 낸 그 악기, 우쿠렐레레와 더불어 테트라의 동선을 따라 펼쳐지는 하와이의 풍경은 이 책을 읽는 또다른 매력입니다. 예전에 하와이로 신혼 여행을 가는 게 유행이었죠. 지금도 하와이행 경비가 꽤 비싼 걸로 알고 있는데....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커피 나무가 재배되는 곳이 하와이라고 하더라구요. 하여튼 오래 전부터 관광지로 유명한 곳인데도 갔다 온 사람 이야기를 빌리자면 문명보다는 자연이 더 느껴지는 곳이라고 하더라구요. 책에서도 인공적이고 기계화된 모습보다는 하와이의 대자연과 하와이 사람의 소박한 삶이 묻어져 나와 좋았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하와이에 더 가고 싶어졌습니다. 테트라의 첫사랑을 찾아가는 여행 덕분에 하와이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어 행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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