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2잔의 커피를 마신다는 통계가 보여주듯이 커피는 국민 음료, 아니 세계적인 음료입니다. 그 커피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계신가요? 이 책을 보기 전에는 저 또한 커피를 좋아하는 한 사림이었을 뿐 커피의 역사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고 문외한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저에게 커피에 대한 기본을 알려준 고마운 책입니다.

 

  몇 해 전부터 믹스 커피보다는 원두 커피가 더 깔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근래 들어 핸드 드립 커피를 스스로 내려 먹어 보고,가끔 더치 커피만의 독특한 맛을 즐기고, 아주 피곤할 때 진한 에스프레소를 삼킬 수 있을 정도이지 각각의 원두 맛과 향을 구분할 정도는 아닙니다. 매니아 내지 고수는 결코 아닙니다. 커피 내려지는 향기와 군고구마 맛이 살짝 도는 예가체프 덕분에 잠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누구처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겠다든지 나중에 퇴임하면 카페를  해봐야지 하는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있습니다. 더구나 커피의 역사를 알고 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이 책은 커피의 역사에 대해  세세히 알려 주었고, 실크 로드 처럼 커피 로드를 함께 따라 걸으면서 커피가 걸어온 길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도 커피 관련 책을 한번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과 다른 점은 그 책은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핸드 드립 잘하는 커피집을 소개해 준 반면, 이 책은 커피의 원천지를 알려주고 커피가 전해진 그 길, 즉 커피 로드를 따라 커피 탐험대와 함께 가 보는 것입니다. 두 책 모두 커피를 먹고 싶다는 기분과 책 속에서 커피 향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 책이 기본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 커피의 역사를 세세히 알려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을 하든지 역사를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커피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200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됩니다. 에티오피아! 지금은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데 거기서 커피가 시작됩니다. 이 책은 커피 로드를 가기 위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네 명을 탐험대로 모집하여 커피 로드를 직접 따라 걸으며 체험한 내용을 기행문 형식으로 쓴 책입니다. 그럼,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어떻게 커피가 시작되었을까요?

 

  다른 것은 몰라도 이 책을 읽고나서 커피의 근원은 알고 있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1200년 전 칼디라는 소년은 염소가 다른 때와는 달리 굉장히 흥분해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염소들이 왜 그리 흥분했을까 요리조리 살펴보다 염소들이 빨간 열매를 먹고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자신도 몇 알 먹어 봅니다. 자신 역시 그 빨간 열매를 먹고나서 흥분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빨간 열매를 마을의 수도사에게 가져옵니다. 그 당시, 수도사는 기도를 하는 중에 자꾸 졸음이 와서 애를 먹던 터였는데 염소와 칼디를 흥분시킨 그 열매를 먹자 잠이 달아나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 후로 수도사들은 잠을 쫓는 그 열매를 즐겨 먹었고, 그 빨간 열매가 바로 커피 열매였습니다. 이게 에티오피아에 전해져 내려오는 "칼디의 전설"이라고 합니다. 염소, 칼디, 수도사를 흥분하거나 잠을 달아나게 해 준 그 성분이 바로 카페인이겠죠. 그런데 정작 지금, 에티오피아에서는 칼디의 전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네요.

 

  왜 커피라는 이름이 붙여졌느냐 하면, 칼디가 살았던 곳의 지명 카파에서 유래하였다고 합니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지금도 커피라는 말 대신 "분나" 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칼디가 발견한 그 커피 열매가 유럽으로, 지금은 전 세계로 어떻게 퍼저나갔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던 것은 정작 커피의 근원지였고, 가장 먼저 커피를 발견한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 예맨 등의 나라는 너무 가난해서 커피 농사를 죽어라 지을 뿐 정작 본인들은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현실이더군요. 마치 카카오를 따는 농장의 아이가 정작 초콜릿을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지금은 에티오피아가 아닌 브라질이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미국은 하외이 한 곳에서 커피를 생산하고, 일본도 자체 생산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이 커피 원정대를 만든 이유 중의 하나도 커피 박물관을 운영하는 저자가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커피 자체 생산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우리나라 토양이 커피가 자라기에 그리 알맞지는 않다고 해요. 에티오피아나 탄자니아에서 봤던 빨간 흙 충적토, 그 한 줌만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마음에 와닿기도 했어요.

 

  우유만큼이나 커피도 몸에 이롭다 해롭다로 항상 의견이 분분한데요 확실한 것은 믹스 커피보다는 원두 커피를 마셔야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아 참, 믹스 커피는 제일 먼저 우리나라가 개발한 거라고 하네요. 깜짝 놀랐어요. 남편은 아직도 믹스 커피를 좋아하는데 믹스 커피를 만드는 원두는 병충해에 강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로부스터 종을 사용하는데 원두 커피에 사용되는 아라비카 종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아무튼 커피를 마시려면 가능한 믹스보다는 원두 커피를 마시는 게 건강에 유리하다고 합니다. 옆지기한테 제발 믹스 커피 마시지 말라고 충언을 해도 끊질 못하네요.

 

  책을 덮으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지막 마무리가 약하다는 점이었어요. 동서양 문화가 만나는 터어키 이스탄불을 거쳐 모카 항에서 오리지널 모카 커피를 맛보길 기대하였지만 그 또한 볼 수 없어 탐험대는 많이 실망하였죠. 앞서 말한 것처럼 커피 농사를 짓는 당사자들이 커피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더군요. 모카 항에서 모카 전통 커피를 마셔볼 수 없다는 사실에 저도 참 안타깝더라구요.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네 명의 후기가 있길 바랐는데 그냥 끝나버려서 너무 아쉬웠어요.  전 내심 그 힘든 커피 기행을 다 마치고나서 각자 느낀 점이 실려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없더라구요. 각자 커피 기행을 하면서 생각하고 느낀 바가 달랐을텐데 말이죠. 저자는 커피 박물관장이어서 커피 기행 내내 남다른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임했지만 나머지 일행은 어땠을까요? 박피디와 커피 탐험대 행운의 주인공이 된 두 사람의 후기가 참 궁금했었는데 그냥 끝나버려 못내 아쉬웠습니다.

 

  저녁에는 카페인이 덜 함유된 더치 커피 한 잔을 마셔야겠습니다.

 

<커피기행> 박종만 저/ 효형 출판(이상하게 "커피기행"이란 책이 검색되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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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16: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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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2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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