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분의 부탁으로 잡지에 처음으로 서평을 기고하게 되었다.

유럽 여행 가기 전에 부랴부랴 써서 메일로 보냈는데 담당자로부터 몇 가지 수정, 보완을 해주십사는 연락을 받았다.

난감했다.

서평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다.

그냥 나 좋아서 알라딘 서재에 심심풀이 삼아 리뷰를 쓴 게 전부이다.

알라딘에 리뷰 쓰듯이 편하게 썼는데 담당자가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말 그대로 서평을 원했던 것이다.

 

담당자의 요구에 어떻게 부합할까 고민스러웠다.

먼저 전문 서평가들의 서평을 다시 찾아 읽어봤다.

원고를 부탁한 잡지의 과월호도 꼼꼼히 살펴봤다.

약간 감이 잡히긴 하였지만 한 번 퇴짜를 맞아놓고 보니 많이 위축되었다.

 

그래도 약속은 지켜야 하니 어찌어찌 수정해서 메일로 보냈다.

유럽 여행 가기 하루 전이었다.

이번에도 담당자 마음에 안 들면 안 실리면 그만이지 싶었다.

마음을 비웠다.

어찌 되었건 좋은 경험을 했다 싶었다.

서평을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오기도 조금 생겼다.

리뷰와 서평은 많이 달랐다.

내가 리뷰대회에서는 1등한 적도 있는데 말이다. ㅎㅎㅎ(깨알 같은 자랑)

 

어제 택배가 도착했다.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가을호이다.

거기 내 서평이 실려 있었다.

독서신문에 짧게 원고가 실린 적은 있지만, 이렇게 내 이름 걸고 서평이 실린 것은 처음이다.

가보로 놔둬야겠다.

 

바로 이 책에 대한 서평이다.

 

 

 

 

 

 

 

<아이의 거짓말은 성장통이다.>

  제19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양들을 부탁해』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양치기 소년』과 『빨간 모자』 이야기를 조합하여 새롭게 만든 그림책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두려움이라는 주제 아래 봉합되어 있다.

늑대의 소행으로 양이 하나둘 사라지는 일이 벌어지고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에게 양을 맡기고 늑대를 사냥하러 숲으로 떠난다. 홀로 양을 돌보던 소년은 갑자기 나타난 그림자 때문에 늑대가 나타난 줄 알고 "늑대다!" 소리치며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른들이 서둘러 와보니 늑대는 없었고 어른들은 소년에게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면서 돌아간다. 우리에게 익숙한 『양치기 소년』이야기 그대로다. 사실 이 책의 이야기는 그리 새로울 것이 못된다.

  후반의 『빨간 모자』도 알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소년의 내면으로 보다 깊이 들어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던가를 보여준다. 그것이 이 이야기를 새롭게 만든다.

결국 『양들을 부탁해』는 아이들이 어째서 거짓말을 하게 되는가와 어떻게 거짓말을 낳는 두려움을 이길 것인가를 말하는 책이다. 그런 점에서 소년의 변화가 눈에 띈다. 이야기에서 소년은 두려움에 대하여 크게 다른 두 가지 태도를 보여준다. 처음 소년은 그저 두려움을 피하려고만 한다. 자신은 이길 수 없으리라 생각하고 힘센 어른들이 자기 대신 그 두려움을 없애주길 바란 것이다.

거짓말은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수단이다. 하지만 거짓말은 두려움을 지우지 못한다. 오히려 소년을 더욱 고립시켜 버린다.

  소년이 꼭 안아주었던 혼자서 벌벌 떨고 있는 새끼양은 소년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철저히 외톨이가 되자 비로소 소년은 자기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려움을 이겨 늑대와 당당히 맞서기로 한 것이다.

  소년의 태도 변화에 따라 숲의 모습도 변한다는 게 이채롭다. 소년이 두려움에 빠져있을 때는 온통 검정색이던 숲이 용기를 가지고 맞서려 하자 서서히 초록빛을 되찾아 간다. 어두운 숲은 소년을 짓누르는 실체 없는 공포를 뜻하고 초록빛 숲은 두려움을 피하지 않는다면 무서울 게 없음을 말해준다.

이와 함께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장면은 소년이 빨간 모자 소녀를 구하기 위해 늑대와 맞서 싸우려 할 때다. 묘사가 특이하다.

  소년이 실제 방아쇠를 당기는 게 아니라 맨손으로 총 쏘는 시늉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모두 소년의 상상임을 일러주는데 그러고 보면 유독 늑대가 나타날 때마다 그림이 거칠어지는 것도 그 모든 게 실은 소년이 한 상상임을 나타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책은 두려움은 실제보다 더 과장된 것이며 두려움을 야기하는 것도, 극복하는 것도 모두 자기의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림을 통해 더욱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림이 몽환적이어서 아이들이 조금 어렵게 느낄 수 있을 듯하다. 마지막 부분의 내용도 살짝 아쉽다. 전반부에서 늑대 사냥을 떠난 소년의 아버지가 양들을 데려온다는 내용이 얼른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아이의 거짓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어리고 약하면 그만큼 두려움도 많이 드는 법이니까. 아이에게 거짓말이란 하나의 성장통과도 같다.

  성장통은 어른이 헤아려주어야 할 대상이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해서 무작정 혼내기 보다는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헤아려 보는 게 먼저라는 의미다. 아이의 두려움을 이해하고 아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다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싶다.

  이 그림책은 아이와 소통을 위해서 아이 마음을 헤아려 주는 어른의 지혜, 두려움에 맞서는 아이의 용기를 말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단정한 수는 없으나 두려움과 맞서는 마음도 아이 마음을 한 뼘쯤 자라게 하는 큰 힘이라는 비밀을 은근히 말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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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3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4-09-2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서평이 실린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가을호가 궁금하네요.^^

수퍼남매맘 2014-09-23 21:51   좋아요 0 | URL
맨 마지막으로 서평이 실렸더라구요.
한 뼘 더 자란 느낌이에요.

2014-09-24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4 2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9-25 0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