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때, 2박 3일로 시댁에 다녀왔다.

고양이 온이는 무사히 잘 있었는데 그만 장수풍뎅이가 싸늘하게 죽어 있었다.

장수풍뎅이의 죽음을 안 아들은 대성통곡을 하였다.

 

자신의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던 장수풍뎅이의 죽음을 알리 없는 온이는

2박 3일 닫혀 있던 문이 열리자 눈치코치 없이 얼른 장수풍뎅이 집으로 달려갔다.

장수풍뎅이의 시체를 만지려고 난리를 치자

아들은 그런 온이가 미워서

" 저리 가!" 라고 소리 질렀다.

" 너 때문에 죽었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지난 번 온이가 장수풍뎅이를 발로 누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둘 다 자기가 데려온 동물이지만

그 때만큼은 장수풍뎅이가 더 소중한가 보다.

 

" 한 번 날지도 못했는데... 사진도 찍어 주지 못했는데....." 아들의 넋두리다.

그러고 보니 장수풍뎅이 사진이 한 장도 없다.

그동안 우리가 참 무심했구나 싶었다.

 

"우리가 잘 묻어주자." 약속했다.

온식구가 묻어주기로 했지만 아빠와 누나는 배신을 하고,

나와 아들만 장례식에 참여했다.

학교에 오며가며 볼 수 있도록 화단에 묻어줬다.

지금 이 페이퍼를 쓰는 이유도

장수풍뎅이가 우리 집에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나중에 온이가 죽게 되면 우리 가족은 어쩌지 싶었다.

그 때는 나도 너무 슬플 것 같다.

아들처럼 후회하지 않도록

온이의 이쁜 모습, 귀여운 모습, 많이 남겨놔야겠다.

반려동물에게도

"있을 때 잘해"란 말이 맞는 듯하다.

 

지금 온이는

이불 포장했던 비닐 안에 들어갔다 나갔다 저 혼자 난리를 치고 있다.

아까는 방 청소를 하는데

청소하는 것을 옆에서 내내 지켜보는 것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데도 방에서 나가지도 않고 앉았다 드러누웠다 하면서 말이다.

매번 청소할 때마다 그러는 걸로 봐서 온이는 청소를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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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18: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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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4 20: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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