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기묘한 몽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7
이언 매큐언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고양이와 한가족이 되고나서는 고양이가 나오는 책은 저절로 눈길이 머문다. 이 책은 알라딘 지인 중의 한 분이 추천을 해서 읽게 되었다. 약간은 시건방진 표정으로 앉아 있는 반인반묘의 모습이 굉장히 흥미롭다. 고양이 얼굴이 우리 온이와 많이 비슷하다. 고양이는 역시 눈이 매력적이다. 혹자는 그 눈 때문에 고양이가 무섭다고들 하던데...

 

  이언 매큐언이 쓰고 앤서니 브라운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가 될 만한 책이 아닌가 싶다. 몽상 내지는 상상을 별로 즐기지 않는 나는 초반부가 썩 흡인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집중도가 높아졌고, 마지막장을 덮을 때는 다시 한 번 읽고 싶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온이(우리 집 고양이)는 하루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궁금할 때가 있다. 내가 보기에는 온이가 아무런 걱정 없이 진짜 편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무 때나 사람들이 절 끌어안고 쓰다듬고 만지는 게 귀찮고 싫을 수도 있겠다 싶다.  온이도 꿈을 꾸고, 생각을 한다고 한다. 우리 집 구조를 다 알고 자기 맘대로 왔다갔다 하는 걸 보면 분명 생각이란 게 있오 보인다. 기억력도 있어서 자기 간식을 어디가 감춰놨는 지도 안다.   가족 중 나를 가장 잘 따르는 걸 보면 누가 저를 가장 사랑하는 줄도 아는 듯하다. 수퍼남매는 이 다음에 태어나면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24시간 띵가띵가 놀며, 학교도 안 가고, 숙제도 없는 온이가 부럽다는 것이다. 반대로 온이는 수퍼남매를 부러워하고 있지는 않을까.

 

 피터는 좀 독특한 아이다. 왜냐하면 시간만 나면 몽상을 즐기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면 스쿨버스를 동생과 같이 타는데 버스 안에서 그만 몽상에 빠져 동생을 버스에 놔두고 저만 내린 적도 있다. 겉표지가 된 에피소드는 이렇다.  피터에게는 이제 많이 늙어버린 고양이 한 마리가 있다. 어느 날, 피터의 몽상이 시작된 덕분에 고양이가 피터가 되고, 피터가 고양이가 된다. 고양이가 된 피터는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한 마리 고양이를 멋지게 KO시킨다. 피터가 고양이가 되어보니 고양이라고 해서 마냥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고양이도 늙어가고, 새파랗게 어린 녀석에게 무시 당하기도 하며,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한판 승부를 내야할 때도 있었다. 고양이가 된 피터가 멋지게 적을 물리쳐 준 그 날, 늙은 고양이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 피터 곁을 떠난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고양이가 떠날 때 피터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래도 아주 잠깐 동안 고양이가 되어본 피터는 고양이의 마음을 좀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피터의 이야기는 상대가 되어보는 이야기이다. 고양이가 되어보고, 못생긴 인형이 되어보고, 어른이 되어보고..... 무슨 말을 하기 전, 무슨 행동을 하기 전, 역지사지 해 본다면 훨씬 상대방을 이해하기 쉬워진다. 역지사지하는 과정이 없어서 언쟁이 생기고, 불화가 생기며, 급기야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피터의 몽상은 그런 면에서 상대방을 이해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책장이 느리게 넘겨지다 중반부 넘어가면서 속도가 나기 시작한다. 피터 같은 몽상을 즐긴다면 상대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언뜻 들었다. 가장 가깝고 친밀한 사람부터 되어보자. 난 남편이 되어보고, 누나는 동생이 되어보는 것이다. 그렇담 지금보단 훨씬 이해의 폭이 넓고 깊어질 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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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4 15: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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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5 11: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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