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보따리가 왔다. ㅎㅎㅎ 아이 좋아!! 집과 교실에 책이 꽤 많지만 여전히 책 보따리는 가장 반가운 손님이다. 어쩌다 인연을 맺게된 곳인데 때마다 이렇게 책 꾸러미를 보내주시니 정말 감사하다. 매번 받기만 하니 미안해서 파주 출판 단지 갈 때 이 출판사에 들러 책 좀 사야지 했지만 번번히 뭔가가 안 맞아 아직까지도 출판사 구경도 못 했다.
그림책 3권과 동화책 2권이 왔다. 때마침 교실에 함께 있던 아들에게<불량 토끼 길들이기 대작전>을 읽어보라고 줬다. 요즘 <고양이 학교>세계편을 다 읽고 무슨 책을 읽어야할 지 몰라 하던 터라 잘 됐다 싶었다. 책을 받자마자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서 거의 4/5까지 한달음에 달린다. 재밌나 보다. 다음 날, 끝까지 다 읽고서는 뭐라뭐라 줄거리를 말해주는데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서도 즐겁게 읽었나 보다. 오늘 아침에 읽을 책이 없다면서 한 번 더 읽겠다고 챙겨 갔다. 독후감 써 볼래? 하면 부담될까 봐 아직까지는 읽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같은 반 아이가 도서실 이벤트에 낸 독후감을 보니 마음이 저릿하다. ' 아들아, 넌 언제 저렇게 스스로 독후감을 쓸래?' 비교하려는 마음을 애써 억누른다.
그림책 세 권 중에서는 <세상의 모든 가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지난 금요일, 교사 독서 동아리 모임에서 한 교사가 수업 시간에 "가족"을 배우면서 교실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졌다고 하였다. 1학년 국어 교과서에 "가족의 발 그리기"라는 이야기 자료가 나온다. 가족의 발을 그려오라는 숙제 때문에 할머니 발을 본 따 그리던 중 할머니 발뒤꿈치가 거칠고 딱딱하단 걸 알게 된 손녀가 " 왜 할머니 발은 이렇게 거칠어요?" 묻자 할머니가 " 너희를 밤낮으로 돌보느라 그러지 " 하신다. 그 부분을 읽을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찡 한다. 나만 그럴까! 계속 해서 배우는 주제가 가족이지만 배울 때마다 새롭고 감사하고 먹먹해지는 게 바로 가족이 아닐까 싶다.
독일 어린이 문학상 수상작답게 책 내용은 굉장히 진보적이다. 여러 가지 가정이 소개되는 것은 우리나라 그림책과 비슷한데 특별히 다른점은 동성 부부도 등장시켰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주인 한국과는 너무 다르다. 아이들도 보는 그림책에 동성 부부가 나오니 말이다. 그림책은 동성 부부 밑에 입양되어 자라는 아이를 소개하면서 이 또한 하나의 가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책은 여러 가정의 형태를 보여주면서 가정의 모습이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부부가 살다 보면 이혼할 수도 있고, 한 사람이 먼저 세상을 하직해 한부모 가정이 될 수도 있으며, 입양을 할 수도 있고, 다문화 가정을 이룰 수도 있다. 어느 가정이 옳고 틀렸다고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를 뿐이지. 정말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끼리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서로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