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그가 죽었다.
얼마 전 뉴스에서 그가 심정지 상태가 와서 병원에 실려갔고, 뇌사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며칠 후 그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럴 수가.... 전에 김광석 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굉장히 놀랐었다.왜 그가 자살을 했을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번은 참 허망했다. 김광석 씨는 나보다 연배가 좀 높아서 그에 얽힌 추억이 별로 없는데 신해철 씨는 추억이 많아서 더 헛헛했다. 그가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타던 순간을 지켜봤었는데...
솔직히 고 신해철 씨에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갑자기 전해진 비보는 이번 주 내내 문득문득 그를 떠올리게 만들었고, 그의 음악을 다시 찾아 듣게 만들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하나하나 알게 되면서 그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깨닫게 된다. 거침없는 그의 말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였는데 난 그의 거침없는 발언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대한민국 가수 중에서 신해철 씨처럼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소셜 테이너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대표적인 사람이 신해철 씨라고 생각한다. 또 대한민국 가수 중에서 누가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100분 토론 패널로 나와 상대방에게 일격을 가할 수 있을까. 그런 그의 행보를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가 사회와 정치에 늘 관심을 가지고,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으며, 소신 있는 발언을 하는 게 멋져 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그를 잊고 살았다. 그가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을 접하기 전까지 말이다.
어제는 그가 자신의 장례식장에서 울려 퍼지게 될 노래라고 했다던 "민물장어의 꿈"을 들어봤다. 철학과 출신 답게 가사가 참 철학적이었다. 그가 이렇게 노래를 잘 만드는 멋진 뮤지션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그를 잃은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오늘 집에 와서도 수퍼남매에게 여러 곡을 들려줬다. " 이 노래가 신해철 아저씨가 만든 곡이야. 어때? 옛날 노래답지 않게 되게 세련됐지?" "응" 그런다. 유투브에 올라온 동영상 중에 그가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식에서 노래 부른 것도 있었다. 검정색 양복에 검정 넥타이를 매고 눈물을 훔치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울컥 하였다. 몰랐지만 그는 그런 어려운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오른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그의 부재가 더 슬퍼졌다.
강상중 씨의 <마음>을 읽고 있다. 이 책은 단짝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깊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한 청년과 강상중 씨가 메일을 주고받는 내용이 주이다. 청년은 어차피 이렇게 빨리 죽을 것이었다면 신은 차라리 친구를 태어나게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질문을 한다. 강상중 씨는 그의 질문에 " 친구가 젊은 나이에 떠나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삶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는 말을 해 준다. 신해철 씨의 죽음도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다. 그가 우리 곁에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이렇게 일찍 저 세상으로 갔다고 해서 그의 삶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노래가 여전히 우리의 심금을 울려 주고, 그가 했던 말이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으니까. 나 또한 그의 노래와 말로 위로 받았던 추억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고 김광석 씨의 노래가 아직도 만인을 위로해주듯, 고 신해철 씨의 노래 또한 그럴 것이라고 믿는다. 그의 노래가 울려퍼지는 동안 그는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