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패밀리 세일에 다녀왔다. 원래 어제만 다녀오려고 하였는데 오늘까지 2일을 파주에 다녀왔다. 이러다 몸살 나겠다. 그그저께 비룡소 패밀리 세일을 한다고 문자가 왔다.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다. 왜냐하면 금요일 체험학습을 다녀오면 분명 피곤해서 토요일 못 일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 남편이 너무 아쉬워 하였다. 얼마 후 도서정가제를 하게 되면 이번이 마지막 창고 세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책 좋아하는 남편한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노력 봉사하자 싶은 마음이 생겨 가보자 마음을 먹었다.
토요일, 알람을 맞춰서 제시각에 일어났다. 민음사 패일리 세일은 10시부터 개장하지만 미리 가서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한다고 한다. 수퍼남매는 집에 있겠다 하여 놔두고 남편과 8시에 출발하여 8시 40분, 민음사 까멜레옹 앞에 도착하였다. 벌써 여러 명이 있었다. 지난 5월에 다녀온 사람이 올린 후기를 보니 8시 40 분 도착하여 대기번호 2번을 받았다 하는데 우린 52번이었다. 도대체 그 사람들은 몇 시에 출발한 것일까. 아마 우리처럼 이번이 도서정가제 때문에 마지막 창고 세일이 되리라는 예상 때문에 일찍 서두른 이가 많았나 보다. 대기자를 위해 차도 마련해 놓은 센스 있는 민음사. 그런 세심함과 배려가 고객을 감동시킨다. 일단 번호표는 받았으니 편의점 가서 삼각 김밥을 사서 옆 기와집 툇마루에 앉아 먹었다. 어느새 물든 잎들이 참 예뻤다. 남매도 함께왔음 좋았을텐데....
9시 55분에 대기번호 50번까지 입장시켰다. 패밀리 회원이라는 인증을 하기 위해 손목띠를 채워줬다. 드디어 우리 차례. 남편과 함께 부리나케 3층으로 올라갔다. 난생 처음 출판사 창고에 가봤는데 지혜의 숲보다 높은 창고에 책들이 그득그득 쌓여 있었다. 야외에도 책을 판매하였으나 일단 남편이 갖고 싶어하는 책부터 고르자 싶어 따라갔다. 자기가 원하는 책을 고르고자 열기가 뜨거웠다. 10만원당 한정판 2권 선물이 있고 5만원 이상 사면 택배로 보낼 수 있단다. 남편이 골라 담는 동안, 슬슬 돌아다녀보니 세계 문학 전집이 제일 인기가 높았다. 나도 얼른 <안나 까레니나> 세트를 담았다. 모녀가 온 팀도 있고, 어린 아기를 안고 온 부부도 있고, 연인도 있고, 나이 지긋한 분도 있었다. 수퍼남매도 함께왔음 좋았을 텐데...모두 상자를 가지고 다니며 이 책 저 책 담았다. 여기에 오니 '책 좋아하는 사람이 아직 이렇게 많구나' 싶어 웬지 마음이 뿌듯하였다. 어느새 남편 이마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두 상자를 택배로 부치고, 비룡소로 내려왔다. 비룡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는 매장 오픈하기도 전에 10명 선착순으로 붙임딱지를 줘서 완판되었다. 우린 이 시리즈를 거의 다 가지고 있어서 아쉬울 게 없었다. 딸이 4학년 때, 비룡소 독후감 대회 대상을 받아 상품으로 받았다. 그러면 뭐하나! 남매가 읽어주질 않으니... 몇 권 읽긴 읽었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읽겠지. 책꽂이에 꽂아 놓으면 이쁘긴 하다. 딸이 좋아하는 <괴짜 탐정의 사건 노트>를 다 샀다. 그밖에 중학생이 읽을 만한 책을 몇 권 샀고, 아들이 읽을 만한 책도 몇 권 샀다. 70% 세일이라서 여러 권 사도 저렴하였다.
하나 더 대박은 사은품으로 10만원 당 세계문학전집 한정판 2권을 받는다는 것이다. 우린 영수증 합산으로 따지면 6권을 받아야 하는데 아까 2권 밖에 못 받아서 다시 물어봤더니 맞다고 하여 4권을 더 챙겨받았다. 초반에 물량이 부족하여 나중에 채워넣었나 보다. 역시 물어봐야 한다. 이 한정판 원래 가격은 10권 세트 30만원 상당이라고 한다. 북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것이라서 희소가치가 있어 보였다. 3시간 책 쇼핑을 마치고나서야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집에 돌아와서 한숨 자고 일어나 정신 차려 책을 확인하는데 괴짜 탐정 1-2권이 빠져 있는 것이다. 이게 어쩐 일이지? 아까 직원이 2권 뺀 게 9-10권이 아니라 1-2권이었나 보다. 왜 1-2권을 뺐는지 이해가 안 갔다. 게다가 한정판 10권 중에 6권을 손에 쥔 남편은 나머지 4권을 소장하고 싶어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것이다. 검색을 해 보니 나도 욕심이 생겼다. 내일 하루 더 가볼까! 나머지 한정판 4권이 있으라는 보장도 없는데....
일요일 아침, 아들이 먼저 눈을 뜨고, 그 다음 남편이 일어났다. " 지금 9시인데...." 이 말은 파주 민음사 패밀리 세일에 가자는 말이었다. " 좋아, 파주에 데려다주는 대신 당신은 오늘부터 1주일 동안 우리들의 노예가 되어야 해. 알았지?" 하며 노예 계약을 하고, 서둘러 준비를 해서 온가족이 파주로 출발하였다. 어제보다 훨씬 사람이 적었다. 대기 번호도 안 받고 그냥 입장했다. 한정판 4권을 손에 쥐기 위해 딸은 1층에서 한정판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고, 남편은 자신이 빠뜨린 책을 골라 담았다. 어제보다 책이 엄청 빠져 있었지만 대신 어제는 다 빠져나갔던 책이 보충된 것도 있었다. 남편이 그토록 원하던 <로마 제국 흥망사>도 구했고 나머지 한정판 4권도 손에 쥐었다. 앗싸!!! 왜 괴짜 탐정 1-2권을 계산에서 제외시켰는지 그 의문도 풀렸다. 2시즌 1-2권이라서 뺀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당연히 1 시즌 1-2권인 줄 알고 골라담은 것이고, 매장 직원은 그건 신간이기 때문에 10% 세일 밖에 안 해 고객을 위해 뺀 것이었다. 1시즌 1-2권은 절판이어서 아쉬운 대로 2시즌 1-2권을 담아왔다. 이것도 동일하게 70% 세일이라고 하였다. 어제 계산하신 분이 잘못 알고 계셨던 게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니 남편 혼자 실컷 구경하라고, 세 모자는 가까운 북 카페에 갔다. 허니 브래드와 레몬차, 커피를 마셨다. 효형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북카페인데 분위기가 멋졌다. 주로 예술 관련 책들이 많았다. 남편을 기다리면서 한 권 꺼내 읽었다. <커피 기행>이란 책인데 그 자리에서 딸에게 몇 쪽 읽어줬더니 집중하여 잘 들었다. 남양주에 있다는 커피 박물관 관장이 커피 로드를 따라 가며 쓴 기행문 형식의 책인데 내용이 좋아서 구매했다. 자신이 원하는 책을 다 구매한 남편은 기분이 좋아서 돌아왔다. 6년 동안 파주 출판 단지에 다녔지만 어제와 오늘처럼 책을 많이 산 적은 처음이다. 지금도 집에 책이 많아 넘쳐 나는데 말이다. 이틀 내내 파주에 다녀와서 힘들긴 하지만 사고 싶은 책을 사서 행복해 하는 남편을 보니 나도 기쁘다. 덕분에 어제는 남편과 오랜만에 데이트를 했고, 오늘은 온가족이 짧은 가을 여행을 다녀왔다. 책 구경 마치고, 파주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쇼핑을 했다. 아울렛 둘러보니 명품 가방 하나보다 몇 십 권 책 값이 더 저렴하다. 도서 정가제가 실시되면 오늘처럼 책을 많이 살 수는 없을 듯하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지 모르겠다.
사은품으로 받은 한정판이다. 이렇게 멋진 케이스를 받진 못했지만 어찌됐건 10권을 다 소장하게 되었다. 푸하하!!!
나를 위한 책
딸을 위한 책
아들을 위한 책
남편이 고른 책은 정말 많아 제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