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에 크리스마스가 있다. 요즘에는 거리에서조차 캐럴이 들리지 않아 크리스마스가 오는지 가는지도 잘 모르겠다.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으나 그래도 크리스마스다. 울 아들은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서 산타 할아버지에게 엽서를 썼다. 누나가 옆에서 영어 번역기로 번역해줬다. 작년에는 엽서를 안 써서 선물을 못 받은 게 기억이 났던지 이번에는 일찌감치 엽서를  써서 보냈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생각나는 책과 영화가 있다. 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다. 로알드 달이라는 작가를 알게 해 준 고마운 책이다. 이 책 때문에 <마틸다> <제임스와 슈퍼 복숭아>도 연이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1학년 아이들이 읽기에는 좀 어려울 수 있어 마침 5교시에다 날도 춥고 해서 마음이라도 따뜻해지라고 영화를 봤다.  더빙판이면 좋을 텐데 자막이라서 좀 그랬다. 그래도 이제 많이 커서 자막인데도 집중해서 잘 본다. 1년 동안 많이 자랐다.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가정의 아이 찰리는 쓰려져가는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부모님과 살아간다. 찰리 가족은 너무 가난하지만 서로에게 불평을 늘어좋지도 않으며 화목하게  산다. 찰리의 생일이 다가올 무렵, 특별한 일이 벌어진다.  찰리가 사는 마을에 웡커 라는 아주 유명한 초콜릿 공장이 있는데 그 초콜릿 회사에서 황금 티켓 이벤트를 한다는 것이다.  초콜릿 포장지에 황금 티켓이 숨겨져 있는데 이 티켓을 발견한 어린이 5명을 웡커 초콜릿 공장에 초대하는 것이다. 그 중 한 명에게는 특별상을 준다고 한다.  베일에 가려져 있던 웡커 초콜릿 공장이 하는 이 이벤트는 전 세계 사람을 흥분하게 만든다. 너나할 것 없이 초콜릿을 사기 시작한다. 누가 행운의 주인공이 될까?

 

  세계는 이 황금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들썩인다. 찰리도 황금 티켓을 가지고 싶지만 생일날 한 번 초콜릿을 먹는 형편이라 기대하기가 어렵다. 생일도 다가오고 해서 찰리의 부모님이 큰 맘 먹고 미리 생일 선물을 준다. 바로 웡카 초콜릿이다. 하지만 거기엔 황금 딱지가 없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은 찰리는 그 귀한 초콜릿을 가족들과 나눠 먹는다. 어린 아이가 어찌 이리 마음이 넓고 깊을까.  왜 이렇게 착한 아이 찰리에게 행운이 주어지지 않는 걸까? 야속하기만 하다.  앞서 네 개의 황금 티켓 주인공은 하나같이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말이다.  음식 욕심이 많은 아이, 무조건 사달라고 떼쓰는 아이, 하루종일 껌만 씹어대는 아이, 게임 중독에 걸린 아이. 이들에 비하면 찰리는 천사처럼 착한데 왜 신은 이런 가여운 아이에게 은총을 주지 않는 걸까?

 

  너무 애 어른 같은 찰리를 보며 할아버지 한 분이 자신이 아껴둔 비자금을 주며 다시 한 번 초콜릿을 사보자고 제의한다. 초콜릿을 사온 찰리와 할아버지는 떨리는 마음으로 개봉을 하지만 역시나 꽝이다. 찰리네 형편상 또 초콜릿을 살 수는 없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마저 실직을 당하게 된다. 자기와는 너무 먼 세계인 웡카 공장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터덜터덜 걸오오다 누군가 흘리고 간 10달러 지폐를 발견한 찰리는 그 길로 초콜릿 가게에 가서 초콜릿을 산다. 이번에는 황금 티켓이 들어 있을까? 우리 반 아이들 모두 제발 제발 들어있기를 하는 마음으로 화면을 뚫어지게 봤다.

 

  아이들이 재미있다고 해줘서 다행이다. 내일 또 보자고 한다. 그러자고 하였다. 착한 아이 찰리에게 행운이 오지 않자 너무 안타까워 하며, 셋째 번 초콜릿에 황금 티켓이 들어있기를 바라며 응원하는 우리 반 꼬맹이들도 찰리만큼 착하다. 그런 마음 변하지 말고 더 멋진 어른으로 자라길 바란다. 몇 번 본 영화인데 다시 봐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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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8 13: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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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9 07: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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