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예쁜 판화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바로 김지연 작가이다. 다른 강사는 강의를 직접 들어봤기에 조사할 필요가 없는데 이번에는 강사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무하였다. 연수를 추진하려고 하니 어떤 그림책을 냈는지 알아야겠기에 <꽃살문>이란 책을 주문해서 읽어봤다. 와~~우! 이렇게 멋지고 정교한 판화 그림책을 만든 분이구나! 평소에도 판화 그림책을 좋아하는데 한국적 색채가 강하게 느껴지는 김지연 작가의 책은 정말 매력이 넘쳤다. 게다가 다루는 소재 또한 전통이라서 작가가 "우리나라" 대해 많이 사색하고 사랑하는 분이구나 하는 첫 느낌이 들었다.
오늘, 작가를 처음 마주하게 되었다. 호리호리한 외모와는 달리 씩씩하셨다. 여행용 가방에 그림책을 잔뜩 넣어가지고 오셨다. 무거울 텐데 수강자들에게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자 하는 그 열정이 느껴졌다. 날 보시자마자 " 선생님이 알라딘 서재의 수퍼남매맘이시죠?" 하신다. 깜짝 놀랐다. 내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었나? ㅎㅎㅎ 정말 세상 좁아서 나쁜 짓하면 안되겠다 싶었다. 나도 연수 듣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간절했다. 목소리 또한 그림책 읽어주기에 적당한 톤을 가지고 계셨다.
점심 시간 살짝 내려가봤다. 12시 연수가 끝났어야 하는데 오버 타임이었다. 또 한번 내려가 보니 30여분이 지나도 몇 분의 학부모들과 진지하게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연수가 정말 좋았다고 하고, 작가는 작가대로 본교 학부모님의 진지한 태도에 정말 행복했다고 말하셨다. 학부모들이 계속 질문을 하셨다고 한다. 이스라엘 교육의 다른 점이 질문에 있다고 들었다. 질문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증거이다. 관리자들과 잠깐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한 후 점심 식사도 못하고 떠나시는데 복도에서 예쁜 보자기에 싼 책을 선물로 주셨다. 적은 강사료에 여기까지 와 주신 것만 해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주시다니.... 또 한 번 감동의 쓰나미가 밀려왔다. 이번 한글날에 출간된 따끈따끈한 신간 <한글비가 내려요>였다. <꽃살문>과 겹치지 않아 다행이다. ㅋㅋㅋ
연수를 들었으면 연수 내용을 쫘악 스케치할 수 있는데 듣지 못해 아쉽다. 그림책도 여러 권 읽어주시고, 다양한 그림책 소개도 해 주시고, 자식 키우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고 한다. 내년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모셔서 교사 연수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책 읽어주는 부모, 책 읽어주는 교사, 책 읽어주는 어른이 많아졌음 좋겠다.
요즘 아이들은 꽃살문을 모를 게다. 옛날 조상들이 쓰던 문은 지금과는 다르다. 일단 소재가 나무로 만들어졌다. 우리 조상은 그 문에도 아름다운 문양을 새겨 넣었다. 그림책 겉표지에 보이는 꽃살문처럼 말이다. 나무로 된 문에 무늬를 새겨 넣고 그 위에 창호지를 덧바르면 통풍이 잘 되는 문이 완성되었다. 어릴 때 우리 집 방문도 꽃살문은 아니었지만 창호지를 바른 나무문이었던 게 기억난다. 창호지가 낡거나 구멍이 나면 풀을 발라 덧바르던 게 떠오른다.
그림책은 아름다운 여러 개의 꽃살문을 통과하면서 십장생을 만나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겉표지를 잘 들여다보면 십장생 중의 일부인 거북과 불로초가 보인다. 우리에게 정말 익숙한 "꼭꼭 숨어라" 하는 노랫말에 맞춰 아이가 십장생을 찾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하나의 문을 열 때마다 어떤 십장생을 만나게 될까 궁금해진다. 판화로 사계절을 표현한 부분이 정말 아름답다. 판화 그림책은 자칫 칙칙하고 무거울 수 있는데 파란색이 많이 들어가 있어 전체적으로 밝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판화 작업이 쉽지 않을 텐데 작가의 많은 수고가 깃들여 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다른 문은 다 열어도 되지만 회색문은 절대 열지 말라고 하였는데 왜 그랬을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길... 아이와 함께 십장생을 찾아 떠난 모험에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꽃살문을 감상하게 된다. 아! 그림책을 읽고나면 자연스레 십장생 10가지도 알게 될 것이다.
김지연 작가의 책이 도서실에 하나도 없어서 이번에 구매 목록에 넣었다. 적은 강사료에도 선뜻 달려와주신 것만 봐도, 여행용 가방에 한가득 그림책을 넣어 가지고 오신 것만 봐도, 35분이 지났어도 진지하게 질의에 대답해 주시는 것만 봐도 작가의 마음 씀씀이가 느껴진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