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어서 혈압이 엄청 높이 올라갔다.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혈압이 높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검진 끝나고 다시 한 번 쟀는데도 높게 나와서 의사가 재검이 나올 거라고 했다. 헐~~새삼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구나 절감하였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니 한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즉각 몸이 축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법이 세 가지라고 서천석 박사가 말했었지. 첫째는 스트레스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고 둘째는 내 생각을 바꾸는 것이며 셋째는 회피하는 것이라고. 보통 성격상 첫째 번을 선택하는 편인데 요즘 일들은 특성상 어쩔 수 없이 둘째, 셋째 방법을 선택하다 보니 더 스트레스가 쌓이는 느낌이다.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생각을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몸이 축 나면 나만 손해니까.

 

  스트레스를 해소의 일환으로 지난 일요일, 두 편의 영화를 봤다. 하나는 <비커밍 제인>이고, 나머지는 <인터스텔라>이다. 비커밍 제인은 집에서 남편과 보고, 인터스텔라는 딸과 함께 극장에 가서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준 것은 <비커밍 제인>쪽이다. 그렇다고 인터스텔라가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 것은 아니지만 잠시나마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것은  제인 오스틴의 삶을 다룬 영화 <비커밍 제인>이었다. 워낙 그 시대가 배경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고,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둘 다 앤 헤서웨이가 나오는데 역할에 따라 사뭇 다른 매력을 선보이는 그녀는 분명 세계가 주목할만한  여배우였다. 약간 줄리아 로버츠를 닮은 듯하지만 어딘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이 드는 얼굴이다. 그녀의 전작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는데 다른 영화들도 찾아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멋졌다. <비커밍 제인>에서는 약간 고집스러우면서도 자유분방하고 작가로서의 자존심이 돋보이는 제인 오스틴의 역이 잘 어울렸다. 또 <인터스텔라>에서는 맡은 역은 약간은 차갑고 매우 이성적인 천재 과학자인데 그런 특성을 잘 표현해줬다. 두 역 모두 잘 어울렸다. 배우가 그 역에 잘 맞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미생이 히트 치는 이유 중의 하나도 장그래, 김대리, 오차장 역을 맡은 배우들이 원작과 싱크로율이 매우 높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얼마 전 봤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그런 면에서 좀 실망스러웠다. 원작 배우 최진실, 박중훈보다 두 배우가 그 역에 잘 어울리지 않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노다메 칸타빌레> 우리나라 버전이 실패한 이유 중의 하나도 주인공 여자 역을 맡은 배우가 그 역에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 컸다고 본다. 이처럼 그 역에 어울리는 배우가 그 역할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명량>을  최민식이  아닌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어땠을까!  1700만관객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낼 수 있었을까! 그만큼 배우가 그 역에 어울리느냐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은 그렇게 예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아름다운 앤 헤서웨이가 제인 역에 정말 어울렸다. 좋은 가문에 시집가는 것이 여자가 갖는 최고의 목적이었던 시대, 소설가가 되기를 꿈 꾸며, 습작을 일삼고, 그 글을 가족 앞에서 낭독하는 일상을 지내던 제인이었다. 그녀 앞에 어느 날, 오빠 친구인 한량 쿠퍼가 나타나 대놓고 시골을 무시하는 언사를 행한다. 이에 분개한 제인과 그에 맞서는 쿠퍼. 티격태격 언쟁을 벌이는 동안 사랑이 싹튼다. 둘의 사랑은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한 번 위기가 찾아오지만 다시 사랑을 선택한다. 부자가 그녀에게 청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사랑만을 선택했던 그녀도 쿠퍼가 소중히 간직하던 편지 한 장을 발견하곤 사랑을 포기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쿠퍼가 자신을 선택하게 되면, 가족을 등지고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결별을 선언하 후, 발걸음을 돌린다. "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그 말 나는 믿을 수 없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말이다. 그녀의 사랑이 그렇게 슬프게 끝나서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했을까. 사랑이란 걸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인데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면서도 파문이 일듯 서서히 감동이 전해진다. 겨울 방학에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봐야겠다.

 

  동료 중에서 <인터스텔라>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고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흥행 중이라고 해서 궁금했다. 우주 이야기도 좋아하는 편이고 말이다. 3시간 정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었는데 솔직히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는 게 좀 놀랍다. 영화는 꽤 어렵고 철학적이고 심지어 난해하기까지 하다. 어려운 전문 용어가 마구 등장한다.  예전에 봤던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우주 관련 영화를 상상한다면 좀 실망할 수도 있다. 스타워즈, 아마겟돈, 아폴로13, 아바타 등의 영화에 비하면 굉장히 스토리 전개도 느리고, 호흡도 더디며, 영상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이런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흥행하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더구나 함께 본 딸도 어렵지만 재밌다고 하였다. 기이한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난 집에서 본 <비커밍 제인>이 훨씬 날 행복하게 해줬는데..... 우주의 광활함이나 신비보다는 부성애를 더 진하게 느끼게 만드는 영화였다. 누군가 날 애타게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우주이건 사지이건 가려고 하는 그 마음이 참 절절했다.  

 

  영화 두 편으로 한껏 높아진 스트레스 지수와 혈압이 당장 내려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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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7 16: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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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8 1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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