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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운다는 건 뭘까? ㅣ 초등학생 질문 그림책
채인선 글, 윤봉선 그림 / 미세기 / 2014년 7월
평점 :
우리나라 학생 중에 배우는 게 좋아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가 몇 명이나 될까? 아마 모르긴 몰라도 상위 몇 % 를 제외하고는 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하루 8시간 이상씩을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요즘 공부 때문에 냉전기를 가진 딸도 처음부터 배움을 싫어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도 국어 시간은 좋고 재밌단다. 초등학교 때는 학교 가기를 즐거워하며 콧노래 부르며 다녔었다. 배우는 것도 즐거워했다. 오늘 뭐 배웠다고 밥상 머리에서 쫑알쫑알 자랑했던 기억도 난다. 초3 아들만 봐도 배움 자체를 싫어하진 않는다.
초1 우리 반 아이들은 배움을 좋아한다. 물론 가끔 어려운 것을 배울 때면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배운다는 것을 즐거워할 때가 더 많다. 지난 번 <열두 띠 이야기> 읽어주고 나서 12동물 외어보자고 할 때도 대부분의 아이가 즐겁게 따라외웠다. 애국가 1절 밖에 몰랐다가 2-4절까지 외우고 나서 틈만 나면 애국가 부르자고 하는 아이들이다. 수학 가르기 할 때는 매우 힘들어하다가도 점점 잘하게 되자 수학 시간마다 가르기 문제 내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이다.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고, 여러 번 연습하여 잘하게 되었을 때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는 모습을 보면 참 흐뭇할 때가 많다. 하다못해 화요일 마다 받아쓰기 시험을 보는 데 " 얘들아, 받아쓰기 시험 보자" 하며 " 와!" 하며 환호를 지르며 좋아한다. 덧셈 뺄셈 공부할 때, 끝나기 5분 전에 쪽지 시험을 보는데 그것마저 좋아한다. 이렇게 배운다는 것을 좋아하고 즐거워했던 아이들인데 왜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배움을 싫어하게 된 것일까? 이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우리가 하는 교육이 올바르다면 학년이 올라가고, 배움이 늘어날수록 기쁨이 커지고,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어야 맞는데 정반대이다. 초1 아이들 중에도 배움에 무기력한 아이가 물론 있지만 소수이다. 6학년 교실을 둘러 보면 배우고자 하는 열망의 눈으로 교사를 바라보는아이가 현격히 줄어든다. 고등학교 교실은 더 심하단다. 학생 2/3는 모두 엎드린 채 교사는 1/3을 위한 수업을 한다고 한다. 분명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교과서적인 대답일 지도 모르지만 배운다는 것의 의미를 스스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무조건 배워온 아이는 어느 순간. 왜 자신이 배워야 하는지 모르게 된다. 배우기 전에 왜 배워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았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아니 아이에게 그런 고민의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 태어나자마자 학교 들어가자마자 무조건 공부하라부터 했으니깐. 나도 그랬다. 초, 중, 고, 대학까지 스스로에게 왜 배우는 걸까 자문자답하지 못했다. 오히려 어른이 되고서야 의문을 품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답을 찾았을 때 배움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배움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하는 공부는 정말 재밌다. 스스로 좋아서 찾아서 하는 공부이니 재밌고 의미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왜 배우는 걸까? 물어보지 못한 아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답을 스스로 찾으면 더 좋겠지만 이렇게 좋은 그림책이 있으니 참고하라는 뜻이다.
배운다는 건 보는 거야.
배운다는 건 궁금한 것을 묻는 거야.
배운다는 건 듣는 거야.
배운다는 건 읽는 거야.
배운다는 건 따라 하는 거야.
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건 옳지 않아.
기다려 봐. 이것저것 해 보면서 기다려 봐.
(잘하고 싶지만 배우는 건 싫다고? 그건 반칙이야)
잘하고 싶으면 배워야 해.
배우는 방식은 저마다 달라.
어떤 일은 마음으로 배워야 하는 걸?
세상에는 배울 게 정말 많아.
배울 게 많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야.
배울 게 많은 친구가 좋은 친구야.
배운다는 것은 자라난다는 것과 같아.
배우는 것은 끝이 없어.
배운다는 건 멋진 일이야.
멋진 인생을 사는 거야.
<인간이 그리는 무늬>에서 저자는 이렇게 질문한다. 배울수록 더 여유로와졌는가? 지식을 많이 가질수록 유연해졌는가?
참 찔린다.
1학년 아이는 선생님 말이 하나님 말인 줄 알기 때문에 가끔 세뇌를 하기도 한다. " 얘들아, 배워서 남 주자." 라고 따라해본다. 배움이 배움으로만 그치면 안 된다. 실천으로까지 이어져야지. 얼마 전 받아 내림 뺄셈이 안 되는 아이가 몇 명 있어서 짝꿍이 선생님이 되어 가르치라고 한 적이 있다. 친구 선생님은 열심히 가르쳤다. 그리고나서 앞에 나와 테스트를 하는데 친구가 합격하자 자신의 일처럼 얼마나 좋아하던지..... 그래. 그거야. 배워서 남 주는 거야. 아이는 친구를 가르치면서 완전히 이해를 하게 된다. 가르치는 아이는 완전이해를 하고 친구를 도와줘서 기분 좋고, 가르침을 받은 아이는 알게 되어 기쁘고.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모르는 친구를 비웃고 놀리기보다 얼른 달려가서 도와주는 교실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운다는 것은 멋진 일이고, 배워서 나눠주는 일이 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란 걸 아이가 평생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